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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에 한두 그루 잘 키우면 도움 될 때가 많다. 데이거나 상처 났을 때 바를 수 있는 데 그리 깊지 않은 상처라면 쉽게 낫는다. 화장품으로 좁쌀 같은 것이 났을 때도 바르면 진정되는 등 어지간한 피부질환에도 유용하다. 면역력을 키우는데, 그리고 위나 장 건강에도 도움되는(변비 해소에도 좋다고) 등 매우 고마운 그런 식물이라고 한다.

이처럼 도움 되는 데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아, 게다가 자라는 모습도 독특한 매력이 있어 한두 그루쯤 키워도 좋을 식물은 '은행목(학명: Portulacaria afra)'이다.
 
은행목의 통통한 다육질 잎과 줄기는 수분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맛도 나쁘지 않아서 아프리카에서는 사람들이 샐러드나 수프로 먹는다고 한다. 또한 동물들도 즐겨 먹는다. 서양에서 은행목을 '코끼리 관목'이란 뜻의 'Elephant bush(엘리펀트 부시)'라 부르는 건 아프리카코끼리들이 수분 섭취를 위해 곧잘 이 은행목을 뜯어 먹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한 국립공원에서 은행목의 생태를 관찰해 온 바에 따르면, 코끼리가 많은 지역에서는 은행목이 무성하고, 코끼리가 거의 살지 않는 지역에서는 은행목 또한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이는 코끼리의 먹이 섭취 및 배변 활동을 통해 은행목의 번식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몸길이가 6m에 이르는, 육지에서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가 작게는 2cm밖에 안 되는 이 조그마한 식물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생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식용 외에도 은행목은 물집이나 발진 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환부에 바르는 약용으로 쓰인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알로에와 비슷하다. 건조한 지역에 사는 여러 생명체에게 고마운 존재다. (171~172쪽)

거리에서 흔히 보는 은행나무를 은행목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은행목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원산의 다육식물이다. 마치 은행나무 분재를 보는 듯 착각할 정도로 은행나무와 비슷하게 자라 유통업자들이 지은 유통명이라고 한다.

은행목처럼 어떤 식물을 이해하거나,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식물의 이름이다. 대개 어떤 지역에서 발견되었나 혹은 주로 자생하는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며, 어떤 꽃을 피우는가 혹은 어떤 모양의 열매를 맺는가, 어떤 특성을 지녔는가, 어떤 용도로 쓰이는가 등 식물 자체에 초점이 맞춰 지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물에 관심이 있거나, 키워 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식물을 달리 부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우리가 화원 등에서 구입해 키우는 식물 대부분 외국 이름인 경우가 많아 이름만으로 어떤 식물인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식물을 살 때 알려준 식물 기르기 정보만으로는 죽이기 십상이라는 것 등을. 이름조차 틀리게 유통되기도 한다는 것을.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다른 출판사 펴냄)은 그래서 나온 책이다.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책표지.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책표지.
ⓒ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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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식물과 식물 기르기가 좋아 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사람들의 식물 기르기 관련 우여곡절을 접하며 '식물 상담소'를 운영했다. 그로 보다 많은 고민들을 접하며 식물의 이름과 흔히 알려진 정보만으로 어떻게 키우고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줄 때의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식물의 습성과 생태 관련해 여러 정보를 담고 있는 이름을 바탕으로 어떤 식물에 대해 알아가자, 그래서 누구든 식물에 관심과 애정을 느낄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자'라고. 

40종 가까운 식물들의 습성과 생태를 이름을 바탕으로 들려준다. 식물마다 이야기에 앞서 자생지 혹은 원산지는 어디이며 어떤 종류 식물인지, 그리고 꽃은 언제 피고 어떤 환경에서 키워야 하는지 등, 해당 식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것들을 한 장으로 요약한 후 은행목처럼 어떻게 나온 이름이며, 학명으로 무엇을 알 수 있는지 등 이름과 쓰임새, 그간의 역사 등 한 식물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자분자분 들려준다.

