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주현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사진 : 정민구 기자)
 박주현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구정홍보용신문구독예산, 일명 '계도지 예산'(아래 계도지) 폐지 움직임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박주현 교수는 당시 전북 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 발행인, 인터넷뉴스 <전북의 소리> 대표를 맡고 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6월 18일 전주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박 교수를 만나 계도지 폐지 운동 당시 상황과 풀뿌리 지역언론의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 2000년도 초반, 전북에서 계도지 철폐 운동이 진행될 당시 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기자로서 계도지 폐지운동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궁금하다.
"1990년도부터 기자생활을 했는데 관공서 출입은 좀 늦게 했다. 관공서 출입을 하면서 보니 언론사별로 리스트를 만들고 광고비, 협찬비, 계도지 등을 차등지급하는 걸 봤다. 일부 언론사들이 문제제기하면서 계도지 등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됐고 기자실에서 끊임없이 차등지원의 원인과 기준이 뭐냐고 묻다가 나중에는 이걸 없애는 방안은 없는지 등의 얘기가 나왔다. 

사실 계도지 때문에 기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는 왜 우리 신문사는 계도지 예산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 하며 기자들을 압박하고 또 출입처에 가서는 눈치 보게 되니까 자칫 잘못하면 기자가 가운데서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래서 뜻있는 기자들이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건 아니다. 없애야 한다. 계도지 때문에 사이비 기자로 매도될 수도 있고 회사에서도 당당해지려면 이건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언론사별로 차등을 두고 공정하지 못한 게임에 기자들이 휘둘리는 건 아니라는 그런 움직임과 바람이 불었다."

- 당시 행정의 반응은 어땠는지?
"출입처에서는 출입처 기자단을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했지만 이해타산의 문제가 걸려있는데 의견을 통합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뜻있는 기자들이 몇 있었다. 같이 고민해보자, 숙의해보자고 하면서 많이 받았던 언론사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차츰 계도지 예산이 없어졌다. 저도 당시 현역기자였지만 관련기사를 우리 신문에는 못 내고 다른 신문사에 썼던 기억이 난다."

- 현역 기자로서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지역신문 기자로서 언론인의 실상과 애환을 <오마이뉴스>에 '지역신문별곡'이란 이름으로 기고했다. 지역신문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그 결과 <기사를 엿으로 바꿔 먹다뇨?>라는 책도 출판했다. 계도지 문제를 들여다보니 이게 기자실 병폐더라. 그래서 전국의 공무원과 기자들 2백여 명 정도를 설문조사 해서 '지방자치단체 기자실 존폐 논쟁에 대한 연구'로 석사논문을 썼다. 

기자실이 폐쇄적이니까 공무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기자실이 특정 언론사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활용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출입기자들 중에서도 계도지 문제, 광고협찬 차등적용에 대한 문제 때문에 폐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때 마침 참여정부가 등장하면서 기자실이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바뀌었고 일선 시군에서도 영향을 받아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바뀌는 변화가 있었다."

-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역신문 법안도 만들어지고 지역 언론의 고민도 깊어지고 실천도 많이 일어난 것 같다. 
"당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지역 언론의 건전한 육성을 목적으로 한 지원정책이 시작돼 도움을 받은 지역신문이 있는데 이게 예산이 줄어들면서 일관성이 부족했던 건 아쉬운 점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오면서 계도지 문제, 출입처 기자단 문제, 폐쇄적 시스템 등이 다시 복원돼 버렸다. 청와대 개방형 브리핑룸에 대해서도 문 닫아라 하는 보수언론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레거시 미디어가 자기들 특권을 왜 내려놓아야 하냐면서 과거로 회귀한 게 안타깝다. 

중앙에서 그러니 지역도 그런 바람이 불어와 기자실도 중앙기자실, 지방기자실 문패 달고 폐쇄된 밀폐공간이 되어 버렸다. 수그러든 계도지도 홍보비, 협찬금 형태로 다시 살아났다."

"초심 잃지 않고 풀뿌리 지역 언론 가꿔야... 육성 시스템 필요"
 
새전북신문은 2010년 창간 10주년을 맞아 '1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오랜 관행이었던 계도지가 폐지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 : 새전북신문)
 새전북신문은 2010년 창간 10주년을 맞아 '1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오랜 관행이었던 계도지가 폐지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 : 새전북신문)
ⓒ 은평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역 언론이 건강하면 지방자치도 건강하게 갈 수 있다. 한 지역에 언론이 많으면 시민들은 좋은데 문제는 뉴스가 다양하지 못하고 획일적이라는 점이다. 전주시도 16개의 일간지가 있는데 신문사가 영세하다보니 관에 의존을 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지역 언론을 천편일률적으로 지원할 수도 없고 옥석을 어떻게 가릴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 지역 언론 중에는 건설사 등 모기업에 속해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대부분 그렇다. 언론사를 자회사 정도로 보고 모기업의 방파제 역할로 운영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모기업에 유해한 기사는 못 쓴다. 운수업이 모기업이면 택시나 버스 비리 문제는 못 다루게 되는 식이다. 순수하게 언론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하는 곳도 있지만 상업을 하면서 언론사를 운영하는 일이 많다. 문제는 사주가 언론의 책무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원칙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기자와 갈등관계에 놓일 때가 많다."

- 행정의 홍보비 집행도 비슷한 면이 있다. 자치구 홍보라고 하지만 사실 단체장 홍보 아닌가? 
"다음 선거를 위해 본인들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고 그러다보면 관언유착이 생긴다."

- 풀뿌리 지역 언론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이 힘들더라도 제 목소리를 내고 관언유착의 시비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한 목소리를 낸다면 지역민이 찾는다. 시민기자 참여, 독자확보 등 자발적인 운영형태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왜 언론을 하는가, 왜 기자를 하려는지 늘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요즘엔 풀뿌리 지역신문들이 오히려 차별성 있는 기사를 많이 쓴다. 몇 명 안 되는 구성원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중요하고 정보공개 제도를 활용해서 얼마든지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

- 맞는 말씀이다. 하지만 풀뿌리 지역 언론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고민을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이나 언론진흥재단의 지역신문 지원사업 등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특히 작은 언론들, 풀뿌리 언론까지 언론진흥재단이나 시민미디어센터 등을 통해 지원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건강한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를 지원하면 좋겠다."

- 끝으로 계도지는 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관언유착의 뿌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관언유착의 피해는 시민들이다. 혈세를 낭비하는 거고 지역신문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줘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계도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은평시민신문은 은평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풀뿌리 지역언론입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지역의 정론지라는 본연의 언론사명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진실을 추구하며 참다운 지방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