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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세리와 리정혁은 결국 3국을 통해 재회에 성공하지만 지금의 남과 북은 언제 만날 지 기약이 없다. 그래서 편지가 그립다.
 윤세리와 리정혁은 결국 3국을 통해 재회에 성공하지만 지금의 남과 북은 언제 만날 지 기약이 없다. 그래서 편지가 그립다.
ⓒ 드라마 사랑의불시착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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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M=진민용 기자] 북한의 한 시민에게 보내는 남한 시민의 편지가 있다. 내용은 평범하다. 정치적인 것도 없고 사상적인 논쟁도 없다. 그저 오늘 내가 어떤 일을 했으며 아파트 주변에 쓰레기를 내놓는 방법이 바뀌었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다가 오토바이를 발견했는데 그 뒤로 경찰차가 따라갔지만 결국 못 잡더라는.. 시시하고 재미 없지만 항상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편지에 담는다. 

이 편지가 북한에 가서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그걸 읽는 사람이 어떤 기분이 될까를 상상하면서 편지를 쓴다. 물론 수신자도 없고 그걸 배달해 줄 수단도 없다. 아직은... 하지만 곧 북한과의 통로가 개방되고 민간 차원에서 서로 내방이 가능해진다면 그런 내용의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불법이지만 말이다.  

북한에 편지를 씁니다

부산의 한 민간단체가 북한에 편지 보내기를 시작하자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단체 이름은 '화해협력통일에이르는편지쓰기운동본부'(이하 편지운동본부)다. 갑자기 만든 티가 나는 이 단체는 사실 알고보면 제법 부산에서 오래된 통일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만들었다.  

그래서 규모가 만만치 않다. 진보단체인 부산겨레하나를 중심으로 통일을 지향하고 남북화해와 협력을 지원하는 단체들이 함께 움직인다. 지난 2015년 4월 평택 오산기지 탄저균 밀반입사건 후 주한미군이 관련시설을 부산으로 옮긴 후부터 이들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반대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오는 18일에는 '미 세균전부대 추방 시민대책위를 꾸려 부산시민 원탁회의'를 진행할 계획도 세웠다.

이번 북한에 편지쓰기도 이 원탁회의를 준비하면서 낸 아이디어였다. 남북의 화해무드가 소강 상태로 이어지다가 급기야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김여정의 지시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남북의 경색된 국면이 언제 끝날지 모르게 됐다.  

미국은 10월 북미회담을 거론하지만 북측의 입장은 단호하기만 하니, 애가 타는 건 한국이다. 민간 교류에도 제동이 걸리고 남북 철도사업도 지지부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편지라도 써보자는 게 이들의 아이디어였다. 누가 언제 어디로 보낼지 알 수도 없고, 또 쓴다 해도 북한까지 보낼 방법도 없지만 우리끼리만이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마음을 전달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 

남과 북에 살면서도 그리워 했던 윤세리와 리정혁의 마음을 담아 서로에게 전달될 편지를 쓰자는 제안에 많은 회원들이 동의하고 공감했다. 이번 편지운동본부가 관심을 받는 이유다. 
 
 오는 18일 부산시민 원탁회의를 통해 미군부대 세균반입 규탄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18일 부산시민 원탁회의를 통해 미군부대 세균반입 규탄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 부산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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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회가 못하면 우리가 합시다"

이번 편지쓰기를 주도하는 이는 편지운동본부 대표인 이상석 선생이다. 이 선생은 고교 교사 출신으로 작은 글쓰기 모임을 이끌고 있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민간 남북교류활동을 위한 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세상은 평화로워야 하고 우리 남북 겨레는 화해 협력해야 하고 끝내는 통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말은 다 이렇게 합니다"라면서 "남북이 화해하고 서로 믿음을 쌓기 위한 물꼬를 틉시다.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북측 인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 운동을 벌이자는 것입니다. 편지는 절실한 마음으로 쓰면 거기 제 마음이 녹아 들게 마련입니다. 편지는 남과 북을 잇는 수많은 다리를 놓아 줄 것입니다. 편지로써 화해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을 때. 남과 북이 획기적인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순조롭게 겨레 하나 되기를 이루어 낼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쓸 때도 모르는 사람을 향해 이야기를 건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답을 기다리지는 않지요"라며 "이 편지도 비슷합니다. 답을 꼭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도 아닙니다. 그냥 우리 겨레가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인가? 내가 누구와 싸웠다가 화해를 했던 이야기, 내가 평화로움에 흠뻑 젖었을 때 이야기들을 가볍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라고 했다. 

편지운동본부는 다만 편지에 담지 말아야 할 내용들도 소개 했다. 상대를 깔보거나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빈부격차, 존중이 없는 내용 등은 삼가하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소한 일들을 소개하고 또 맛있는 식당도 소개하고, 일상의 실수담이나 내가 알고 있는 노래가사와 사진 등을 보내자고 추천했다. 비록 정부 차원에서는 국제사회에 눈치를 봐야 할 입장이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다음은 편지운동본부 입장문.
 
