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봉투 안에 페인트통, 오물, 유리 등 위험하고 넣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고 이로 인해 칼이나 날카로운 물건에 찔리는 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은 봉투는 무거워도 묶어서 버리는 부분을 잡고 치울 수 있다 해도 100L 봉투는 무게가 많이 나가 손잡이 부분이 끊어지기 십상입니다. 환경미화원 근골격계 부상이 15%에 달합니다. 

2명이 들어 올려도 버겁습니다. 무게 제한이 있고 묶는 선 표시가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봉투 밖으로 쓰레기를 더 올려 테이프로 묶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동료 환경미화원 중에도 허리, 어깨, 손목 등이 다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청소노동자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시민 여러분이 함께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경기도 의왕시 환경미화원 박경재씨의 기자회견 발언 중에서) 


인천 연수구청 125리터 봉투까지 제작
 
지난 1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환경미화원 골병 들게 하는 100리터 쓰레기 종량제봉투 제작 중단, 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노동당 주최로 열렸다.
 지난 1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환경미화원 골병 들게 하는 100리터 쓰레기 종량제봉투 제작 중단, 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노동당 주최로 열렸다.
ⓒ 신희철

관련사진보기

지난 1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환경미화원 골병들게 하는 100L 쓰레기 종량제봉투 제작 중단, 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노동당 주최로 열렸다. 노동당과 노동당 노동연대상담소, 그리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환경미화원은 기자회견 후 청와대 민원실에 대책 촉구 서한을 접수했다.

노동당 노동연대상담소는 지난 2월 서울시 25개 지자체를 시작으로 5월까지 종량제봉투를 제작, 판매하고 있는 전국 239개 지자체에 종량제봉투 제작 현황과 100L 종량제 봉투 제작 중단 계획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120개(50.6%) 지자체가 환경미화원 안전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음을 안다면서도 주민 수요, 민원 등을 이유로 100L 봉투 제작을 고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은 125L 봉투까지 제작, 판매 중이었다.

종량제봉투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환경미화원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미 나온 바 있다. 이로 인해 여러 지자체에서 100L 봉투를 더 제작하지 않고 75L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100리터 종량제 봉투
 100리터 종량제 봉투
ⓒ 신희철

관련사진보기

 
실제 환경부 발표에 의하면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 15%가 차에 쓰레기를 올리다 부상을 당한다고 한다. 환경부가 지침을 통해 종량제봉투 무게 상한을 두고 있고 100리터 종량제 봉투 최대 무게는 25kg이지만, 과적한 경우 30~40kg에 육박하는 쓰레기가 담겨 있기도 하다. 

지난해 4월, 환경부가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을 통해 "사업장생활계 폐기물 수거용 종량제봉투는 일반 가정에서 배출하는 종량제봉투에 비해 무거워 환경미화원 수거 작업이 곤란한 점을 감안해 100L 봉투 제작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 지침은 사업장용 외의 종량제봉투에 대해 다루고 있지 못하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해당 지침들이 '권고' 수준이라며 사업장용 봉투도 여전히 제작 중이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노동당과 환경미화원 박경재씨는 청와대 민원실에 1) 무게 제한이나 제작 금지 지침만으로는 100L 종량제봉투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에서 100L 종량제봉투 제작의 중단 지침을 제정하고, 2) 권고 수준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각 시도 지자체 실태조사 및 근절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는 '정부 대책 촉구 서한'을 접수했다. 개별 지자체의 결단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환경부 등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박스차→압축차로 전환하지 않은 지자체
 
박스차
 박스차
ⓒ 신희철

관련사진보기

 
100L 종량제봉투 외에도 몇 가지 제보가 이어졌다. 지자체 중에는 재활용 수거 차량으로 여전히 박스차를 고수하고 있어, 환경미화원 두 명이 힘들게 올려 쌓고 있었다. 압축차로 전환하는 다른 지자체 사례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건의해도 무시되고 있었다. 

공사장 생활폐기물용 마대에 일방적으로 40kg 마대를 추가한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매립용 수거 환경미화원이 허리디스크 증세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40kg 마대
 40kg 마대
ⓒ 신희철

관련사진보기

 
전에는 20kg 마대 이상은 없었던 것을 폐기물 관리 조례를 개정하여 추가했다고 한다. 재활용 플라스틱 봉투도 100L 종량제봉투보다 더 크게 제작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한다.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중에는 비단 페트병만 있는 게 아니라 장난감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시민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좀 더 돈을 아끼겠다고 더 용량이 큰 봉투를 선호하거나 이것저것 무겁게 버리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미화원이 일일이 뜯어서 다시 포장할 수도,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닌데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거나 흔적이 남았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도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환경미화원이 청소대행업체 소속으로 간접 고용되어 근무 중이라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노동당 노동연대상담소는 범시민운동으로 100L 종량제봉투 이용하지 않기 운동에 나설 것을 밝혔다. 사회연대 운동을 진행하고,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지자체를 공개하는 등 후속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환경미화원, #종량제봉투, #노동연대상담소, #청소노동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성북비정규직지원센터(준)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