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기억>의 한 장면

<백년의 기억>의 한 장면 ⓒ 전국예술영화관협회

 
언제부터인가 남북이 함께 등장하는 이야기는 정치적 이념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남북 정상이 한자리에 만났을 때도,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도, 아니면 상대를 향해 험한 말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도 사건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엇갈리곤 했다. 한민족의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주장과 해석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힘든 순간들을 우린 몇 번이나 마주하곤 했다.
 
11일 개봉하는 <백년의 기억>(감독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앞에서는 보수와 진보 같은 정치적 단어는 잠시 잊게 된다. 한반도의 역사를 두고 국가와 이념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백년의 기억>은 지난 100년간 한반도에서 남북의 중요 역사적 사실들을 연대기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남북한 정부 수립, 6.25전쟁,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등 굵직굵직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명한다.

남북의 역사적 사실이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
 
 다큐멘터리 <백년의 기억>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백년의 기억>의 한 장면 ⓒ 전국예술영화관협회


프랑스·독일의 공영방송에서 방송기자로 근무하던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이 방송사의 제안을 받아 제작했다. 한국, 북한,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에서 아카이브 자료를 구하고 한국과 북한 등을 방문해 10여 명을 인터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문정인 정치학자 등 비롯해 북한의 통일 관련 전문가, 군인 등이 고르게 등장한다. 누구나 한 번씩 배우고 들었던 남북한의 역사적 사실인데 새로운 이유다.
 
남북한의 연대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편집 방식도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북한 어린이들이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생가를 순례지처럼 방문하는 장면 바로 뒤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의 장면이 나온다. 남북은 다르다고 하지만 어떤 모습들은 이렇게 닮았다.

남북은 같은 땅덩어리였다. 같은 역사를 경험했다. 19세기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략에 맞닥뜨리고 있었던 한반도와 남북으로 나뉜 지금도 주변국들로부터의 간섭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6.25 전쟁 후 오래된 배고픔을 겪으면서 가난에서 구해줄 절대적인 지도자를 찾고 있었다는 점도 말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지금의 남북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립과 평화의 끈을 밀고 당기기를 하는 지금 이 순간을 말이다.
 
 다큐멘터리 <백년의 기억>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백년의 기억>의 한 장면. ⓒ 전국예술영화관협회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한반도 이슈를 더 잘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북한이 서로를 이해하고 말을 건넬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백년의 기억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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