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3월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7회 말 한화 세번째 투수 송창식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7회 말 한화 세번째 투수 송창식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큰 부상을 극복하고 한화의 암흑기를 지탱했던 투수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완 투수 송창식이 17년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 2차 1라운드 전체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송창식은 작년까지 총 431경기에 등판해 43승41패22세이브51홀드 평균자책점 5.31의 성적을 남기고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431경기는 모두 정규리그 등판기록으로 송창식은 선수생활 17년 동안 포스트시즌 등판이 단 한경기도 없었다.

송창식은 "은퇴는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지만 마지막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은퇴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그동안 가족과 오래 떨어져 생활했는데 우선 휴식기 동안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며 향후 계획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한화 구단은 관중 입장이 시작될 경우 송창식의 은퇴식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20대 시절 대부분 날린 비운의 유망주

2003시즌을 5위로 아쉽게 마친 한화는 2004 시즌을 앞두고 잔뜩 들떠 있었다. 훗날 한용덕과 송진우, 또는 정민철과 구대성의 뒤를 이을 수 있는 미래의 좌우 원투펀치 후보가 동시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2학년 때 천안북일고를 봉황대기와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끈 대형 좌완 김창훈과 한화가 이용규, 정우람,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같은 미래의 스타들을 뒤로하고 지명했던 세광고 우완 송창식이었다.

하지만 루키 시즌 3승을 따낸 김창훈은 이듬 해 2경기 만에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후 2010년 두산 베어스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반면에 송창식은 루키시즌부터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26경기에서 8승7패5.13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었던 오주원(개명 전 오재영)과 신인왕 경쟁을 벌일 정도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미 고교 때부터 많은 공을 던진 송창식이 루키 시즌부터 140이닝을 넘게 소화한 것은 무리였고 팔꿈치 인대를 다친 송창식은 수술을 받으면서 2005 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은 송창식에게 닥친 커다란 시련의 일부에 불과했다. 2006년 21경기, 2007년 2경기에 등판한 송창식은 2008년 소위 '버거씨병'이라 불리는 폐쇄혈전혈관염이 발병하면서 투수로서 '사형선고'를 받고 말았다.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으면서 투구가 불가능해진 송창식은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임의탈퇴 처리되면서 팀을 떠나게 됐고 모교인 세광고에서 투수코치로 재직하면서 재활에 매달렸다. 결과적으로는 프로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 발 벗어나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재활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 송창식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된 셈이다. 결국 송창식은 2년의 재활 끝에 2010년 다시 극적으로 마운드에 복귀했다.

복귀 시즌 12경기에 등판한 송창식은 2011년 4승을 따냈고 2012년에는 한화의 필승조로 활약하며 4승3패1세이브12홀드2.91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미국으로 떠나고 마무리 안승민마저 부진을 면치 못했던 2013년에는 한화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4승6패20세이브3.42의 성적으로 세이브 부문 공동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작 가을야구 등판은 없었던 다크 나이트

2014년1승3패1세이브3홀드7.45로 안식년(?)을 보낸 송창식은 2015년 김성근 감독이라는 독특한 야구관을 가진 사령탑을 만나 본격적인 '노예생활'을 시작했다. 송창식은 2015년 선발로 10경기, 불펜으로 54경기에 등판해 64경기에서 109 이닝을 던지며 8승7패11홀드6.44의 성적을 기록했다. 송창식은 2016년에도 8월말 부상으로 시즌 아웃될 때까지 66경기에서 97.2이닝을 던졌다.

송창식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는 2016년 4월 14일 두산전의 벌투사건이었다. 당시 1이닝을 버티지 못한 선발 김용주를 구원해 마운드에 오른 송창식은 4.1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무려 90개의 공을 던져 9피안타(4피홈런)3사사구12실점(10자책)으로 뭇매를 맞았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팀의 필승조 중 한 명이었던 송창식에게 90개의 공을 던지게 하면서 야구팬들에게 맹비난을 받았다.

송창식은 김성근 감독이 중도사퇴한 2017시즌에도 63경기에 등판해 5승6패15홀드6.63으로 개인 최다 홀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송창식의 마지막 투혼이었고 더 이상 좋았을 때의 구위가 나오지 않는 송창식은 2018년 12경기에서 12.2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송창식이 부진에 빠진 2018년은 공교롭게도 한화가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시즌이었다.

결국 한용덕 감독 부임 이후 더 이상 한화의 핵심 투수가 되지 못한 송창식은 작년에도 1군에서 단 1경기 등판에 그치며 팀에서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송창식은 작년 시즌 종료 후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 1군 스프링캠프에 연이어 참가하며 부활을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은퇴를 결심했다. 송창식은 올 시즌 1군 등판 없이 퓨처스리그에서만 2경기에 등판해 1홀드9.00의 성적을 남겼다.

중간에 팔꿈치 수술과 버거씨병 재활로 공백이 있었지만 송창식은 현역 복귀 후 10년 가까이 꾸준히 1군 무대에서 활약하며 한화 마운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400경기가 넘는 송창식의 커리어에서 가을야구 등판 기록은 단 한 경기도 없다. 송창식은 선수생활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궂은 일을 담당했던 이글스의 진정한 '다크 나이트'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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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송창식 은퇴 버거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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