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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를 낸 것과 관련, 북한 각계 반응을 6일 1면에 실었다. 사진은 평양종합병원건설장 노동자들이 "탈북자 쓰레기 죽탕쳐(짓이겨) 버려야" 등 선전물을 들고 비난집회를 하는 모습.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를 낸 것과 관련, 북한 각계 반응을 6일 1면에 실었다. 사진은 평양종합병원건설장 노동자들이 "탈북자 쓰레기 죽탕쳐(짓이겨) 버려야" 등 선전물을 들고 비난집회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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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은 대북전단뿐 아니라 지난 2년간 남북관계도 문제 삼고 있다. 16일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17일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지구,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에 대한 군대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남북 협력의 상징적 공간들에 대한 무력·군사적 조치를 통해 남한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을 표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년간 남북협력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가 '남조선 당국'에 있다고 비판한다. 남북교류 및 대남공작 담당인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2일 담화에서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 보따리만 풀어놓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며 "자기가 한 말과 약속을 리행할 의지가 없고 그것을 결행할 힘이 없으며 무맥무능했기 때문에 북남관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8일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실린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권정혁 부장의 기고문은 더 신랄하다. 통일전선부 외곽단체인 조국전선의 중앙위원회 부장인 그는 '북남관계 파국의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에서 "력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은 다른 누구도 아닌 현 남조선 당국이 온 겨레 앞에 확약하지 않았는가"라며 "남조선 당국이 민족의 힘을 믿고 사대매국과 외세의존정책과 결별하였더라면 북남 합의들은 얼마든지 리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사대매국과 외세의존정책에 한사코 매달린 것으로 (인)하여 소중한 2년 세월이 헛되이 흘러가고 온 겨레의 기대가 이제는 실망을 넘어 분노로 바뀌었다"고 문재인 정권을 성토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경협 사업이 재개되지 않는 데는 남한 정부의 책임이 당연히 크다. 남한 정부는 미국을 의식하느라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대미 의존적 기존 관행이 문재인 정권에도 분명히 남아 있다.

남북 경협 재개 안 되는 근본 원인, 미국의 대북 제재 

하지만 남북경협이 재개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미국의 대북제재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코로나 19 방역을 위한 마스크와 방호복 생산을 위해 개성공단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대북제재가 우선이라며 손을 내저은 쪽은 미국 국무부였다.

3월 14일 <미국의 소리(VOA)> 기사 '미 국무부,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주장에 유엔 결의 이행해야'에 따르면, 국무부 관계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제연합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할 것이 요구된다"고 한 뒤 "미국과 동맹국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관련된 노력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말로 공단 재가동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는 남북협력을 가로막는 최대 원인이 미국의 대북제재라는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개성공단 기업인들 모임인 개성공단협회는 작년 4월 8일 개성공단에 대한 대북제재의 예외를 요구하면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 역시 남북 교류를 막는 궁극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일차적으로 북한과 미국 문제다. 대북제재가 유엔 안보리 결의 형식을 띠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막는 장애물은 바로 이 대북제재고 이 문제의 일차적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므로, 남북협력 부진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는 북한 태도는 이런 상황을 도외시한 결과다.

지난 2년간 북한은, 물론 쉽지는 않지만, 대북제재의 실마리를 풀 기회가 없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 차례나 만났다. 세 번째 만남인 작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은 마치 지나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고 가는 것 같은 형식이었다.

2년간 적지 않게 또 격의 없이 만났지만, 북한은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대북제재를 풀지도 못했고 약화시키지도 못했다.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으니, 북한도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관계 정상화를 이룬 베트남 및 쿠바와 대조를 이룰 만하다. 베트남은 미국에 패전의 수모를 안겼고, 쿠바는 미국 코앞에서 공산주의 국가를 운영했다. 두 나라는 북한 못지않게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베트남과 쿠바, 어떻게 미국과 경제 활로 텄을까 

그런데 두 나라는 핵 개발 없이도 미국의 경제제재를 풀고 국교 수립을 이뤘다. 물론 미국과의 국교 수립이 지상(至上)의 가치를 띠는 일은 아니지만, 이들은 이를 통해 경제적 활로를 트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양국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취한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외교적인 데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양국과의 관계 수립이 미국 기업들의 활로 모색에 유리하며 대(對)중국 견제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 드는 시점에 이르러 국교 수립을 결심했다. 이 같은 경제적·외교적 요인이 미국 여론을 움직이는 동력 중 하나가 됐다.