'꽃기린'에는 꽃기린이 변비 치료에 좋다는 것을 알아낸 왕의 주치의 이름이 들어있다고 한다. '산세베리아'는 식물 연구에 필요한 것들을 후원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지어졌다고 한다. '틸란드시아'는 뱃멀미가 심했던 식물학자 이름에서 땄다고 한다. '장미'란 이름에는 붉은색이, '튤립'에는 터번(모자)이… 이처럼 식물 이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이 반가운 것은 산세베리아, 틸란드시아, 알로카시아, 팬지, 꽃기린, 튤립, 수선화 등처럼 대부분 알려진 원예 식물들을 주로 다룬다는 것이다.
 
우리 집의 귀마옥(파인애플 다육이)과 지난 겨울 잎을 모두 떨어뜨렸던 은행목(?) 혹은 아악무(?) 이참에 알게 됐는데 '은행목'과 '아악무' 혹은 '사랑무'를 같은 식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따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염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염좌를 아악무 혹은 은행목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등 온라인 상 정보가 얽혀 있다.
 우리 집의 귀마옥(파인애플 다육이)과 지난 겨울 잎을 모두 떨어뜨렸던 은행목(?) 혹은 아악무(?) 이참에 알게 됐는데 "은행목"과 "아악무" 혹은 "사랑무"를 같은 식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따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염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염좌를 아악무 혹은 은행목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등 온라인 상 정보가 얽혀 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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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성묘하고 오던 길에 인근에 열린 오일장(예산장) 구경을 하다 식물들을 모아 파는 노점에서 그동안 보아온 것들과 모양새와 느낌이 다른 다육이 하나를 구입했다. 그런데 초겨울에 잎을 모두 떨어뜨려 속상했다. 겨우내 바라볼 때마다 개운치 않았고, '저렇게 죽어버리는 것 아냐?' 조바심났다. 

식물을 구입할 때 이름을 꼭 물어보곤 한다. 이름을 알아야 어떤 식물인지 검색할 수 있어 관리하는데 도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잊어버렸고, 그래서 이름을 몰라 잎 몇 개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도 어찌 대처할 수 없었다.

다행히 봄이런가 싶게 잎을 하나둘 틔우더니 지금은 의젓하게 자란다. 책에서 은행목 사진을 보다가 은행목 혹은 아악무라는 것을, 5~6℃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환기한다고 창문을 열곤 했는데 창문 쪽에 둬 아마도 그때 손상된 것 같다. 햇빛에 강한 쇠비름과 연관 있는 식물이라니 장마가 끝나면 보다 많은 빛을 쬐어줄 생각이다. 지난겨울과 같은 실수는 절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고.

프롤로그에 '책을 쓰고자 띄엄띄엄 알던 정보들을 모두 다시 찾고 처음부터 다시 배우며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식물들에 각별한 애정을 품게 되었다'는 고백이 있다. 공감한다. 책 덕분에 워낙 흔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귀하게 여겨지지 않던 팬지(생각하는 얼굴)나 데이지(낮에만 뜨는 눈), 민들레(가난한 사람들의 약초)가 남다르게 와 닿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키우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 '파키라'와 '해마리아', '석화'를 걸핏하면 구입해 키우곤 했었다. 어찌 하다 보니 30종 가까운 식물을 키우고 있다. 셀렘과 크로톤, 맛상게아나, 귀마옥, 아미산 등이 그 일부. 이들의 이름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이토록 아름다운 수선화는 의외로 강한 독성을 품고 있어 조심해 다뤄야 한다. 보관 중인 수선화의 구근을 양파로 착각해 실수로 먹었다가 중독된 사례도 있고, 상처가. 난 구근에 피부가 닿아 온종일 화끈거림을 참아야 하는 상황도 흔히 벌어진다. 이는 구근 속에 알칼로이드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알칼로이드 성분은 곰팡이나 박테리아를 막는 항균제로 쓰이지만, 피부에 닿을 경우에는 피부염을 일으키거나 먹을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국명인 수선화는 중국명에서 온 것으로 '물에 사는 신선 같은 꽃'을 의미하는데, 식물이 물가의 축축한 토양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195쪽)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 학명, 보통명, 별명으로 내 방 식물들이 하는 말

정수진 (지은이), 다른(2020)


태그:#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은행목, #반려식물, #홈가드닝, #정수진(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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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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