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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코트의 사법농단을 폭로하면서 사법개혁의 물꼬를 텄던 더불어민주당 이탄희(41·경기 용인정) 의원이 자신이 현재 심각한 불안과 공황증세를 겪고 있다고 밝히면서 당분간 건강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탄희 의원 페이스북 해당 글 이미지 캡처
 이탄희 의원 페이스북 해당 글 이미지 캡처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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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의원은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고백>이라는 글을 통해 2017년 2월경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을 받은 뒤 판사들 뒷조사 파일을 관리하라는 업무를 거부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후 겪은 심적 고통을 말하면서 이 같이 희망한 것.

이 의원은 이날 올린 글을 통해 "총선이 끝나고 국회 개원을 맞이한 오늘까지 저는 말 못 할 고통과 싸워 왔다"면서 "이 시점에서 제 몸과 마음의 상태를 국민들께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도리이자 책무인 것 같아 용기를 내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다.

이어 뒷조사 파일 관리를 거부한 뒤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의 상황을 말한 후 "저의 예상과 다르게 사직서가 반려되었고, 그 후로 법원에서 2년을 더 남아 있었다"면서 "그 시간 모두 쉽지 않았지만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 초기 한 달 가량 저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당시 충격과 고립감에 극심한 불안 등 공황증상을 경험하게 되었다"면서 "태어나 처음 느끼는 고통이었지만 치료와 가까운 사람들의 도움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지난 3년을 잘 견뎌가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갑작스럽게 정치참여 결정을 하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공황증상이 다시 시작되었다"면서 "입당 및 공천 과정에서 사법농단 당시를 둘러싼 논란과 터무니 없는 곡해가 난무하면서 채 아물지 않은 3년 전의 상처가 다시 떠올라 무척 고통스러웠다. 선거운동 중에도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서 당선에 이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선 이후에도 오늘까지 약 두 달 간 알 수 없는 극도의 불안이 지속되었고 하루 2-3시간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일정을 소화하며 버텨왔다. 그렇지만 몸과 마음은 2017년 2월 당시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계속해서 "한숨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 2시에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깨어나는 날의 반복"이라면서 "장기간 극도의 불면 상태가 누적되면서 점점 몸이 말을 안 듣고, 일시적으로 정신이 마비되는 듯한 순간이 찾아오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글을 읽거나 오래 대화에 집중하기가 어렵다.정신의학적으로는 절대 안정을 취하고 우선은 일을 멈춰야 한다고 합니다"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의정활동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즉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면서 "공직사회 개혁의 과업에 열정적으로 동참하고 싶다. 모든 이들의 생명이 소중한 안전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우리 용인정 유권자들께 중앙과 지역 모두를 잘 챙기는 국회의원이고 싶다"고 말한 것.

이어 "하지만 현재 제 몸과 마음 상태는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며칠 밤을 새다가, 국민들께 제가 가진 육체적, 심리적 한계를 숨김없이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면서 이날 고백에 나선 배경을 말했다.

계속해서 "말하지 않고 속으로 버텨가며 대처하는 방법도 있을지 모르겠지만...솔직한 양해나 충분한 납득 절차 없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적당히 상황을 모면하고 둘러대는 모습을 제 스스로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그건 제 방식이 아닌 것 같다. 이로 인해 받게 될지도 모를 비난이나 원망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솔직하고 투명하게 제 상황을 전부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 놓으면서 "국민들께서 양해해주신다면 온전히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하겠다. 힘든 과정이겠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잘 이겨내겠다. 초심을 간직한 이탄희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어제 21대 국회를 개원하고 첫 본회의가 있었다. 국회의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날 고요한 이 새벽에 홀로 앉아 청동거울에 제 얼굴을 비춰보는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한편 이탄희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에서 인재영입으로 공천을 받아 경기 용인정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이 의원은 2005년 사법연수원 34기 졸업 후 2008년 3월 판사로 임용됐다. 단독판사로는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지방변호사회 선정 우수법관에 오르고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수학하는 등 유능한 법관의 길을 걸어왔다.

2017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코스인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받았으나, 법관들을 뒷조사한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법원 내 인권연구 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계획' 문서들의 존재를 알게 되자 사직서를 제출하며 사법농단에 저항했다. 사직서는 반려되었지만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이어지며 사법개혁의 도화선이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이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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