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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모두 잘 사용하고 계신가요? 코로나19 비상사태로 모두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은 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행정안전부가 5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외식과 장보기(50%)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의료(10.4%), 의류(5.4%), 주유(5.4%), 교육(3.6%), 여가(2.9%) 등이 뒤따랐습니다. 음식이 필수적이지만 집마다 우선순위는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현금지원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현금지원은 가장 가난한 국가들을 돕는 혁신적인 인도적 지원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전 국민이 인도적 지원을 경험하게 된 지금, 현금지원이 한국 밖 최빈국의 취약계층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식비보다 급한 생활비가 있을까?

코로나19를 비롯해 각종 비상사태는 이동을 제한합니다. 이동제한은 소득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축이 있거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중산층은 위기를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용직 노동에 종사하고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버틸 체력이 없습니다. 빌릴 수 없다면 결국 어렵게 마련한 예물과 자산을 팔아야 합니다. 이 때 현금지원은 훌륭한 완충장치가 되어줍니다.

식비 외에 대표적인 고정비로는 집세가 있습니다. 최빈국의 취약계층은 시골에만 살지 않습니다. 오랜 분쟁과 가뭄에 지친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합니다. 케냐, 아이티, 방글라데시 등 수도에는 거대한 빈민촌(슬럼)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을 통해 월세와 식비를 충당합니다. 집세를 못 내면 가족들은 거리로 쫓겨나죠. 이 곳에서도 현금지원은 식비에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현금지원 덕분에 식비에 들어갈 돈을 줄일 수 있었고, 줄어든 소득에도 불구하고 집세나 임대료를 내며 가족을 지키고 있습니다.

현금은 자율성을 높입니다. 물자를 지원하면 지역경제를 교란할 수도 있지만 필요한 물품으로 교환하면서 가치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현금은 가치 손실이 없을 뿐 아니라, 가정마다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합니다. 현금을 사용하면서 참여자들은 수동적인 수혜자에서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게 됩니다.

현금지원은 지역경제를 지탱한다

시야를 넓히면, 현금은 지역 시장을 지켜줍니다. 비상사태에 수요는 실종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금 부족으로 일시적으로 구매력이 감소한 것이지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현금지원은 지극히 일상적인 최소한의 소비를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그 소비로 최소한의 공급과 유통이 유지되면, 상인들이 버티고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지역이나 용도를 제한한 것도 같은 까닭입니다.

현금이 시장의 숨통이 되어주려면 공급을 담당하는 상인들을 지원하는 접근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아래 '컨선')는 현금지원 프로그램 도입 전에 먼저 현지 물류 상황을 파악하고 정기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소매상들에게 재정적 또는 운영상의 어려움은 없는지 살피고 수입, 상품가격, 공급망 등에 대한 정보를 현지 정부와 교환하며 위기를 함께 돌파할 수 있도록 민관을 연결시킵니다. 동시에 연령, 성별, 장애 등 요인에 따른 불편함은 없는지도 함께 체크합니다.

소말리아와 같은 취약국가에서는 현금이 특히 효과적입니다. 전국 단위의 정책과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소말리아는 물자지원 방식에 한계가 많습니다. 때문에 지역 단위의 시장을 세우는 것이 가장 실용적입니다. 현금을 지원받은 누구나 지역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됩니다. 이는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농부, 상인 및 상점 주인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열어주어 지속가능한 시장으로 연결됩니다. 지역 시장 덕분에 소말리아는 2017년 기근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컨선은 소말릴란드에서 현금으로 음식과 식수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점상을 지원한다.
 컨선은 소말릴란드에서 현금으로 음식과 식수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점상을 지원한다.
ⓒ 컨선월드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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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정착촌에도 시장은 있다

난민이나 국내실향민이 거주하는 비공식 정착촌 안에도 시장은 존재합니다. 레바논 북부에는 시리아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은 시리아 난민들의 임시 정착촌이 있습니다. 이미 9년이 흐른 이 곳에서는 현금지원과 지역경제가 교차해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부시라(가명)는 8년전에 레바논에 정착했습니다. 그녀는 엄마와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고, 남편과는 떨어져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가장이 된 부시라는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랐습니다. 컨선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시라는 작년에 정착촌 외곽에 작은 식료품 가게를 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창업훈련을 받으며 저도 강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잘 견뎠어요. 그 과정을 통해 '나도 사업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요." - 부시라(가명), 시리아 난민

지난 3월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레바논은 코로나19와 함께 경제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고 필수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게를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만 작은 상점들이 무너지면 생필품을 구할 길이 없습니다. 현금지원 프로그램은 지역 시장과 공동 운명체입니다.
 
"매달 임대료를 내는 것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어요. 이 경험을 살려서 나중에 꼭 시리아에서 제 사업을 할 거예요." - 부시라(가명), 시리아 난민
 
 부시라는 레바논 주민과 시리아 난민에게 콩, 향신료, 사탕 등을 판매하고 있다.
 부시라는 레바논 주민과 시리아 난민에게 콩, 향신료, 사탕 등을 판매하고 있다.
ⓒ 컨선월드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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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장윤석씨는 국제인도주의단체(NGO) 컨선월드와이드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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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과 언어를 넘어 자유, 돌봄, 공공재의 주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제인도주의단체에서 최빈국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공동체의 힘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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