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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부터 공적 판매처에서 일주일에 1인당 10장씩의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다. 2020.6.18
 공적 마스크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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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마스크를 구매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마스크는 더운 날 답답하고, 귀도 아프다. 새 마스크는 신소재로 만들어 통기성이 좋고, 항균 기능도 추가됐다. 장시간 착용해도 예전보다 편할 것 같다. 집에 도착한 마스크를 보자마자 아이들은 한 번 착용해보고는 하루 종일 벗지 않는다. 색깔이 좋아서인지, 착용감이 좋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만족하는 눈치다.

집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변해버린 일상을 체감한다. 많은 전문가가 예견하는 거대한 전환은 아닐 수 있지만, 마스크를 불편해하던 아이들의 행동 변화는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변화의 작은 씨앗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신종 바이러스는 우리의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슬금슬금 삶의 변화를 추동하는 주요 요인이 돼버렸다.

생존을 위해 선택한 물건들

돌아보면 마스크처럼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웠지만, 금방 우리 생활에 떡하니 자리 잡은 물건들이 많다. 기술의 발달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이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사용하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지만, 환경의 변화로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물건도 많다. 대표적으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꼽고 싶다. 인간이 포기할 수 없는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위해 보탬이 되는 물건이다.

어쩌다가 우리가 물과 공기까지 기계의 도움을 받아 살게 됐을까. 이런 생각이 별 의미가 없을 만큼 대부분 가정과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는 필수품이 된 세상을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써야 하는지 의문의 대상이 아니다. 태어나면서 함께 일생을 같이 한 물건에 호기심을 갖기란 어려운 법이다. 아이들은, 주전자로 동네 우물에서 마실 물을 뜨던 기억이 생생하고, 남도의 청정 무공해 지역에서 태어나 성장기를 보낸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불안정한 대기 환경과 자동차 매연, 발전소·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물질이 원인이 된 미세먼지가 주기적으로 영향을 미친 후 마스크가 친근해지고, 코로나19로 이제 이 물건은 필수품이 됐다. 마스크 산업은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시기의 계절적 특수성으로 유지되다가 지금은 365일 일상적으로 사용할 생활 용품을 공급하는 생태계로 바뀌었다. 감염병의 공포감이 만든 현상이다.

자연이 보낸 경고에 민감해야

환경의 변화로 인간의 필요에 따라 물건이 만들어진 인과관계는 인간의 욕망에 기인한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마스크가 차례로 인간의 일상에 파고드는 맥락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 인간을 향한 자연의 경고를 발견하게 된다. 정수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물의 오염,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공기의 오염, 마스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바이러스의 출현, 이 모두가 한계를 넘어선 인간 욕망의 분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자연은 인간에게 멈추고, 방향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깨끗한 물을 찾아 정수기를 사용할 때도, 맑은 공기를 찾아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때도 우리는 자연이 보낸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가 위기감을 조성했지만, 인간의 생존 방식과 삶의 공간 변화에 대한 국가 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인류 문명의 지속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불편하지만, 피하지 말고, 지금 마주해야 할 질문이다.

코로나 이후 인류 문명의 대전환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은 많지만, 전 세계를 아우르는 지구공동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경제의 작동 방식과 국가 간 관계 설정과 협력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실질적인 논의는 아직 요원하다. 국제 문제 공동 대응에 막강한 헤게모니를 쥔 미국과 중국은 이 상황에도 패권 다툼에 여념이 없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위기 상황이 안정된 후를 기대해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인간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출현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언제, 어떤 바이러스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또 다른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가 아닌 새로운 물건이 우리 일상과 함께 하는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끔찍할지 모르겠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래에 우리가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자연의 경고를 넘어 자연의 역습이 본격화되기 전 생존을 위한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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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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