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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입학한 아주대학교 로스쿨 9기 정종훈씨. 그는 로스쿨의 학사운영의 문제에 맞서 싸우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며 예비법조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바른 자세가 무엇인지를 오래 고민했다고 말했다.
 2017년 입학한 아주대학교 로스쿨 9기 정종훈씨. 그는 로스쿨의 학사운영의 문제에 맞서 싸우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며 예비법조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바른 자세가 무엇인지를 오래 고민했다고 말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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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으로서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로스쿨의 첫 자발적 제적자' 정종훈씨의 말이다. 정씨는 최근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제적됐다. 모교의 학사 운영이 부정의 하다고 판단해 3학년 과정 재등록 지시를 거부하자 학교 측은 내용증명을 통해 제적 처분을 통보했다.
 
아주대 로스쿨은 이른바 '잘나가는 로스쿨'이다. 2018년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이어 4위를 기록할 만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높았다. 그 덕에 교육부 로스쿨평가위원회로부터 우수 로스쿨로 평가받기도 했다.

합격률 비책에 관해 아주대 로스쿨 측은 한 언론에서 "교수진이 변호사시험 합격에 초점 맞춰 학생들을 일대일 개별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진짜 비책은 따로 있어 보인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이들만 선별해 졸업시키는 개별통제 장치 덕에 합격률이 높아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아주대 로스쿨 3학년이던 정종훈씨는 원장실로 호출됐다. 원장은 특정 과목들의 점수가 낮으니 변호사시험장에 들어가지 말고 3학년 과정을 재등록하라고 했다. 변호사시험을 불과 3주 앞둔 시점이었다.

원장이 언급한 과목들은 '민사분쟁해결'과 '형사분쟁해결'. 수업 없이 평가만 이뤄져 공식적인 이름에도 불구하고 '종합평가'로 통용되는 과목들이었다. 학교 측은 '강평(시험 해설)'을 수업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강평을 제외하면 수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강의계획서에는 분쟁해결을 위한 구체적 수업들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정씨에 따르면 계획서상의 수업이 실제로 이뤄진 일은 없다. 그저 그 과목들에선 변호사시험과 유사한 학교 자체 모의시험과 그 강평만이 한 차례씩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학점이 부여됐다.

더욱이 그 학점은 '민사분쟁'이나 '형사분쟁'을 해결하는 능력에 대한 평가와 무관해 보인다. 정씨에 따르면 이는 아주대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조금이라도 높아 보이게 하려는 '장애물 놓기'에 불과하다.

아주대 로스쿨의 '최종병기'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아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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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로스쿨생들은 6월, 8월, 10월 변호사시험 모의고사를 치른다. 정종훈씨에 따르면 그 성적과 위 과목에서 치른 한 차례의 시험(아주대 로스쿨 자체 모의고사) 성적을 놓고 교수들이 '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을 선별한 뒤 변호사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자 의도적으로 F학점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위 과목들은 합격률 착시효과를 위한 아주대 로스쿨의 '최종병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아주대 측은 "교수들이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학점을 부여한 것"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이는 정종훈 학생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도 확인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처분은 긴급한 구제를 위한 임시처분일 뿐 가처분 불인정이 곧 아주대 로스쿨의 학사 운용에 대한 적법 인정은 아니다. 또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정씨의 학위 인정에 관한 본안소송을 공동대리하고자 관련 절차를 검토하고 있어 본격적인 법적 분쟁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아주대 로스쿨의 'F학점 꼼수'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정종훈씨는 3학년 1학기까지 F학점을 받은 일이 없다. 3학년 2학기의 다른 과목들에서도 마찬가지. 특히 그 학기에 로스쿨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민사 과목에서는 A학점을 받기도 했다. 또 6월 변호사시험 모의고사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이른바 '졸시 통과자'이기도 하다. 

적어도 아주대 로스쿨의 최종병기가 작동되지 않았다면 정씨 등이 F학점을 받고 미졸업자가 되어 변호사시험장에 들어설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정씨는 모교 로스쿨의 문제를 세상에 알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제적자가 되어 법조인의 길을 가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불합리한 학사 운영에 침묵하는 것은 예비법조인의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동기 아이들이 졸업 자격이 충분함에도 무려 1/4이나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변호사시험장에 들어서지조차 못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씨는 졸업 자격에 관한 위원회에 출석해 "끝까지 모든 학생들이 함께 완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전원 기각으로 정씨를 비롯한 아주대 로스쿨 졸업자격 탈락자들의 학위취득 요구는 거부되었다. 그 자리에는 정씨와의 면담에서 "대를 희생하느냐 소를 희생하느냐가 문제"라며 "학교가 자선사업단체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 교수도 있었다. 

