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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라 작가는 결손 가정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관심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유튜브 등을 통해 살아나고 있어 희망을 본다며 더 많은 실천적인 움직임이 있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말했다.
 임나라 작가는 결손 가정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관심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유튜브 등을 통해 살아나고 있어 희망을 본다며 더 많은 실천적인 움직임이 있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말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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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라 작가의 감성동화 <무화과 나무집>이 유튜브 <유감독의 문화극장>을 통해 다양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이 동화는 임나라(71) 작가가 20여 년 전 <성남 만남의 집>을 후원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에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은 작품이다.

지난 6일 횡성의 라임(Rhyme) 하우스에서 임나라 작가를 만났다. 임 작가는 265m의 산중턱의 하늘과 산과 햇살이 웃음 짓고 꽃과 새들이 노니는 곳에 목조주택을 짓고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임나라 작가와 이곳을 산책하며 <무화과 나무집> 이야기와 작가의 근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 1997년은 외환위기로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상실한 아픔을 겪었습니다. 해체된 가정이 부지기수였고요. 그처럼 어려운 시기에 후원을 시작하셨어요?
"1997년은 저에게도 어렵고 힘든 시기였어요. 한편으로 새로운 해였답니다. 건축전문인들과 함께 국민대학교 강남교육관 목조건축디자인센터를 개설하여 시작했거든요. 미국임산물협회(AFPA)와 여러 분의 도움이 있었죠. 저는 평소에 '건축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말을 좋아할 만큼 건축 분야를 아주 좋아했고 센터에서 홍보와 운영 역할을 맡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갑자기 현업에서 일손을 놓게 된 건축가•건축사들이 목조건축의 신공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든요. 그즈음 서울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수녀님과의 인연으로 결손가정 아이들이 사는 <성남 만남의 집>에 후원을 하게 됐어요. 이 일에 여럿이 동참하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그 의미가 크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곳은 뜻있는 분들의 후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센터 강의실 뒤에 '노란 나눔의 상자'를 비치했어요. 상자는 만남의 집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함이었어요. 감동적이었던 것은 많은 수강생이 상자에 마음과 정성을 모아주셨다는 거예요. 경이로움이었죠."

- 성남 만남의 집 외에 요셉의원을 돕는 잡지 <착한이웃>에 연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봉사를 하셨는데요, 선생님께 영향을 주신 분이 궁금합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지요. 돌아보니 제가 어렸을 때 제 눈에 비친 아버님의 속 깊은 나눔과 어머님의 살뜰한 배려가 제 안에 내재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집은 동네 입구의 첫 집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동네로 들어오는 온갖 장수들이 우리집에 들렀는데 어머니는 이분들한테 밥을 해주시고 안방의 윗목을 내어주시며 자고 가게 하셨어요. 아버지는 면사무소에서 근무하셨고 동네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름을 지어주셨는데 그때마다 먹거리를 가지고 가셨고요. 당시 너나할 것 없이 빈궁하고 배고프던 시절이었어요."

- 만남의 집은 20년 이상 후원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인상 깊은 일도 많으셨겠어요.
"1998년 어느 날이었어요. 수녀님께서 마당에 평상이 필요하다고 하시더군요. 고민 끝에 100여 명 정도 되는 수강생(수료생 포함)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형편 되는대로 후원을 바란다는 긴급 연락을 했어요.

그런데 이틀 만에 35명이 후원금을 보내줬어요. 수강생들이 평상도 제작해 줬고요. 모두 기적 같은 일이었죠.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회사에 초대해 각종 요리를 만들고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주신 대기업 식품회사의 전무님과 담당 직원도 기억납니다."

- 만남의 집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이들 마음에는 항상 가족과 집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가 살고 있었어요. 부모의 이혼, 학대 및 폭력, 알코올 중독, 빈곤, 장애 등으로 인해 부득이 어린 나이에 집에서 나와야 했고 그로 인한 부모의 역할 부재는 큰 아픔이고 고통이지요. 아이들은 슬픔을 속으로 삭여요. 그러다가 먹고 자는 데에 대한 걱정이 없는 따듯한 그곳 생활에 익숙해지지요. 저희들과도 조금씩 친해지고요.

청각장애를 가진 아빠, 말을 못하는 엄마와 살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도 말을 할 줄 몰라 수녀님들이 데려 와 키운 아이도 있었지요. 그 아인 학교에서 반장을 하고 전문대학에 장학생으로 들어갔을 땐 제 일처럼 기쁘더군요. 수강생으로 온 젊은 건축과 교수는 폼포드를 이용한 모형제작 실습을 통해 아이들이 각자 살고 싶은 집을 지어보게 해주셨어요.

