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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직전 사다리 위에서 잡은 모습이다
▲ 자목련 개화 직전 사다리 위에서 잡은 모습이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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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만의 문제인지 알 수 없으나, 늦은 봄까지 서리가 내리는 바람에 우리 지역의 배꽃이 수정되기 전에 얼어 과수 농민들을 힘들게 했던 일이 있었다.

숙지원의 감나무 역시 꽃이 필 무렵 며칠간 갑작스럽게 기온이 내려갔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또 산과 연결된 숙지원은 원래 겨울 기온이 광주보다 3~4℃ 낮고 늦서리가 많은 땅이다.

비록 해거리를 했기에 수확량은 고르지 못했으나 그동안 자급이 가능했는데, 현재 상태를 보면 오는 가을에 대여섯 그루의 감나무에서 익은 감을 구경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하얀 목련은 겨우 피었는가 싶더니 하루아침 서리에 잿빛이 되었다. 남은 추위에 자목련마저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전에 시들어졌던 이상 현상도 있었다.
나무들이 추위 때문에 꽃을 피우지 못하고 열매를 달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으나, 나는 그런 결과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이해한다.

최근 잔디마당 가장자리의 자목련의 꽃봉오리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아내였다. 달리아가 피는 여름에 자목련이라니!

한 번 꽃봉오리가 맺혔던 나무에 불과 2개월 남짓 지났는데 다시 꽃이 피다니! 꽃도 한두 개가 아니라 가지의 끝마다 서른 송이가 넘는 봉오리가 보이다니! 분명 정상은 아니었다.

탐스러운 꽃봉오리가 신통하고 아름다웠지만 그냥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과연 내 추정대로 기후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까? 만약 숙지원에만 나타난 현상이라면 어째서 같은 조건의 하얀 목련 등 다른 나무들은 조용한 것일까?

또 여름 자목련이 상서로운 징조인지, 아니면 조심하고 경계하라는 자연의 신호인지 헷갈렸다. 이런 비과학적인 생각도 들고, 심지어 '지난 봄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자목련의 한 때문에 여름 꽃이 피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묘한 생각마저 따라왔다. 예기치 않은 자목련의 개화로 인한 의문은 길었으나, 일단 기후변화로 인해 나무의 생태 시계가 갑자기 달라졌거나, 돌연변이라고 추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목련의 두 번째 개화가 반갑지 않은 이유

고작 특정 지역의 꽃나무가 보이는 이상 현상이고, 또 올해만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걱정하고 자기 확신을 강조하는 것은 판단의 오류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몇 언론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그리고 바이러스와 관계를 경고하는 것을 보면서 난 걱정을 그칠 수 없었다. 또 개인적으로 지난 14년간 농사를 통해 해마다 달라지는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공감했기에 자목련의 두 번째 개화가 반갑지만 않았다.

물론 개인의 걱정이나 노력만으로 지구적인 기후변화나 환경문제를 규명하고 개선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는 국경의 개념으로 외면할 수 없는 전 인류의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전 세계의 국가들이 유기적인 연대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지방 정부와 중앙정부가 국민 생존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강력하게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문제 제기를 좌파의 주장으로 매도하는 미국 대통령은 버젓이 기후 협약을 탈퇴하는 등 국제공조를 흔들고 있다. 자국의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강대국들의 오만을 보는 현실도 답답하다.

정말 그들은 기후변화는 농작물의 생육 조건에도 영향을 미치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기후변화로 인해 각종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경고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거듭 말하지만 잦은 냉해와 예상을 넘는 홍수와 가뭄, 그리고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등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재난의 가장 큰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또 전쟁과 천재지변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이듯,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부족과 바이러스의 창궐 등으로 가난한 나라의 백성들이 먼저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래서 이제 더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는 농촌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았으면 한다. 나아가 인류의 존망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심각성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장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생각했으면 한다.

자목련의 철 잃은 개화로 인한 개인적인 느낌과 의문을 조금 확대한 듯싶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을 넘는 상황과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경고, 21세기가 인류의 마지막 세기일 수 있다는 경고가 예사롭지 않게 들려 불안하다. 정말 촌노인의 쓸데없는 기우였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카페 한종나에도 실립니다.


태그:#자목련,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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