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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합의안과 임시 대의원대회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노사정 합의안과 임시 대의원대회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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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위원장이 7월 13일 임시 대의원대회 소집 공고를 냈다. 6월 23일부터 시작된 '노사정 합의안' 논란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42명 중 31명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7월 23일 온라인 임시 대의원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14일 오후 2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을 만났다. 김 본부장은 "많이 망설였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왜 망설였나?
"
지난 목요일(9일) 중앙집행위원회(아래 중집)은 악몽 같았다. 9일 오후 5시에 시작한 중집이 10일 오전 5시가 지나서 끝났다. 밤을 꼬박 새웠지만 회의자료 한 장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의장(민주노총 위원장)은 중집 전체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모든 게 의장의 권한이며 유권해석이라고 하더라.

장대비가 쏟아지던 10일 오전 11시 김명환 위원장은 준비한 기자회견에서 '노사정 합의안 추인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부결 시 위원장, 수석 부위원장, 사무총장(아래 위수사)이 사퇴하겠다'라고 했다. 6월 말부터 밤낮 가리지 않고 수 차례 동안 진행한 중집 회의와 현장의 절박한 호소들이 허사가 되었다.

김명환 위원장과는 같은 철도 출신인데다 각별한 인연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집 성원으로서 민주노총에 대한 일로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의 석상을 제외하고는 이 일에 대해 일절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이유다. '김명환 위원장이 왜 그러냐'고 조합원이나 시민사회 동지들이 많이 물어 온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 그러는지."

-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반대 이유는?
"노동자에게는 고통 전담을, 정권에게는 면피의 화려한 포장지를, 기업에게는 퍼주기를 안기는 합의안이기 때문이다. '고용'은 노동자들에게 최고의 생명선이자 최대의 실리이다. 노사정 합의안에는 생명선과 실리가 없다. 애초 민주노총이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맞아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 민중들을 위한 주도적 조치였다.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 각종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을 위한 정부 정책을 강제하고 재벌을 포함한 재계의 책임도 촉구하고자 했다. 결과는 달랐다.

혹자는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 적용, 상병 수당 등은 좋은 일이 아니냐고 한다. 물론 긍정적인 조치이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의 결정사항이었다. 그동안 정부가 해태하고 지키지 않은 것일 뿐이다. 상병 수당도 이미 여당 국회의원 일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었고 고용유지 지원 확대 예산도 7월 3일 추경을 통해 편성되었다. 노사정 합의와 상관없이 위기 심화에 따른 정부의 불가피한 지원 정책이 '사회적 대화'라는 포장지를 뒤집어쓴 것이다. 

노사정 합의문 속에서 재벌은,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선한 존재로 부각됐다. 재벌의 독식과 천조 원에 이르는 사내유보금, 먹튀와 심각한 양극화 주범인 재벌의 본색은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재벌들은 이번 노사정 합의안을 통해 그동안의 책임을 면피함과 동시에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을 제한 없이 신속하게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어렵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의 질은 다르다. 재벌이 어렵다는 것은 천문학적 이윤이 조금 줄어드는 것이고 노동자 민중이 어렵다는 것은 말 그대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즉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 중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명환 위원장은 왜 임대를 소집했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대다수 중집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중집 성원들이 조합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의원들에게 직접 묻겠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에 의해 직접 선거로 선출된 산별노조 위원장들과 지역본부 본부장 대다수가 김명환 위원장에 의해 존재를 부정당했다. 중집에서 반대한 안건을 대의원대회에 부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명환 집행부는 23일 열리는 71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노사정 합의문에 대한 찬반은 물론, 자신들의 활동 전반에 대한 신임을 묻게 되었다. 노사정 합의문이 부결되면 위수사가 사퇴하고 민주노총은 일시적이겠지만 동력을 잃을 것이다. 이후 꾸려질 비상대책위는 사태를 수습하고 선거를 관리하며 당면 투쟁까지 치러야 할 것이다. 가결된다고 나아질 것도 없다. 이미 노사정 합의문은 실효가 없다. 혹자는 '대대에서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승복하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해서 투쟁하면 되지 않느냐. 그게 민주주의 아닌가'라고 한다. 참 속도 없이 말만 편하게 한다 싶더라. 몸의 상처도 낫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조직도 투쟁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안타깝지만 2020년 하반기는 민주노총 투쟁의 역사에서 기록되지 못할 것 같다. 그것이 김명환 집행부의 제일 큰 잘못이다. 이젠 김명환 집행부의 진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조합원들의 마음이 걱정이다.

온갖 어려움을 뚫고 민주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총 문을 두드리던 조합원들, 민주노총 조끼가 자랑스러워 번듯한 옷 마다하고 늘 조끼만 입고 다니며 지도부의 지침 따라 수걱수걱 함께 하던 조합원들,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만 걷고 또 걸어 100만 민주노총이 되었다고 이제 1노총이라고 좋아하던 조합원들, 자신들 한몸 가누기 힘든 투쟁 속에서도 지도부를 만나면 늘 고생 많다며 힘을 주던 우리 조합원들께 미안함과 걱정이 앞선다. 이런 조합원들과 민주노총을 위해 작지만 목소리를 내야겠다."

태그:#코로나19, #노사정합의, #민주노총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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