그때 아이들은 집에 대한 예쁜 꿈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것은 누구나의 소망이지요. 그리고 애초에 단순히 후원금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꿈을 찾도록 돕는데 의미를 두었기에 아이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 했어요. 돌아보니 모두 소중한 추억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기록해놓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 안타깝게 2018년 성남 만남의 집이 문을 닫게 됐다면서요.
"'후원자 수가 줄어들어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고 들었어요. 마지막 후원자가 총 2명이었는데 그 중의 한 곳이 우리 목조건축디자인센터라고 하더군요. 그곳이 문을 닫자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해요. 가슴이 먹먹한 일이지요. 아울러 우리 국민의식은 무척 세련됐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부모가 아이들을 양육할 수 없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보금자리(쉼터)마다 아이들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고요. 아이들이 가정 폭력, 아동학대 등에 노출돼 있어도 그 아이들을 데려오는 데 어려움이 있지요. 그런데도 희망을 갖는 것은 최근 이러한 문제가 언론에 공개되고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결손 가정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좋은 쉼터나 아동학대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과 실천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임나라 작가는 횡성의 라임하우스에서 손주들과 같이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를 읽은 후 캐릭터를 그리고 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임나라 작가는 횡성의 라임하우스에서 손주들과 같이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를 읽은 후 캐릭터를 그리고 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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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임나라 작가는 천안여고 재학 시절부터 월간잡지 <여학생>(1965년~1990년)의 <여학생문학상>에 소설이 당선되는 등 문학에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1984년 <서울신문>과 1985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동화로 등단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하늘 마을의 사랑>, <무화과 나무집>, <사랑이 꽃피는 나무>, <광덕 할머니의 꽃자리>, <남이의 징검다리> 등의 동화집과 소실된 백제 정림사의 건축과정 그림과 건축이야기를 담은 <정림사 절 짓는 이야기>와 <거짓말 삽니다>(공동저)가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원으로 작품 활동을 하며 한국조형예술신문 편집장을 맡고 있다.   

- 선생님은 사회성이 짙은 이야기를 차분한 어조로 풀어내어 데 탁월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동화 속 주인공의 깊은 슬픔 속 담담함이 오히려 울림을 줍니다. 따듯하고 올곧은 이웃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지혜를 엿보기도 합니다.
"'남이의 징검다리'는 1970년대 초 충청도 시골의 한 방물장수 딸이 프랑스로 입양됐지만 멋지게 성장하여 돌아오는 이야기에요. 한 명 아이를 기르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격언을 떠올릴 수 있지요. '광덕 할머니의 꽃자리'는 저의 언니를 모델로 하여 재구성한 동화에요.

언니가 열네 살, 일제 말기 때, 당시 천안의 면사무소에 근무하시던 저의 선친께서 광덕면으로 전근 가실 때 언니를 데리고 가셨어요. 광덕면은 천안에서도 삼십 리를 더 들어가야 하는 깊은 산골 마을인데, 언니를 위안부(당시 정신대)로 끌려가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로서의 최선의 노력이었죠. 언니는 우여곡절 끝에 끌려가진 않았지만 학업을 포기해야 했고 그것은 언니에게 평생의 모진 한으로 남았어요. 그 시절엔 그런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어요."  

- 동화작가로서 오랜 세월 창작 활동을 하시면서 20여 년 넘게 목조건축 관련 일도 병행하셨습니다. 문학과 건축의 상관 관계를 많이 느끼셨겠어요.
"문학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지요. 인간의 기억 속에 저장돼 있다가 적재적소에서 튀어나와요. 또 건축은 일반인들이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인간은 집에서 살고 있고 어떤 공간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 정서도 달라지지요. 건축과 문학은 '인간이 좀 더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지향점, 인간의 삶에 천착한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어요."

- 최근 한국독서치료학회에서 독서치료과정도 공부하셨지요.
"손주들과 같이 '오즈의 마법사'를 읽은 후 캐릭터를 그리면서 노는 시간을 가졌어요. 보통은 책을 읽은 후 혼자 생각하거나 독후감을 작성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이 과정은 여러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 작품 속 등장인물을 자기 삶에 대입해 보는데요, 책 속의 활자가 나와 주변 사람의 이야기로 살아나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책은 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곤 합니다."

- 현재 준비하시고 있는 작품 소개와 바람이 궁금해요.
"최근에는 우리 역사, 특히 고조선시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 여러 해 동안 자료 모으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단편동화로 몇 편 썼고요. 또 1700년대 정조시대에 살았던 우리 임씨 문중의 여성 성리학자에 대해 쓰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 문학인을 꿈꾸는 젊은이, 그 길에 서 있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책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강한 힘이 있어요. 독서치료 과정에 참여하면서 온라인에 올라오는 젊은 선생님들의 글과 근황을 읽으며 희망을 봅니다. 도전도 받고요. 정말 치열하게 책을 읽고 쓰고 그리더군요. 존경합니다. 그렇게 문학의 힘을 믿고 열심히 읽고 쓰셨으면 좋겠어요."

문학과 건축계의 산 증인인 임나라 작가는 며칠 전 "최근 독서치료 과정을 마쳤다며 그것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싶고 문학과 건축이 놀이처럼 좀 더 쉽고 편하게 아이들과 대중들과 어우러지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며 "최근 결손 가정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어 정말 다행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임 작가의 쉼 없는 나눔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태그:#임나라 작가 , #무화과 나무집,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센터, #한국독서치료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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