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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6석을 얻었다. 20대 국회와 같은 의석수지만 다르기도 하다. 6명 중 지역구는 심상정 의원만 당선됐고 나머지 5명은 비례대표 의원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면서, 21대 국회에서 정의당 운신의 폭이 좁아질 거라는 평가도 많다. 정의당은 혁신위원회(아래 혁신위)를 꾸리고 초선인 장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앞으로 정의당 혁신위에서 어떤 활동을 펼칠지 들어보고자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강민진 혁신위 대변인을 만났다. 


다음은 강 대변인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정의당 혁신위 출범 뒤 10일... "큰 권한만큼 큰 책임감"  
 
향후 정의당 혁신위원회에선 어떤 활동을 할지 듣고자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강민진 혁신위 대변인을 만났다. 강 대변인(자료사진).
 향후 정의당 혁신위원회에선 어떤 활동을 할지 듣고자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강민진 혁신위 대변인을 만났다. 강 대변인(자료사진).
ⓒ 강민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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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4일 혁신위가 출범했어요. 일주일 지났는데 어떠세요?
"일단 정의당 혁신위라는 게 좋은 상황이 아니라 비상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보니까 굉장히 마음이 무겁고요. 당에서 혁신위에 주신 권한이 큽니다. 혁신위 혁신안은 별도 승인 절차 없이 바로 당대회에 상정시킬 수 있는 권한, 현 지도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사업을 할 권한 등을 받았습니다. 큰 책임감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 먼저 21대 총선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지난 총선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을 만나서 홍보할 수 없었고, 현역이 아닌 후보들이 주민들과 만나기에도 어려운 환경이라서 정의당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선거였습니다. 또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들이 생기면서 선거제도 개혁 취지도 무력화됐죠. 제도개혁을 해도 거대 양당이 그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다만 양당 대결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도 정의당을 뽑은 9.67%의 시민이 있으니 이들이 정의당을 지지한 이유가 뭔지, 어떤 기대인지 잘 파악해야 해요."

- 왜 정의당을 지지했다고 보세요?
"더 분석은 해봐야겠지만,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민주주의를 교란하는 꼼수에 정의당이 단호히 반대하고 원칙을 지켰다는 이유로 보내주신 지지가 있을 것이고요. 또 18세 유권자들과 여성 청년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정의당을 많이 지지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위성정당을 언급하셨는데 비례대표는 47석이고 지역구가 253석으로 훨씬 많잖아요. 지역구 선거를 신경 안 쓰고 이길 수는 없지 않나요?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는 1등만 당선이 되잖아요. 절대다수 지역구에서 큰 당만 당선이 되고, 나머지 작은 당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 표는 다 사표가 되는 문제 때문에 저희가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했던 거죠. 더구나 정의당이 비례 확보에만 신경을 쓴다는 건 상당 부분 만들어진 프레임이라고 봐요. 당선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인생을 바쳐서 지역에서 출마하고 헌신적으로 활동하신 후보들이 많아요."

-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의 지역구 후보는 70여 명 정도였는데.
"그 70여 명이 적은 게 결코 아닙니다. 당선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돈과 시간을 쓰며 출마할 후보를 70명이나 낼 수 있는 당이 정의당 말고 얼마나 더 있을지 의문이에요. 지역구 출마로 당을 알려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분들이 없었다면 정의당이 이 정도까지 오지도 못했겠지요. 이제 정의당이 어떻게 하면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게 만들 것인지가 이번 혁신위의 주요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정의당,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아야... 지역위 강화 필요"

- 그럼 지역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고 보세요?
"일단 첫 번째는 당이 크는 게 지역구 당선을 위해서도 필수예요. 일례로 이정미 전 의원 같은 경우에 인천 연수구을에서 지역 활동도 하셨고 상당 시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했음에도 타지에서 온 민주당 정일영 후보가 나와서 당선된 거잖아요. 지역구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최대한 많은 주민을 만난다고 해도 기본적인 당의 크기와 인지도라는 게 없으면 당선되기 어렵죠. 그래서 정의당이 더 많이 알려지고 성장하는 게 일단 전제 조건일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두 번째는 당 차원에서 지역 강화를 해야죠. 가장 기초가 되는 지역위원회(아래 지역위)를 어떻게 더 강화할 건지, 지역위에 어떻게 더 많은 재정 권한을 주고 책임 있는 결정에 동참하게 할지 고민해야 하고요. 또 지금은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당원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에요. 어떻게 하면 당원들이 당에 대한 일체감, 정치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할지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번 혁신위에서 지역 강화를 위한 방안을 내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지역구 선거 후보 득표율이 정의당 정당 득표보다 낮은 곳이 많은데 왜 그럴까요?
"일단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시민들이 어쨌든 문재인 정부가 방역은 잘했다고 평가를 하신 거죠. 또 정부와 방역 당국이라는 공적인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냐에 따라서 시민들 목숨과 생활이 달려 있다는 걸 절감할 수밖에 없는 시기를 한국 사회가 지나오고 있어요. 거기서 문재인 정부는 방역을 잘했고 다수 국민들은 민주당이 시민 삶의 지켜줄 수 있다고 평가했던 거고요.

