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미뤘던 픽사의 애니메이션 <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이하 <온워드>)가 드디어 지난 6월 17일 개봉되었다. 영화는 너무나 다른 두 형제가 죽은 아빠를 만나기 위해 겪는 모험담으로 가득차 있다. 영화 <온워드>는 픽사의 여러 작품들처럼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관객을 긴장시키는 코로나 19가 끼치는 악영향이 안타까운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포스터

▲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초반은 살짝 지루하다. 영화가 그리는 세상에 대한 정보가 꼭 읽어야 하지만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게임 사용 설명서처럼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 가상의 세계에는 엘프와 켄타우로스, 요정, 유티콘 등이 함께 살고 있다. 원래 마법과 마법사도 있었지만, '편리함'에 밀려 사라졌다.

이 같은 설정은 J.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나 C.S 루이스의 '나나아 연대기'의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온워드>의 세계가 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주인공이 머문 현실 세계의 이면이나 과거로 존재하던 마법의 세계가 현실이자 현재로 제시된다는 것이다.

아빠를 되살릴 수 있는 마법같은 여정

영화는 마치 한 판의 보드 게임처럼 진행된다. 극중 발리는 '퀘스트 오브 요어'라는 롤플레잉 게임에 심취해 있다. 주인공 이안과 형 발리가 아빠를 되살릴 수 있는 '피닉스 젬'을 찾는 여정은 롤플레잉 게임과 다름없다.

롤플레잉 게임은 캐릭터가 맡은 역할의 기능을 발전시켜 나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영화에 나오듯 컴퓨터가 없던 시절부터 존재했으나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더욱 발전한 후 지금은 온라인 게임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빠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이안은 엄마와 형 발리와 함께 산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이안과 달리 발리는 적극적이고 거침이 없다. 자신의 성격만큼이나 형의 성격도 못마땅한 이안은 늘 아빠가 그립다. 우연히 만난 아빠의 친구에게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안은 당당하게 살기로 결심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의기소침한 이안을 측은하게 바라본 엄마는 이안과 발리가 14살이 넘으면 전해주라던 아빠의 편지와 물건을 전한다. 아빠가 남긴 것은 놀랍게도 아빠를 하루동안 소환할 수 있는 주문과 지팡이였다. 그러나, 아직 마법에 서툰 이안의 실수로 아빠는 하반신만 되살아나고 주문에 꼭 필요한 '피닉스 젬'이 불타버린다. 이안과 발리는 하반신 아빠를 대동하고 피닉스 젬을 찾아 나선다.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한 장면

▲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빠 만나기'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이안과 발리는 서로 협력해야만 한다. 발리는 롤플레잉 게임에 해박하며, 이안은 마법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돌진'을 외치는 발리와 매순간 '안전'을 따지는 이안은 너무나 다르다. 당면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사뭇 다른 이안과 발리는 사사건건 다투게 된다.

발리는 자신을 믿지 않는 이안이, 이안은 행동이 앞서는 발리가 못마땅하다. 다툼 끝에 이안을 떠난 발리는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던 형이 늘 아빠의 부재를 대신했음을 깨닫게 된다. 아빠와 함께 하고 싶던 모든 것들을 형과 했음을 확인하며 이안은 형을 새롭게 인식한다. 이안에게 없었던 것은 아빠가 아니라 발리에 대한 믿음이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지 않고는 피닉스 젬도 아빠도 만날 수 없다. 서로의 넘치거나 부족한 부분을 조율하며 협력하지 않는다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발리는 아직 서툰 초보 마법사 이안의 충실한 조련자가 된다. 발리는 마법을 사용할 능력을 가지고 있느나 마법을 제대로 모르는 이안의 선생님이 된다.

발리가 알려주는 마법의 주문을 따라하며 이안은 자신의 능력을 하나씩 확인한다. 해낼 것이라 믿는 발리의 확신에 이안은 마치 등떠밀리듯 움직인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마법을 성공시키며 이안은 자신감을 얻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

이 과정에서 이안이 회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발리를 믿지 못했듯 이안은 자신 역시 믿지 못했다. 늘 의기소침했던 이안은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곤 했다. 발리를 믿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며 이안은 자신도 뭐든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갖게 된다.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기며 이안은 몰랐던 발리의 아픔을 알게 된다. 이안에겐 발리가 가진 아빠와의 추억이 그저 부러웠지만, 그 안엔 상처 또한 존재했다. 그 상처로 인해 자신을 자책하며 용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발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안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심을 한다. 이미 발리는 두 사람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어주었다.

이안은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 <온워드>의 세상 속에서 마법은 약한 자를 돕는 데 쓰였다. 이안 역시 자신의 드러난 재능을 보다 더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사용한다. 이안의 마지막 선택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안과 발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하면서 두 사람은 이전보다 한껏 성장한다.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한 장면

▲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온워드>가 담고 있는 이안과 발리의 성장담은 롤플레잉 게임의 방식을 빌려 표현하기 상당히 적합하다. 발리의 도움으로 이안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얻은 성찰과 그에 따른 선택은 큰 감동을 준다.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닌 누군가를 돕기 위해 사용된 능력과 마음은 아름답다.

우리의 삶은 어찌 보면 롤플레잉 게임의 반복이며, 여전히 진행 중인 한 판의 커다란 롤플레잉 게임이기도 하다. 이안과 발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능력을 키우고 실패에 더 단단해진다. 보상을 얻기 위해 협력과 양보를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좀더 이해하게 된다. 꼭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자신에게 만족하게 되기도 한다. 과정이 끝난 후, 이전과 조금은 달라진 '나'를 만나게 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온워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교훈 역시 제대로 전달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것은 두려움을 버리고 용기를 '내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무엇도 잃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다. 조건은 하나이다. '전진'해야 한다는 것.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영화온워드단하루의기적 영화온워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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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한 귀퉁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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