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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로 나선 진중권 전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강연하고 있다.
▲ 연사로 나선 진중권 전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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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레거시 미디어'(전통 언론)가 포털사이트 실검에 올라와 있었다. 왜 '레거시 미디어'가 왜 화제의 중심에 섰나 했더니 JTBC 신년특집 토론회 때문이었다.

'한국 언론, 어디에 서 있나'를 주제로 한 토론회는 진중권과 유시민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였다. 토론회가 끝나고는 진중권의 필사적 공격과 유시민의 태연한 무대응으로 다시 한 번 화제를 끌었다. 이 토론회에서 진중권이 반복해서 '레거시 미디어'를 언급했던 것 같다. 듣기에도 생소한 '레거시 미디어'라는 용어를 대중의 입에 이처럼 쉽게 올려놓는 걸 보니 역시 진중권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중의 입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권력이다. 이 같은 권력을 가장 부러워하는 이는 아마도 '정치인'일 것인데, 이러한 측면에서 정치인의 권력에 비하면 진중권의 그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예컨대 며칠 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거론했던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그의 발언보다는 그에 대한 진중권의 비난이 언론에 더 많이 보도됐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를 두고 "(대)포로 안 쏜 게 어디냐"라고 언급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말하는 건 자유, 문제는...

진중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루에 많게는 열댓 개의 글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현 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이다. 이들 게시물은 많아야 500~600개의 '좋아요'를 받는 데 그친다. 그의 영향력에 비하면 다소 적은 숫자다. 팔로워도 2만6242명에 불과하다. 반면 유시민의 페이스북 계정은 운영하지도 않는데 팔로워가 5만7525명에 달한다. 

진중권 소셜미디어 게시물의 내용은 심각하다. 대부분 근거가 빈약하거나 거의 없는 비난, 더 나아가 혐오발언이다. 예를 들면 앞서 언급한 설훈 최고의원에 대해서는 어떠한 근거도 없이 "내가 설훈이면 은퇴... 그 연세에 의원 꿰찬 건 적폐"라고 노인비하 발언을 했고, 송영길 의원을 비난하면서는 "이제 K-방역의 '국뽕' 효과마저 사라지면, 고통스런 경제 현실과 맨 정신으로 맞닥뜨려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에 힘 쓴 의료진과 국민의 노력을 폄하했다. 

이처럼 어떠한 근거도 없는, 아니 굳이 근거를 찾으려 하지도 않는 비난 게시물을 수없이 쏟아내고 있으니 당연히 오류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중권은 오류를 고쳐 잡을 생각도 사과할 생각도 없는 듯하다. 한 예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사건에 대해서 그는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 장모를 공격해대고 유시민은 윤석열이 공수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자락을 깔았다" "조만간 뭔가 큰 게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박진감"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검찰은 총장의 장모를 기소했다.

내 기억 속에 그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던 것은 6년 전 영화 <명량> 사건이 유일하다. 당시 그는 평론가 허지웅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짜증나네. 그냥 명량은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명량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 영화적으로 어떤 면이 뛰어난지 이야기 하면 됩니다. 하다 못해 허지웅처럼 전쟁 장면을 1시간 이상 끌고 갔다는 둥", "물론 자질을 의심케 하는 뻘소리지만"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허지웅은 "전쟁 장면 1시간" 발언을 하지 않았었다. 이에 그에게 "진선생이나 나나 어그로 전문가지만 이건 아니죠. 저는 '명량'이 전쟁 장면이 1시간이라서 훌륭하다고 평가한 적이 없습니다"고 반박했다. 

당시 허지웅은 영화 평론가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허지웅의 항의 이후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허지웅이 자세히 썼다는 글은 아직 못 읽어봤고, 그저 뉴스검색에 이런 기사 걸리길래 어이가 없어서 한 말"이라며 "그의 발언 취지가 왜곡된 거라면 '자질' 운운한 것은 그의 말대로 불필요한 어그로. 미안"이라고 사과했다. 

변절이 아니라 '변신'에 가깝다

그렇다. 허지웅의 말대로, 보는 이의 관점에서 진중권은 "어그로 전문가"다. 어그로의 사전적 의미는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하여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일"이다.

그가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게시물을 쓰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그의 '어그로'가 점입가경에 달했다는 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하는 일이라면 모조리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진중권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는 여권은 철저히 그의 어그로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유시민은 "진 전 교수가 뭐라 하든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면 돼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진중권의 어그로가 대대적으로 보도된다는 점이다. 그가 페이스북에 한 마디 글을 쓸 때마다 어김없이 기사로 대량 유통된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어그로에 불과한 그의 발언은 언론으로 승화돼 버리기까지 한다.

도대체 이러한 진중권의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이러니 하게도 그것은 그가 언급했던 '레거시 미디어'다. 그 중에도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소위 '까고 싶어' 하는 그들은 진중권의 어그로를 그대로 받아쓴다. "이에 대해 진중권은 이렇게 말했다"라고 하면 팩트 시비도 피해갈 수 있다. 팩트가 뭔지 상관도 없이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진중권과 그의 어그로를 인용해 보도해 버리는 보수언론의 조합이 진중권 권력의 핵심이다.

어그로는 최대한 관심을 얻어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대상이 된 사람들은 진중권의 어그로를 상대해주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진중권의 어그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보수언론의 역할이 크다. 진중권 역시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오히려 보수언론을 어그로의 확산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 

진중권은 2000년대 초반 안티조선일보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데뷔했다. 그리고 그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 역시 보수언론과의 싸움이었다. 그런 그가 보수언론과 합작해 어그로를 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며 '변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어그로 전문가였고 지금도 그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누구와 손잡고 어그로를 끄느냐가 바뀌었을 뿐이다. '변절'이라기보다는 '변신'에 가깝다. 그의 변신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은 부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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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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