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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에 상처받은 청년들이여, '일자리 혁명'을 하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54858 에서 이어집니다)

[기사 수정 : 2일 오전 10시]

조국 사건 당시 간과됐던 본질적 논의

앞선 글(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54858)에서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아래 '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에서 '조국 사건'이 오버랩된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공정'과 '팩트왜곡' 주장이 주요한 대립각을 형성할 뿐 '무엇이 진정한 공정이고 정의인가'하는 본질적 논의가 간과됐다고 지적했다.

그 공통분모 때문에 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 속에서 다시금 조국 사건을 언급하려 한다. 물론 조국 사건은 '공정 vs 팩트왜곡'을 넘어 '정시 vs 학종'의 논의로 나아가긴 했었다. 그러나 그 논의 역시 교육에 있어 진정한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조국 자녀가 정말 스펙 부풀리기를 했는지, 표창장을 위조했는지 등에 관해 아직 재판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나는 관련하여 나의 교사 시절 입학사정관제도와 같이 사람을 보고 선발하는 입시제도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고백한 바 있다.(http://omn.kr/1ks52) 바로 그 때문에라도 나는 수시와 정시만 놓고 보면 정시가 보다 '절차적 공정'에 합치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진보교육계의 비난을 받더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이 형식적 공정만 달성하면, 기계적으로 점수대로 줄만 잘세우면 되는 것일까? 수시든 정시든 어쨌든 '줄세우기'다. 줄세우기 대학입시 앞에서 초중고 교육은 왜곡돼 교육이 신분상승의 도구에 지나지 않게 된다. 또 그 앞에서 우리 아이들은 정말 배워야할 것들을 배우지 못하고 끝없이 행복유보를 한 채 급기야 스스로 삶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줄만 잘세운다고 다 되는 게 아닌 거다.

그렇다면 진정 당시 우리가 논해야 할 것은 과연 그 같은 줄세우기, 대학입시라는 것이 필연적인 것인가 바로 그 문제였다. 그러나 조국 사건 당시 우리는 상처 많은 우리 교육에 마데카솔을 바를까 후시딘을 바를까만 고민할 뿐 대수술을 고려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우울계'를 아시나요?
 
중학교 생활동안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제일 많이 한 말이 "아 자살하고 싶다.", " 창문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 였습니다. SNS글은 시험 기간이 되면 우울한 글들과 자살 드립으로 채워지고, 비공개 계정으로 '우울계'를 만듭니다. 우울계에선 자해 사진, 장문의 자살기도 글, 시험이 미치는 가족 관계에 대한 글 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거의 우울증 단계에서의 "위기"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언제 자살해도 너무나 자연스럽죠. 이게 유행처럼 되어있어요. 트위터에 #우울계_트친소 검색해보세요. 인스타그램에 우울계 검색해보세요. 수십, 수천, 수만개가 나올겁니다. 거의 대부분 어린 학생이에요. 비공개 계정은 검색된 계정에 반도 못미칩니다.

시험 당일날은 반에서 5분의 1이 울어요. 왜 우는줄 아십니까? '공부= 나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겐 '우울'이 그냥 한 문화로 자리 잡혀있어요. 저번보다 못한 점수가 나오면 대성통곡하며 호흡히 불안정 해지는 친구가 반에서 두 명이었고요, 가족들에게 점수를 보여주기 두려워하는 친구는 대다수입니다. 점수 확인할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불안해서 일부러 확인하지 않는 친구도 있어요. 친했던 친구랑은 경쟁해야하고, 공장에서 상품 찍어내듯 등급이 매겨집니다.

(...) 진짜로 심각하다고요. 잘못됨을 인지하시겠나요? 우리나라 입시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논쟁의 주제가 아니라 생명을 살려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단지 시험 점수때문에, 사회구조 때문에 친구를 하루 아침에 잃는 비극적인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2일, 인스타그램에서 ‘우울계’를 검색한 결과 무료 3,146개의 게시물이 검색됐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모자이크 처리함)
 2일, 인스타그램에서 ‘우울계’를 검색한 결과 무료 3,146개의 게시물이 검색됐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모자이크 처리함)
ⓒ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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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댓글에서 '우울계'와 '자해'를 언급한 위 글을 발견하고 말문이 막혔다. 시험과 성적에 대한 압박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자신의 신체에 상처를 내 육체적 고통으로 심리적 고통을 대신하려 한 것일까. 내가 교사일 때에도 속된 말로 '칼빵'을 한 아이들을 본 일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상처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니... 댓글의 표현대로 현재 우리의 교육은 '단지 논쟁의 주제가 아니라 생명을 살려야 하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코로나19가 학교 문은 닫아도 학원 문은 닫지 못했다. 학생들은 나만 뒤쳐질까 학원을 향하고 있다. 생물학적 건강과 생명의 위협속에서도 사회적 생존을 위해 처절한 선택을 한다. 학생들은 말한다. '세상이 본래 이런걸 어쩔수 없지 않느냐'고. 그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이 눈가리게를 하고 전력질주하도록 돕는 교사들과 학부모들.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오늘을 행복해하며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 그것이 그렇게도 과분한 꿈인 걸까? 바로 여기서 우리는 최근 김누리 교수가 말하는 '교육혁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누리 신드롬의 의미, '교육혁명을 바라는 시민들'

