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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 어선원 인권침해와 불법어업 실태 고발 기자회견 모습
 이주 어선원 인권침해와 불법어업 실태 고발 기자회견 모습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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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해상 조업시간, 항해시간, 항해거리 부문 1위" - 전 세계 상위 25개 수산 국가 중

참치잡이를 하는 대한민국 국적 연승선들이 갖고 있는 기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바버라캠퍼스에서 2018년 상위 25개 수산국 참치 연승선의 조업형태를 분석한 결과 한국 국적선이 조업시간, 항해시간, 항해거리에서 1위로 열악한 조업환경에 놓여있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 선사들은 자랑스러워할 기록일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록이다. 선상 노동 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그렇다. 

지난 5월 중국 참치 연승 어선 롱싱 629호에서 벌어진 인도네시아 선원 수장 사건 소식에 일반 시민들은 경악하며 중국을 욕하기 바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적선에 타고 있는 이주선원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노동과 인권유린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정의재단 등 시민단체들이 8일 공동 주최한 '한국 어선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선원 인권침해 및 불법어업 실태'에서 제기된 내용에 따르면 현대판 노예노동 및 인신매매에 준하는 계약이 실재하고 있었다.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정의재단은 지난 3년간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했던 이주 어선원들과 인터뷰 결과, 57%가 하루 18시간 이상을 일했음을 확인했다. 강도 높은 노동에도 선원의 41%는 한 달에 미화 500달러에도 못 미치는 낮은 임금을 받았다. 심지어 정해진 최저임금인 미화 457달러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선원들도 28%에 달했다. 더 나아가 손이나 물병, 스크루 드라이버 등의 둔기로 머리를 가격하고, 따귀를 때리고, 발로 차는 등의 폭력과 "xx새끼야, x발 놈아..." 등의 욕설은 일상으로 이뤄졌다. 
     
착취와 학대, 차별에도 불구하고 여권을 압수당하고, 계약 기간 중간에 하선할 경우 돌려  받지 못하는 이탈보증금 등은 이주 어선원들을 배에 묶어두는 역할을 했다. 국제법은 이러한 행위를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으며,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어선에서 발생하는 이주 어선원 인신매매에 대해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2017년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이주 어선원 여권 압수 관행을 막고, 그들이 착취당하는 것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나 시민단체의 지적이 있기 전부터 대한민국 선상 인권실태는 끔찍했고,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특별히 1996년 서사모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 15호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선상폭력 근절을 위한 강력한 정책이 나왔어야 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관계당국은 사건 원인보다는 드러난 결과에만 집중하다 현실을 외면하고 말았다. 

11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이 사건은 한국인 선원들의 일상적인 선상 폭력이 원인이었다. 이 끔찍한 사건은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선상 인권유린과 각종 국제협약 위반과 비도덕적 조업 행태 등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고, 정부의 개선책이 나왔어야 마땅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중국인 특별히 중국동포들에 대한 비난만 들끓었다. 

2011년, 뉴질랜드 해역에서 조업하던 오양 75호의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은 한국인 선원들에 의한 각종 폭력과 임금체불 등을 견디다 못해 배가 뉴질랜드에 정박한 사이 집단 하선했다. 이 사건은 뉴질랜드 언론이 연일 헤드라인으로 다뤘고, 뉴질랜드 정부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한국 국적 선박들에서의 인권침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이 사건 후에도 정부 당국은 선상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원양 이주 어선원들의 노동 조건은 점차 열악해졌다.

주야를 구분하지 않는 강도 높은 노동량, 오랜 선상 생활로 인한 향수 등은 산업화 이후 원양업계로 하여금 인력난을 겪게 하는 주원인이었다. 게다가 보합제라 하는 임금제도는 어획량에 따라 수익이 배분되기 때문에 선장을 비롯한 간부들로 하여금 무리한 조업을 강제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선사는 건조된 지 30~40년이나 된 노후화된 선박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아, 선상에서의 작업환경은 오히려 점점 후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 결과 원양 어업은 내국인이 기피하며, 이주 어선원들 노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선장이나 해기사 등 간부 직원을 제외한 선원만 따져보면 2018년말 기준으로 95%, 4053명 중 3850명이 이주 어선원이다. 그런 가운데 선상폭력과 선원모집 과정에서의 부도덕한 관행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주 어선원 인권침해는 일상이 되고 있다.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불거져도 사업주들은 오히려 큰소리치며 불법 계약서를 들이대며 이주 어선원들을 협박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의료진의 헌신, 시민들의 절제와 협조,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은 K방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 확산이 여전한 가운데 주요 7개국(G7)을 G11으로 확대 개편하자고 제안한 걸 보면 국격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유독 세계 1위니 선진국이니 하는 말을 좋아하는 대한민국에서 코로나를 겪으면서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페스카마호 살인사건 가해자들을 변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훗날 "아무리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형사 절차에서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정신이다"고 회고한 바 있다. 사회로부터 비난받던 이들을 변호하며 선상 폭력 실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살폈을 분이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도 원양어선에서의 인권침해, 폭력이 여전함은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만든다. 

모름지기 선진국임을 자랑하려면 이제는 부끄러운 세계 1위 기록들을 뒤로 해야 한다. 선상 폭력, 임금체불과 같은 인권유린과 선원 모집과 계약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 등 각종 국제협약 위반과 비도덕적 조업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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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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