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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다시 살아오면서 오히려 향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당선 무효 위기에 처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으로 도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더 나아가 그동안 이재명 지사에게 제기됐던 친형 강제입원 사건 등 각종 의혹을 털어내는 계기가 되면서 향후 도정은 물론 정치적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에 이어 경기도지사까지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포함됐다면 차기 대선 판도까지 흔드는 '미니 대선'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기 상황에 놓였던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도 한시름 놓게 됐다.

단두대에서 돌아온 이재명의 기사회생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이재명 지사에 대한 상고심을 열고,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다.

대법원은 "(TV토론회에서)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이상 상대의 공격적 질문에 회피,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은 일부 부정확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표현이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하였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지사가 기사회생한 순간이었다. 만약 이날 대법원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던 원심을 확정했다면 이 지사는 사실상 모든 정치적 자산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도지사직 상실은 물론 앞으로 5년 동안 피선거권까지 박탈돼 2022년 시행될 대통령선거에 나가지 못한다. 특히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치르고 선관위로부터 돌려받은 선거비용 38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등 경제적 파산도 불가피했다. 이 지사가 올해 3월 신고한 가족 재산은 23억 원이었다.

이날 경기도청 집무실에 머물며 대법원 선고를 지켜본 이재명 지사는 오전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제게 주어진 최후의 한순간까지 도정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담담한 듯 보였지만, 이 지사는 그동안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왔다.

이 지사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운명이라면... 시간 끌고 싶지 않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법원 판결 선고 지연에 대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지사는 특히 단두대에서 죽음을 맞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 `월레스`를 언급하면서 "목을 향해 떨어지는 도끼날은 차라리 그에게 자비였다"고 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2심) 판결의 부당함도 호소했다. 이 지사는 "개인 간 단순고발 사건임에도 30명 가까운 특검 규모 경찰 특별수사팀이 억지 사건을 만들고, 무죄 증거를 감추고, 거짓 조각으로 진실을 조립해 검찰이 나를 사형장으로 끌고 왔다"며 "잠깐의 희망 고문을 지나 내 목은 단두대에 올려졌고, 이제 찰나에 무너질 삶과 죽음의 경계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집행관의 손끝에 달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거치며 지지율 급상승... "국민이 역할 정할 것"

"두려움에 기반한 불안" 속에서 이재명 지사가 보낸 고통의 시간이 길고 깊었던 만큼 이날 대법원 선고는 오히려 각종 의혹으로 발목이 잡혔던 이 지사의 족쇄를 풀고, '정치적 날개'를 달아주는 전환점이 됐다.

이재명 지사는 대법원 선고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여기서 숨 쉬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며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이 지사는 특히 "계속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함 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면서 "여러분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다짐한다. 오늘의 결과는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 하라는 여러분의 명령임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취임 초기 `조폭연루설`, `친형 강제진단 의혹` 등에 시달리면서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17개 자치단체장 중 꼴찌(지지율 29.2%)로 출발했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수직 상승했다. 결국, 전반기 2년을 마치고 실시한 첫 평가 조사에서 자신의 최고치를 경신하며 1위(71.2%)를 차지했다. (조사 기관 - 리얼미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이재명 지사가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경기북부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눈에 띈다. 이 지사는 북부권(남양주, 의정부, 구리, 포천, 연천)에서 77.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 지사가 보수,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진보적 인사로 분류되는 이 지사인 만큼 중도, 보수로의 확장성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지사 특유의 속도감 있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이재명 지사에 대해 "코로나19 과정에서 신속하고 전광석화 같은 일 처리, 단호함으로 국민에게서 매력을 샀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상당한 지지율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19 국면을 넘어오면서 <오마이뉴스>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하는 등 연이어 상한가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 4일과 6~7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위(28.8%)를 차지했지만, 이재명 지사도 20.0%의 지지율을 얻어, 한 자릿수(8.8%p)로 추격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이재명 지사는 이날 대법원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정치적 조직도, 계보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외톨이이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이 제게 그런 기대를 가져주시는 것은 지금까지 맡겨진 시장으로서의 역할, 또 도지사로서의 역할을 조금은 성과 있게 잘했다는 평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특히 "공직자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공직자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맡긴 국민, 주권자가 정하는 것이기에 이미 제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다음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역시 주권자인,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이재명경기도지사, #이재명대법원, #이재명이낙연, #이재명재판, #이재명대선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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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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