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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락사무소 뒤쪽 15층짜리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외벽 유리창이 폭파 충격으로 부서지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모습 보도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락사무소 뒤쪽 15층짜리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외벽 유리창이 폭파 충격으로 부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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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30분 전인 16일 오후 2시 20분.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만났다. 기자들의 관심사는 온통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던 남북관계'에 쏠려 있었다.

특히 '대북특사 파견'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상현 무소속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위기의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특사 파견이나 친서 교환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1년여 전에 대통령이 직접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바도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지금 청와대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특사 파견 이야기가 나온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 관계자의 답변은 '현재까지 청와대가 대북특사 파견 카드를 검토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로 해석됐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남한 당국이 지난 15일 북한에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했다고 북한이 전격 공개한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 "특사 파견과 같은 비현실적인 제안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 호치민 묘소의 김여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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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영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 17일 치 기사에 따르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15일 남한 당국은 '통지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는 뜻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

대북특사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특정하면서 "방문 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 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대리인격인 김여정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이렇듯 다급한 통지문을 발송"한 것을 "불순한 제의"라고 판단해 "철저히 불허한다"라는 답변을 보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남조선 당국이 특사 파견과 같은 비현실적인 제안을 집어들고 뭔가 노력하고있다는 시늉만 하지 말고 옳바른 실천으로 보상"하라고 '경고'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지금 특사 파견 이야기가 나온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라고 답변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관계자가 대북특사 파견 검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제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말한 대목이다.
 
- 정상회담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은 뭔가?
"이미 (문 대통령이) 제안한 상태다. (그러니까) 당연히 유효하다."

- 한두 달 전에 제안한 것이 아니라 1년이 훨씬 넘은 (제안인데).
"답변 드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실행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관계자의 답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위기의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북특사 파견'보다는 '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남북 정상의 결단을 통해 위기의 남북관계를 돌파를 시도하리라는 관측이다. 

북쪽은 김여정이 나서고, 남쪽은 NSC를 대통령이 주재하지 않고... 여기에 담긴 뜻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4.27판문점선언 1주년 즈음이었던 2019년 4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국무회의 주재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4.27판문점선언 1주년 즈음이었던 2019년 4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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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제안했다는 남북정상회담은 1년 2개월 전인 지난 2019년 4월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등에서 언급한 '제4차 남북정상회담'을 가리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4월 12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조만간 제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어 같은 해 4월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다"라고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의지, 북미대화 재개와 제3차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사실을 언급하면서 "서로의 뜻이 확인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나는 또 한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한 제4차 남북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역사적인 첫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과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남겼다.

이렇게 무산됐던 제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최근 청와대 관계자가 언급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북한이 대북특사 파견 제안을 거절하자 '탑다운 방식'으로 위기의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남북 정상이 결단해서 위기의 남북관계를 다시 되돌릴 여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섰고, 남한에서는 북한에 '강력 대응'을 경고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북 정상간 대화의 여지는 남겨뒀다고 볼 수 있다.

정상회담과 회동 등으로 네 차례나 만난 남북 정상의 신뢰가 파탄나지 않는 이상 두 정상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제안한 남북협력사업, 저희가 철회한 적 없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이었던 2019년 4월 27일 오후 파주시 진서면 판문점 도보다리위에 1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테이블이 보이고 있다.
▲ 남북 정상이 앉았던 자리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이었던 2019년 4월 27일 오후 파주시 진서면 판문점 도보다리위에 1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테이블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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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위기의 남북관계를 풀어갈 남북협력사업과 관련해 앞서 언급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했고, 취임 3주년 특별연설 후 문답에서도 일부 사례를 거론했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 취임 3주년 특별연설 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도 남북간 철도 연결과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 개별관광 추진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 중에 제안형태로 나와 있는 것들은 저희가 제안을 철회한 바 없다"라며 "물론 남북협력사업이 여기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좀더 달라질 수도 있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제 6.15 공동선언 20주년 대통령 연설문에 있는 내용이지만 '6.15 남북공동선언과 4.27 판문점선언은 각고의 노력 끝에 남과 북이 함께 일궈낸 남북 공동의 자산이자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문 대통령의 말씀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었던 15일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과 기념식 영상 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라며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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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4차 남북정상회담, #대북특사 파견, #문재인,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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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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