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코로나19 치료제 "덱사메타손" 효과 입증을 보도하는 영국 BBC 뉴스 갈무리.
ⓒ BBC	관련사진보기

 
항염 치료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각) 영국 옥스퍼드대가 주도하는 연구팀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입원 환자 2천 명에게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투여한 뒤 그렇지 않은 4천 명의 환자와 비교한 결과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의 사망률이 28∼40%,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률이 20∼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쁜 코로나19 환자의 절반이 살아남지 못하므로 이는 매우 큰 성과이며, 영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덱사메타손을 사용했다면 최대 5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덱사메타손, 효과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

1960년대부터 류마티스 관절염, 알레르기 비염, 피부 질환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값비싼 신약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저렴한 스테로이드라는 것이다.

연구팀의 피터 호비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된 유일한 약물로써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라며 "한 번 투여하는 데 5파운드(약 7천600원)면 된다"라고 말했다. 

수석 연구원인 마틴 랜드레이 교수도 "덱사메타손은 전 세계가 이용할 수 있다"라며 "특히 가난한 나라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산소 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됐던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심장 이상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지적됐고, 항바이러스 약물인 렘데시비르는 회복 기간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공급이 제한적이며 가격도 결정되지 않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의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치료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럽다"라며 "만약 2차 유행이 올 경우 덱사메타손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곧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구체적인 덱사메타손 투여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