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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원구성 막판 협상을 앞둔 김태년 원내대표의 긴급 보고를 듣고 있다.
▲ 김태년 보고에 "쫑긋"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원구성 막판 협상을 앞둔 김태년 원내대표의 긴급 보고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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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원구성 문제를 둘러싼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여야가 줄을 끊어 버렸다. 다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2차전이 다가오는데, 여야는 이미 '제 갈 길'을 예고했다. 

지난해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은 오는 7월 15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정부는 일찌감치 준비단을 꾸려 공수처 입주 건물과 부지를 선정하고, 기본 구성 등을 정비해 왔다. 문제는 공수처의 핵심 중 핵심, 공수처장이다.

공수처장 후보 선정과 후속법안, 넘어야 할 산
     
공수처장은 후보 선출부터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꾸려지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아래 후보추천위)는 2명의 후보를 정한다. 대통령은 여기서 최종 후보를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그런데 후보추천위는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이 추천한 2명 그리고 야당이 추천한 2명씩 5(여) 대 2(야) 구도로 이뤄진다. 이때 6명 이상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줄곧 '후보 추천단계부터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다'고 말해온 까닭이다.

공수처를 담당할 국회 상임위가 어디인지, 인사청문회는 어떻게 진행할지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공수처법 제정을 주도했던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속 절차들을 정리하기 위해 지난 1일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후보추천위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 등 '후속 3법'을 발의했다.

국회 원구성이 늦어지면서 법안 처리는 자연스레 미뤄지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4일 박병석 국회의장 앞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 공문을 가리켜 "대통령 행정명령"이라고 비난했다. 또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는 괴물 사법기구가 대통령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라며 추천위 불참을 사실상 예고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의 21대 국회 전반기 단독 원구성 강행 처리에 대해 오늘 의회독재가 비로서 시작된 참으로 슬픈 날이다”며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인한 희희낙락과 일방독주를 국민의 힘으로 막아달라”고 규탄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의 21대 국회 전반기 단독 원구성 강행 처리에 대해 오늘 의회독재가 비로서 시작된 참으로 슬픈 날이다”며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인한 희희낙락과 일방독주를 국민의 힘으로 막아달라”고 규탄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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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다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민주당은 '후속 3법' 중 후보추천위 운영규칙에 국회의장이 후보추천위원 추천 기한을 정하고 이 기한까지 추천이 없으면 원내 교섭단체를 지정해 추천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이 후보 추천을 지연시킬 경우에 대비한 것인데, 여당이 아닌 교섭단체는 통합당뿐이다.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의 의석 수를 다 합쳐도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에 못 미친다.

또 운영규칙은 어디까지나 규칙이다. 공수처법의 후보추천위 구성 조항을 건드리지 않는 한, 공수처 설치는 기약없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수처법 자체를 건드릴 경우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양보는 없다는 이해찬 대표의 경고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통합당이 원구성에 이어 또 '국정 발목잡기'를 예고한다며 날을 세웠다.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설훈 의원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 "사실 왜곡" "폭언"이라며 "통합당이 거짓주장까지 하며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면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자인하는 셈이라는 걸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라고 힐난했다.

박광온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요청한 것은 다음달 법 시행을 앞두고 당연히 해야 할 법적·상식적 절차"라며 "통합당은 괴물 사법기구 등 극한 표현으로 공격하는데,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의 열망으로 공수처법이 20여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고, 총선에서도 표심이 확인됐다"라며 "통합당의 공수처를 뒤집으려는 시도는 총선 불복이고 반국민적·반민주적 행태"라고 덧붙였다.

이해찬 대표 역시 '공수처 문제에 양보는 없다'고 선포했다. 그는 "검언유착, 제식구 감싸기와 내부분란까지 검찰의 난맥상이 극에 달하고,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라며 "공수처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다, 법률이 정한 시간에 반드시 출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아가 '최후의 수단'까지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만약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한다면,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반드시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

민주당 의석 수는 176석. 본회의만 열린다면 충분히,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다.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군소정당을 설득해 180석을 넘기면 신속처리안건제도(패스트트랙)로 강행처리할 수 있다. 야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까지 끝낼 수 있는 숫자다.

이해찬 대표의 경고는 현실이 될까. 통합당 의석만 빼고 꽉꽉 들어찬 29일 국회 본회의장 풍경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

태그:#공수처,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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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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