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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유재석이 90년대 슈퍼스타였던 가수 이효리, 비와 혼성그룹 '싹쓰리'를 만들어 화제다. 지난주에는 세 사람이 MBTI 성격유형 검사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검사 결과를 보고 세 사람은 자기 자신은 물론 서로의 성격 특징을 맞췄다며 신기해했다. 특히 가수 비는 ESFP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으로 나왔다. 그가 속한 성격 유형의 특징인 '스포트라이트를 즐긴다'를 놓고, 최근 역주행 인기 중인 그의 노래 가사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며 놀라워했다.

최근 MBTI 검사가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이라 한다. 한 포털 사이트 MBTI 관련 커뮤니티의 회원은 6만 3천 명이 넘는다. MBTI 검사는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Myers)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 모녀에 의해 개발된 심리 검사다. 개인마다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다르기에, 고유한 성격 유형이 생긴다는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해,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표준화시켰다.

성격 유형은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의 4가지 지표에 따라 나눈다. 본인의 성향이 외향적인지 혹은 내향적인지, 판단할 때 분석적인지 공감적인지 등을 알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MBTI, 나도 해봤던 것
 
 MBTI?검사는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해, 사람의 성격을?16가지 유형으로 표준화시켰다.
 MBTI?검사는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해, 사람의 성격을?16가지 유형으로 표준화시켰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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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칠 년 전, 우리 가족 4명도 MBTI 검사를 받았다. 가까운 이웃 중에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진로에 도움을 주기 위해 MBTI 검사를 심도 있게 공부한 중학교 선생님이 있었다. 이 선생님이 나에게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좋은 열쇠가 될 거라며 MBTI 검사를 권유했다. 

커다란 시험지에 적힌 100개 가까운 문항을 풀었다. 검사 결과를 들으며 나와 남편은 '맞아, 맞아'를 연발했다.

남편이 속한 ISFJ 유형에는 주의점으로 "피드백을 지나치게 개인적인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가 있었다. 그즈음, 아이들 영어 학습지 온라인 공부를 위해서 노트북을 샀다. 영어 학습지 사이트에서 자꾸 에러가 났다. 직접 조립할 정도로 컴퓨터를 잘 아는 남편은 노트북을 여러 번 초기화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노트북이 이상하네." 나의 이 한마디에 남편은 매우 언짢아했다. 이제 실마리가 풀렸다. 나는 고가의 노트북을 탓했지만, 남편은 노트북을 구입한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들렸나보다. 그동안 남편의 이해되지 않았던 여러 부분도 조금씩 의문이 풀렸다. MBTI 검사가 타인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라고 생각했다.

MBTI 검사는 할 때마다 달라져 믿을 수 없다는 사람도 있다. 응답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점수를 매기는 자기 보고식 검사의 한계겠지만, 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영향을 받아 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성인도 그러한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 중학생이던 첫째 아이는 INFJ로 나왔다. 종교인들이 많이 속한다는 이 유형은 관계에 책임감이 높고 그만큼 부담감이 높다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 친구들의 상담 상대가 되어주던 큰딸은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데 마음이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지를 놓고 큰딸과 이야기를 나누던 선생님은 "OO아, 친구 모두를 좋아하거나 품을 수 없어. 싫은 아이에겐 싫다고 말해도 된단다"라고 하자, 큰 딸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큰딸은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키가 자라고 몸도 변하듯 성격도 바뀌었다. 많은 대학교에서 입학생에게 MBTI 검사를 한다. 한 교수님이 조별 과제를 위해 MBTI 성격유형에 따라 조원을 구성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한다. 

큰딸은 재기발랄한 활동가형인 ENFP(이효리와 같은 성격유형이다)로 나왔고, 사교적인 유형의 조원들이 모이니 항상 시끌벅적했다면서 "기본적인 성향이 비슷하니까 동질감도 느끼고 말도 잘 통하더라고요" 한다.

그런가 하면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둘째 딸은 두 유형의 경계선에 있었고 아직 성격이 미분화되지 않아 의미가 없다고 했다. 둘째 딸은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MBTI 검사를 받고 신봉자가 됐다. 

각 유형의 특징을 자세히 기억하고, 성격 유형별로 서로 얼마나 잘 맞는지도 관심이 많았다. "엄마가 저를 이해 못 하는 것도 당연해요. 저(ESTJ)랑 모두 반대인 INFP니까요." MBTI 성격 궁합을 보면 자기와 나는 극과 극의 관계라며, 나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MBTI 성격유형을 들먹였다.

'내가 몰랐던 나'를 알게 된 것으로 충분

지금 둘째 딸은 대입 재수 중이다. 얼마 전,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데 MBTI 이야기가 나왔다. 둘째 딸은 자기 MBTI 성격유형이면 성적 잘 나와야 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한탄했다.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OO아, 수능 공부만 공부가 아니야. 앞으로 네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서 공부하게 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거야." 

남편은 대학교 3학년 때 전공을 바꾼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에게 성급하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충분하다 싶었다. MBTI 검사의 진위를 떠나, 딸과 속 깊은 대화를 하게 해주었으니.

많은 전문가가 MBTI 검사 결과를 맹신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내가 몰랐던 나'를 아는 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지표일 뿐 나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타인에 대해서도 '나와 다름을 이해'하는 지표로 삼을 뿐 판단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다. 해당 유형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MBTI 검사 결과가 나와 타인에 대한 편견으로 오용된다면,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통한다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 4가지'가 16가지로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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