북한은 상당한 경제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하자원 매장량이 풍부하다. 그런데 지난 2년간 북한에서는 미국을 끌어당길 만한 움직임이 뚜렷이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북한 경제의 잠재력과 북미 협력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대북제재의 종결 가능성을 그런 식으로 시사했다. 이는 북한의 환심을 끌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기업들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 재계와 여론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의 또는 역량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북한의 역량 부족에도 기인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남한 정부뿐 아니라 북한 정부도 백악관을 움직이는 데 한계를 갖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조국전선 부장의 글에 "남조선 당국이 민족의 힘을 믿고 사대매국과 외세의존정책과 결별하였더라면"이라는 대목이 있다. 그가 언급한 '민족의 힘'은 사실상 '북한의 힘'이다. 그 글에서도 볼 수 있듯 북한은 남한이 북한을 믿고 따르기를 원하고 있다. 북한 역시 대미 관계에서 역량 부족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북한 역시 최근 2년간의 호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고 대북제재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것이 한 가지 원인이 돼서 남북경협이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남북관계 부진을 남한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남북 양쪽에 책임이 있고 남북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북한이 쏟아내는 말들에서는 남북경협 부진 원인에 대한 이해 부족과 더불어. 남한 사회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인식 부족도 상당히 많이 노출했다. 김정은 복심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는 남한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에 대한 이해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13일 담화에서 그는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와 같은 표현을 쏟아냈다. 지금의 긴장 관계를 앞으로 무한정 지속시킬 것도 아니면서, 언젠가는 다시 웃으며 손을 내밀 것이면서도 이런 '막말'을 하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남한을 옛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남한 정권들은 국민 의사를 무시한 채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방향으로 대북관계를 운영했다. 그 시절에는 북한이 남한 정권을 신랄히 비판하고 남북관계를 단절해도 커다란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한 뒤에도, 몇 년 뒤 새로운 남한 정부와 남북관계를 재개할 수 있었다. 남북관계가 대중과 유리된 시기에는, 남북관계를 파탄 직전까지 몰고 간 뒤 다음 정권 때 극적으로 되살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북한 지도부, 급상승하는 국민의 정치적 역량 충분히 고려하고 있나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는 질적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중의 정치적 역량이 급상승하고 있다. 국민들의 의사가 국정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한반도 평화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남한 국민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한 국민의 의지에 따라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한미관계도 점차 바뀌는 상황에서 '남조선 것들을 믿을 수 없다'며 남북관계를 파탄시킨다면, 이것은 문재인 정권뿐 아니라 남한 국민들과도 동시에 척을 지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남북관계를 오래도록 중지시키는 무리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남한 국민들이 대외관계의 주역으로 서서히 등장하는 상황에서 남한 국민들을 자극하고 불쾌하게 만든다면, 지금의 앙금이 문재인 정권 이후에도 남북관계의 장애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현 정권과는 그만 만나고 다음 정권 때 다시 생각해보자는 식의 접근법이 더는 통용되기 힘든 게 바로 지금이다. 2년 뒤 정권은 바뀌어도 국민은 바뀌지 않으며, 그 국민의 정치적 역량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남한 국민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표현들이 북한의 대남 성명에 가득하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국민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걸 고려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북한 지도부는 민족 정통성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 자부심이 남한 정권에 대한 막말을 낳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정통성은 남한 국민에게도 똑같이 존재한다. 한민족은 북쪽뿐 아니라 남쪽에도 산다. 민족의 정통성을 함께 가진 남한 국민들을 불쾌하게 하는 대남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압력으로 인해 민족협력이 지지부진한 이때, 북한이 해야 할 일은 남한을 한심하다며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다. 남북협력 부진의 책임이 북한에도 있음을 인정하고, 북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북미 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이 대미 관계를 개선하고 남한 국민들에게 민족협력 가치를 입증한다면, 남북관계가 훨씬 수월하게 발전할 것이다.

민족협력이 한층 더 절실한 이 시기, 동족을 협박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 역시 냉전적 사고에 갇혀 있다는 걸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다. 북한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녹록지 않은 세계정세 속에서 남북이 함께 살 방도를 강구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 북한의 할 일은 손가락질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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