합격률을 높아 보이기 위한 꼼수

로스쿨 교육과정의 파행운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한 로스쿨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른바 로스쿨의 '졸시칼질'은 로스쿨생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졸시칼질'이란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조금이라도 높아 보이기 위한 일종의 '분모 줄이기 꼼수'다.

해마다 전국의 25개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하는데, 분모를 입학정원이 아닌 졸업생으로 제한하면 합격률이 높아 보이게 된다. 이를 위해 상당수의 로스쿨이 교육과정을 무사히 이수한 졸업예정자들을 그대로 졸업시키지 않고 졸업시험이라는 미명하에 모의시험 성적으로 합격 가능성을 예단한 뒤 '수료자'로 만들어 신림동으로 향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이런 편법은 한층 심화되어 왔다. 사실 아주대 로스쿨의 3학년 2학기 분쟁과목의 F학점 부여를 통한 합격률 높이기 꼼수는 10년간 지속되어온 편법이다. 하지만 합격률이 높던 1~2기 때에는 부당하게 졸업 자격을 박탈당하고 변호사시험 응시권을 침해받는 이들이 적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던 이 편법이 합격률이 낮아진 최근 몇 년간 상당수 학생을 잘라내며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로스쿨 교육이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은 지 이미 오래다. 실무적 변호사를 양성하겠다던 로스쿨의 실무수업은 교수가 빨간펜 선생님이 되어 답안지를 채점해주는 수업으로 변질됐고 전문적 변호사를 양성하겠다던 로스쿨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은 전공과 결합된 법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럴까? 대체 왜 로스쿨 교수들은 오로지 변호사시험 합격률만 염두에 두고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대체 왜 로스쿨생들은 고액의 등록금을 내고도 로스쿨다운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오로지 시험공부만 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2020년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알려진 53%는 각 로스쿨과 법무부가 의도적으로 분모를 줄여 산출한 기만적인 수치다. 3년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도 졸업 자격을 박탈해 시험장에 못 들어간 이들의 존재를 아주대 로스쿨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근본 원인은 법조계의 기득권 옹호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앞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등이 주최해 열린 '로스쿨 개혁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2.18
 지난 2월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앞에서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등이 주최해 열린 "로스쿨 개혁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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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로스쿨들을 놓고 보면 이런 미졸업자들이 2020년 현재 1112명(2020년까지 전국 로스쿨 전체 입학자는 1만8000명, 졸업자는 1만6888명)이다. 졸업자 1만6888명 가운데 졸업 후 5년이 지나 '교육의 효과가 소멸'했다며 변호사시험에 응시 못 하게 한 변시 평생응시금지자가 2020년 현재 891명이다.

이들만 분모에 넣어도 2020년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33.23%로 확 떨어진다(분자 : 합격자 1768명 / 분모 : 응시자 3316명 + 미졸업자 1112명 + 평생응시금지자 891명).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받아 시험장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한데도 시험응시권을 박탈당하는 이들이 2003명이란 얘기다.

시험응시권을 박탈하고 합격률을 기만하는 이면에는 합격률이 높아 보여야 신규 변호사의 수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지 못할 것이라는 법조계의 계산이 숨어 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바로 신규 변호사 수를 최대로 줄여 특권을 유지하려는 법조계의 기득권 옹호에 있다. 

로스쿨은 전문적이고 전인적이며 실무적인 양질의 법조인을 많이 양성하고 배출하여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문턱을 낮추고자 설립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로스쿨은 타인의 고통에 눈감고 불의에 타협하며 그저 살아남으려는 법조인이 아닌 양질의 법조인 배출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이 배출하지도 않아 로스쿨로 인해 법률적 삶이 얼마나 더 좋아진 것인지 시민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기득권 법조인들의 특권 사수를 위한 변호사 수 통제는 시민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한다.

아주대 로스쿨의 첫 자발적 제적자인 정종훈씨가 드러낸 로스쿨의 이면에 대해 로스쿨 교육자들과 법조계에 묻고 싶다. 시민의 법률생활 측면에서 사법개혁을 이루고자 고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그 로스쿨이 지금의 로스쿨 맞느냐고.

덧붙이는 글 | 박은선 시민기자는 양질의 법조인을 많이 배출해 국민의 법률적 삶을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www.lawlowyer.net)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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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이제 막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odette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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