반면에 미래통합당은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반정부 프레임'만 미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서 '통합당은 안 되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걸로 보여요. 즉 이번 선거는 통합당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시민들 의사가 많이 반영됐던 것이고, 지역구 경우엔 당선 가능성이 낮은 정의당에 표를 줄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겠죠. 한편 정의당이 정말 대안 세력으로서 국민에 다가가고 있었는가를 평가해 봐야 하겠죠. 그게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 국민에게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게 정의당엔 뼈 아픈 거 아닌가요?
"그게 제일 뼈 아픈 거죠. 이번 혁신위에서 제시할 방향도 사실 그거죠. 정의당이 어떻게 하면 시민과 국민에 가깝게 느껴지는 실질적인 대안 세력이 될 것인가가 중요한 거죠. 선택할만한 대안세력으로 어떻게 성장을 할 것인가 제일 큰 과제죠."

"'민주당 2중대'는 프레임일뿐... 정의당, 달라진 시대 맞는 진보정치 비전 보여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24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발족식 및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이 강민진 대변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24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발족식 및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이 강민진 대변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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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노회찬 이후 스타 정치인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기본적으로 정의당이 가진 자원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어요. 민주당 같은 경우는  민주당이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이 있지만, 정의당은 그런 게 없는 거죠. 하지만 다음 당직 선거에서는 정의당에 어떤 리더십, 어떤 정치노선과 정체성이 필요한지를 두고 경쟁이 펼쳐질 거예요. 그럼 당원들 선택에 따라 다음 리더십이 선출되겠죠."

-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 아니냐'고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세요? 
"정의당은 민주당의 왼편 또는 민주당이 더 개혁을 진보적으로 할 수 있게 추동하는 역할만 생각하면 안 되고, 정의당의 독자적인 위치와 관점을 찾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보고요. 원내 협상에 있어 정의당의 판단을 가지고 반대하거나 찬성하거나 할 수 있죠. 그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통합당보다는 민주당과 의견이 일치하는 게 당연히 더 많겠죠. 하지만 민주당 이중대 프레임이 온전히 정당하다고 보진 않아요. 그건 보수 세력이 정의당을 공격할 때 쓰는 프레임이죠.

결국은 정의당이 인물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리더십을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당이 되는 게 중요한 거죠. '어떻게 하면 리더십을 만드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당이 될 것인가', 그런 맥락에서 이번 혁신위가 지도체제·조직체계 개편을 할 예정입니다."

- 21대에서 정의당은 전과 마찬가지로 6석이지만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진 것 같은데.
"여당이 180석 가까이 가졌기 때문에 원내에서 정의당 위상이 달라진 건 맞다고 보지만, 앞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낼 때도 정의당이 6석이었잖아요. 결국에는 어떤 입법이든 국민 힘으로 이뤄내는 거거든요. 기득권 양당의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들은 있겠지만, 국민 요구가 높으면 그들도 눈치를 보고 협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을 정의당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정의당이 말하는 전국민 고용보험 문제, '그린뉴딜' 같은 부분을 어떻게 시민 피부에 와닿는 의제로 제기할 건가를 정의당이 고민해야죠."

- 정의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정의당이 양당 바깥에 정의당만의 독자적 위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50걸음 갈 때 정의당이 60~70걸음, 비슷하게 가는 방식으로는 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지금 민주당을 왼편으로 견인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정의당의 독자적인 길을 찾아내기 쉽지 않을 거라고 봐요. 시대적 과제, 일례로 코로나 뒤 달라진 세계에서 진보 정치가 제시해야 할 미래 청사진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해요. 양당 논리가 아니라 정의당의 관점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고요."

- 정의당 혁신위는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첫째로는, 정의당만의 독자적인 자리를 찾고 양당(중심) 체제를 종식시키는 게 정의당의 목표라는 걸 당당하게 국민 앞에 천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요. 둘째로 노동형태의 변화, 기후위기 등 달라진 시대에 부합하고, 이를 준비하는 진보 정치의 비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례로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노동자(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취업자 중 절반이 안 되고, 또 기존 고용관계에 포섭되지 않는 노동이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고 있죠. 

세 번째로 정의당은 노동자 기반 정당이지만, 이제는 다양한 소수자도 함께하고 있거든요. 노동해방과 성소수자 해방, 여성·이주민·청소년 해방이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 왜 함께해야 하는지를 전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보고요. 이게 당 정체성·노선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환이 되겠죠. 어쨌든 정의당이 현장에 있다는 건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므로, 지역위를 어떻게 더 강화하고 당원들의 자발적 활동을 만들어갈 것인가의 관점에서 조직체계 개편 또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태그:#강민진, #정의당 , #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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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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