최근 JTBC '차이나는 클라스 : 새로운 나라를 만든 독일의 교육'편에서 김누리 교수는 우리의 경쟁교육과 독일의 반경쟁교육을 비교하며 우리의 교육은 반교육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을 행복하지 못하게할 뿐더러 독립된 자아를 단단히 하고 민주적인 시민으로 자라나는 것을 오히려 가로막는 우리 교육 문제의 근본해법으로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입시 폐지'와 '대학서열 폐지'. 그의 해법은 충분히 거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오로지 불변의 진리라 믿고 명문대를 위해 달려온 수많은 학생들과 부모, 교사들이 경악할 얘기다. 그러나 김누리 교수가 언급했듯 고등학교졸업자격시험 만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들이 모두 평등한 나라들은 유럽과 북유럽에 이미 충분히 많다. 미국식 패러다임에 빠져 우리가 보지 못한 지구 저편에는 그런 나라들이 충분히 많으며 우리는 지금이라도 패러다임의 전환, 즉 기득권과의 투쟁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교육혁명을 시작해야만 한다.

한편 '대학입시 폐지'와 '대학서열 폐지'라는 그의 해법은 충분히 고루하다. 자전거에 위 문구들을 쓴 깃발을 걸고 전국을 일주한 정진상 경상대 교수를 비롯해 '입시폐지와대학평준화를위한국민운동본부(국본)'을 중심으로 한 관련 운동은 이미 20여년 전에 존재했다. 2004~2007년 즈음 그 열기는 뜨거웠고 지금은 한층 식었지만 여전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학부모회 등 관련 운동을 하는 조직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존재하되 당시와 같이 교육혁명을 도모하는 움직임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여, 교육혁명하라!

한 진보 지식인은 시사프로에서 "우리의 교육문제는 미국의 총기문제와 같다. 누구나 문제임을 인식하지만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문재인 대동령에게 부탁하고 싶다. 교육에 관하여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퍽 아끼는 모양이다. 표를 잃을까, 누구나 문제임을 인식하는, 우리사회의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이자 근본문제인 대학서열과 대학입시의 문제를 외면하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그가 그리도 염려하는 문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촛불'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아무리 비현실적이라 여겨지는 꿈이라해도 시민들이 진정 촛불을 들고 한마음으로 외치는 모습 앞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거라고.

그리고 하나 더. 앞서 언급한 김누리 교수의 '교육혁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정도면 '김누리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대입폐지, 대학서열폐지를 외치는 그의 거친 말들이 담긴 영상과 기사에 대한 시민들의 댓글들을 보면 몽상가라는 비난보다는 "제발 우리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함께 교육운동을 하고 싶다", "이런 반교육은 이제 그만 할 때도 됐다"는 등의 공감이 압도적으로 많이 표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댓글들은 어쩌면 민심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민들은 언제라도 '교육촛불'을 들고 줄세우지 않고, 경쟁시키지 않는, 진정 교육다운 교육을 하는 나라를 만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그래서 제안한다. '이 땅의 교육주체들이여, 단결하라'고. '대한민국의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시민들이여, 혁명하자'고. 특히 이제 18세부터 선거권도 갖게 된 청소년들에게 제안한다. 그저 몇 년 견디면 될까? 그렇게 견디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대들이 가장 중요한 당사자다. 김누리 교수의 말대로, 흑인해방은 흑인이 했고 여성해방은 여성이 했듯 청소년해방은 청소년들이 해야한다. 그대들의 교육혁명을 지지한다. 그대들이 시작한다면 나는 끝까지 연대하겠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코로나보다 루저가 두려운 청소년들이여, 교육혁명하라!"

태그:#교육혁명, #인국공 사건, #코로나보다루저가 두려운 청소년, #대학입시페지, #대학서열화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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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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