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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살림입니다." 지난 5월 30일 부처님오신날, 창원에 있는 청보리책방, 꼬마평화도서관(36번째 관장 최미숙, 아래 꼬평)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평화살림놀이마당'이 펼쳐졌습니다.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명상하다 법정 스님이 만드신 빠삐용의자
▲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명상하다 법정 스님이 만드신 빠삐용의자
ⓒ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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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펼치는 '평화살림놀이마당'답게 제목도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명상하다'였습니다. 그래서 놀이마당을 열면서 법정 스님이라는 말씀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물었습니다. 앞에 앉은 여성분이 선뜻 말씀을 받습니다. "197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한 스님이요." 깜짝 놀랐습니다. 대부분 '무소유'라고 하거든요. 기쁜 마음에 무엇을 하는 분이냐고 여쭸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송정혜 선생님이었습니다. 결 고운 발걸음을 한 분들과 나눈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무신  법정 스님이 신으시던 고무신과 캘리그라피
▲ 고무신  법정 스님이 신으시던 고무신과 캘리그라피
ⓒ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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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하고 거리가 먼 여느 사람들에게도 멀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법정 스님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명상하기와 사랑하기다. 늘 깨어있으면서 끊임없이 저를 바꾸어 깊어지는 것이 명상이요, 따뜻한 눈길과 끝없는 관심에서 어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산목숨은 모두 밥 못지않게 따뜻한 눈길과 끝없는 관심을 먹어야 무럭무럭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을 살림이라고 바꿔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삶이 죽음과 맞서는 말이듯이 '살림'이 '죽임'에 맞선 말인 줄은 아시지요?

법정 스님은 부처님오신날마다 부처님은 자비심에서 오신다고 일깨우셨습니다. 자비심을 우리말로 풀면, 사랑 어린 마음으로 이웃이 앓을 때 같이 앓고 이웃이 기뻐하면 덩달아 기뻐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웃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옆집 사람이나 한마을에 사는 사람을 떠올리고는 합니다만, 가장 가까운 이웃은 "어이구, 이 웬수야!"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하는 집안 식구입니다. 너무 가까워 허물이 없다 보니 말이 함부로 나가는 것이지요.

법정 스님은 식구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부처님에게 절을 하듯이 공손히 모시라고 말씀합니다. 이 소리를 듣고 어떻게 철딱서니 없이 구는 남편이나 아이를 부처님처럼 모시라는 말이냐고 가슴을 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서울보다도 더 북쪽에 있는 파주 가까이 있는 내유리에서 여러분을 만나러 왔습니다. 제가 고맙지요?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저를 남편이나 아내 또는 아이에 견주면 누가 더 고마울까요?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 잘 크고 있는 아이가 훨씬 고맙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남편이나 아내, 아이가 고맙다는 생각을 얼마나 하고 사십니까? 그 고마움을 얼마나 드러내며 사십니까?

여기서 법정 스님이 어째서 식구들을 부처님처럼 모시라고 하셨는지 생각해 볼까요? 불교에서는 누구에게나 불성, 부처님 씨앗이 있다고 해요. 사람 자식이 사람이듯이, 부처님 씨앗을 품고 있는 이는 바로 부처님이라는 말씀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우러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예수님도 남에게 대접을 받으려면 남을 대접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아울러 아이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그대로 옹글다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감꽃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맺힌 고욤이 시고 떫지 않고 다디달다면 감나무는 대를 이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시고 떫은 고욤이 영글지 않았어도 그대로 옹급니다. 아이는 해말간 부처님이니 아이 삶을 가지고 뜻을 나눌 때는 아이들을 도두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평화는 가정, 집안에서부터 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옛말도 사랑 어린 가정에서 사는 사람이 마을과 일터, 사회와 나라를 평화롭게 아우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을 어려운 이웃에게나 펼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듯이 집안에서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바깥에 있는 이웃에게 사랑 어린 눈길을 건네고 사랑 어린 손길로 보듬을 수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느닷없이 밀어닥친 코로나19로 그동안 꼬평 개관은 말할 것도 없이 다달이 한두 번 여는 평화 책 소리 내어 읽는 모임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잠깐 코로나19가 잦아들었을 때 맞춰 서른일곱 번째 꼬평은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잇따라 열기로 한 꼬평(성공회이천교회·모지리)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들어나면서 또 미뤄지고 말았습니다.
  
평화살림놀이마당 풍경 평화살림놀이마당에 온 분들이 살림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 평화살림놀이마당 풍경 평화살림놀이마당에 온 분들이 살림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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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잠깐 고개를 숙였을 때 창원 꼬평 최미숙 관장이 윤사월초파일로 미뤄진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평화살림놀이마당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부처님이 오시는 날로 만들어야 한다" 하고 말씀한 법정 스님 무소유 사상이 바로 "사랑"이었으니, '사랑'이 바로 '살림'이라는 주제로 꼬마평화도서관 창원 식구들과 어울려 '평화 살림' 풀어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놀이마당을 앞두고 쿠팡발 코로나 감염이 일어나면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화살림놀이마당이 혹시라도 코로나가 퍼지는데 한몫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던 최미숙 관장은 정관용 씨가 진행하는 CBS 오늘 시사자키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 시대>에 나온 최재천 선생이 한 말씀을 떠올립니다.

"물리적 거리라고 하면 완벽하게 2m를 떼어야 해요. 그러나 사회적 거리는, 제가 아내나 아들하고는 2m를 떼지 않아도 되잖아요. 가까이 있을 사람은 가까이 있고, 멀리 떼야 하는 사람하고는 떨어지는 게 사회적 거리거든요.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도 경제를 활성화할 수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바탕에서 마음이 맞고 숨결을 나눌 수 있을 만큼 허물없는 이웃만 모시고 평화살림놀이마당을 열었습니다. 아이 손을 잡고 온 어머니는 안타까움을 무릅쓰고 돌아가시도록 했는데도 스무 분이나 되는 이웃이 모였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다 보니 오신 분들은 가톨릭과 기독교 신자 그리고 무신론자뿐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난 자리, 어떻게 해야 사랑이 곱따라니 피어오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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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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