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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덕(사진 왼쪽) 회장과 최문숙 총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는, 그래서 장애란 단어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는 날까지 의기투합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황순덕(사진 왼쪽) 회장과 최문숙 총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는, 그래서 장애란 단어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는 날까지 의기투합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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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부모는 자연스레 죄인이 됐다.

"우리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한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 속에도 자식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죄스러움이 담겨있다.

하지만 지난 26일 만난 (사)충남장애인부모회 청양지회 황순덕 회장과 최문숙 총무는 이 말에 손사래를 쳤다.자신들이 내일 당장 죽어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보란 듯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장애인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집회에 참석한 충남장애인부모회 청양지회 회원들. 이들은 장애인 관련 문제에 적극 참여하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장애인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집회에 참석한 충남장애인부모회 청양지회 회원들. 이들은 장애인 관련 문제에 적극 참여하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 충남장애인부모회 청양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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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엄마는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들 덕분에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전체적인 복지수준의 향상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발달장애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뒷전이었던 탓에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2018년 충남장애인부모회 청양지회를 결성한 것이다. 

발달장애인교육지원센터,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보호작업장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수요가 턱없이 부족해 경증 장애인과 달리 중증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시설에서 조차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청양에는 지적 254명과 자폐성 11명을 합쳐 총 265명의 발달장애인이 있습니다.이중 65세 이하가 204명이고, 학령기의 아이들이 39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회원이 24명입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죠"

황 회장은 부모를 비롯한 발달장애인 주변의 가족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아이를 울타리에 가두고 자신의 희생으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은 부모나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한 새로운 도전
 
피자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발달장애인들. 황문숙 총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자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발달장애인들. 황문숙 총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충남장애인부모회 청양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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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숙 총무도 황 회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발달장애 아이들도 친구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면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소 늦을 뿐이지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면 결국엔 스스로 이뤄내죠. 부모나 가족들이 동기부여를 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황 회장과 최 총무는 아직도 세상에 나오기를 꺼려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해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회를 만든 이후 각종 교육과 간담회, 실습, 특수학급 장학금 전달, 부모자조모임결성, 가족휴식현장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생긴 탓이다.'주간활동서비스', 두 엄마가 이번에 도전하려는 공모사업의 이름이다.

일반인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지 몰라도 발달장애인들에게 불모지와 같은 청양군에 오아시스를 만들기 위해  알토란같은 사업들을 준비 중이다.
 
충남장애인부모회 청양지회는 ‘주간활동서비스’를 통해 발달장애인들에게 좀 더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사진은 난타를 배우고 있는 발달장애인들.
 충남장애인부모회 청양지회는 ‘주간활동서비스’를 통해 발달장애인들에게 좀 더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사진은 난타를 배우고 있는 발달장애인들.
ⓒ 충남장애인부모회 청양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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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낮 시간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 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발달장애인에게는 자립을, 오롯이 양육의 몫을 떠안고 있는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활동이 바로 주간활동서비스죠." 

황 회장은 '자립'을 수차례 강조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진정한 복지인 까닭이다.이를 위해 아동·청소년에게는 방과 후 돌봄서비스와 성인장애인들에게는 독립생활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또한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료와 휴식지원 등을 통해 가족해체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장애인 관련 조례(청양군의회 차미숙 의원)가 만들어지는 등 조금씩 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역사회의 관심 밖에 있는 터라 변변한 지원 없이 모든 걸 회원 스스로가 해결하다보니 부족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다. 공모사업과는 별개로 요리와 사물놀이, 난타, 사회적 농장에서의 작물 가꾸기 체험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이 세상 엄마들은 간혹 아이들을 위해 기적을 만들곤 한다. 그러나 황순덕 회장과 최문숙 총무는 기적이 아닌 변화를 원했다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는, 그래서 장애란 단어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태그:#발달장애, #충남장애인부모회청양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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