"차이를 알고 다름을 넘어서" 제1신 - 세리가 리정혁 동무에게
- 화해협력통일에 이르는 편지쓰기운동
1. 정부 국회가 못 하는 일 우리가 합시다! 

청와대가 못 하는 일 우리가 합시다! 세상은 평화로워야 하고 우리 남북 겨레는 화해 협력해야 하고 끝내는 통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말은 다 이렇게 합니다. 다만 통일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사람이 있으므로 우리의 논의는 '겨레의 화해와 협력'을 주로 삼겠습니다. 우리가 먼저 말이 아닌 실천으로 시작합시다!  남북이 화해하고 서로 믿음을 쌓기 위한 물꼬를 틉시다.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북측 인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 운동을 벌이자는 것입니다. 편지는 절실한 마음으로 쓰면 거기 제 마음이 녹아 들게 마련입니다. 편지는 남과 북을 잇는 수많은 다리를 놓아 줄 것입니다.  편지로써 화해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을 때. 남과 북이 획기적인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순조롭게 겨레 하나 되기를 이루어 낼 것입니다.

인류 역사가 더 이상 민족분단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공존할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또 따로' 살아갈 묘수가 세계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의 통일은 느닷없이 찾아올 수 있기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슬기롭다, 할 것입니다. 우리는 오랜만에 편지 한 장 쓴 일밖에 하지 않았지만, 우리도 모르게 역사에 중요한 변화를 준 귀중한 일을 했습니다. 자! 우리함께 역사의 주인이 되지 않으시겠습니까.
  
 2.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무슨 편지를 쓰냐고요?

우리가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쓸 때도 실은 생판 모르는 사람을 향해 이야기를 건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답을 기다리지는 않지요. 이 편지도 비슷합니다. 답을 꼭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도 아닙니다. 그냥 우리 겨레가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인가? 내가 누구와 싸웠다가 화해를 했던 이야기, 내가 평화로움에 흠뻑 젖었을 때 이야기들을 가볍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참, 그래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가정하고 써야하는데, 우선 자기가 마음대로 대상을 상상으로 정해 두고 쓰십시오. 그런데 되도록 자기와 같은 나이,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가정하면 더 좋겠습니다. 지역은 우리 부산과 입지조건이 비슷한 '원산'으로 합니다.

3. 다만 우리가 조심할 일은 상대를 깔보거나 상대가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짓입니다.

남북 빈부 격차는 확연한 사실입니다. 지도자의 세습 체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실을 비판하기 위해 편지 쓰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편지 쓰기의 바탕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가난의 고통과 지독한 따돌림 속에서 살아가는 동포를 격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지요.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을 넘어! 우리 안에 평화!"

4, 이런 글은 어떤가요?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막막하지요. 빼어난 작품을 써야 할 것 아니니 부담 갖지 마십시오. 그냥 여태 친하게 지내온 듯이 허물없고 무람없이 자기가 요새 사는 일을 이야기하듯 쓰면 됩니다. 

⑴ 내 마음 한복판에 늘 남아 있는 사람 / 물건 / 일 
[어머니 / 지하철 걸인 / 잃어버린 내 동생 / 첫 스마트폰 / 내가 만든스파게티] 
⑵ 우리의 생활 모습 하나(한 장면)를 잡아 자세하게 재미나게 쓴 글
[회식 자리 / 전철에서 화장하는 아가씨 / 전철에서 졸다가 폰 떨어뜨린 아저씨]
⑶ 남북이 서로 오고 감이 자유로울 때를 상상해서 그때 하고 싶은 일을 소설 쓰듯
[남남북녀 / 옥류관 냉면 / 대동강변에서 마술쇼를] 
⑷ '사랑의불시착' 같은 북측을 소재로 한 영화 이야기
⑸ 남북측 사람들이 함께 불렀던 옛날 동요 / 지금 유행하는 노래 / 풍습 / 동화에 얽힌 이야기
⑹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같은 직업, 집안의 며느리, 장남, 환자, 예술가, 학생, 군인)을 마음속으로 정해서 쓰는 대화체의 글
⑺ 노래 녹음. 사진에 글 몇 줄, 그림+이야기 같은 형식도 좋습니다

5. 편지를 어디에 어떻게 써서 어디로 보낼까

- 워드로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는 방법[ 메일주소; suk3338@hanmail.net ]
- 손편지를 써서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방법
- 핸드폰으로 작성해서 SNS(카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일)로 보내는 방법
어떤 식으로든 글을 써서 보내 주기만 하면 모으고 정리해서 정부 기관과 협의를 거쳐 원산에 사는 분들에게 전달되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원산 사는 *&*씨로부터 설레는 답장을 받을지도... 편지에 위법한 내용이 있으면 걷어내겠습니다. 보내주신 원고는 저희 본부에 보관하겠지만 권리는 글쓴이에게 있음을 밝혀 둡니다.

2020년 7월14일
화해협력통일에이르는편지쓰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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