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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어팩스 인근에서 참석자들이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사인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LA 패어팩스 인근에서 벌어진 시위 참석자들이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사인을 하고 있다.
ⓒ 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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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과 31일, 미국 주요도시에서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대거 발생했다. 미국 언론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70여 개 도시에서 수백수천 명의 시위자가 집결했으며 온종일 경찰의 폭력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태 속에 약탈과 방화가 발생했고, 최소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 5월 25일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면서 무려 9분 동안 그의 목을 무릎으로 강하게 눌러 사망하게 했다. 각 도시의 시위대는 조지 플로이드가 한 말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를 구호로 외치며 경찰에 대항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일부 시민들이 대형 상점과 명품 매장의 출입문과 창문을 부수고 상품들을 약탈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약탈과 경찰을 위협하는 행위의 배후에 '안티파' 같은 좌파 급진 조직이 있다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안티파는 파시즘에 반대하는 조직이다. 시위대를 약탈자에 빗대는 트럼프의 발언에 시위대의 저항은 더욱 과격해졌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차를 부수고 낙서하고, 방화까지 했다. 

일부 시위자들이 상점을 약탈하는 게 보도되면서 시위대의 과격성에 대한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이들의 약탈 행위로 인해 인종차별과 경찰의 잔인한 폭력을 반대하는 시위의 성격이 변질되고, 대중적 지지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인 기득권의 '편견 전파'

이들은 왜 약탈을 하는가? 약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그동안 공권력의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시위 경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경찰의 인종차별적 폭력 또는 살인 → 소셜미디어나 언론에 의해 사건 보도 → 시위 확산 → 경찰의 변명과 미봉적 대책 → 시위 격화 → 정치지도자들의 약탈과 소요 비판 → 경찰과 방위군 투입과 진압 → 안정 회복
 
미국 사회에서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 공동체와 백인 위주의 공권력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갈등의 역사를 거쳐왔다. 일반적으로 약탈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경찰의 폭력성과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오랜 세월 뼈저리게 느끼거나, 자신의 공동체 내에서 배우면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실업과 불평등, 질 낮은 교육과 공공시설 제공, 지역의 저개발, 총체적 기회 상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질병과 방역의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소수인종 커뮤니티가 겪는 사회적 불평등과 불만은 광범위하다. 그러나 이런 불만은 평상시엔 물밑에 잠재돼 있는 듯하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인종은 법적으로 차별받던 시절에서 벗어난 지 겨우 반세기가량 지났을 뿐이다. 차별과 불평등이 법적 문구상 해소됐다고 해도, 경찰·법원에서 이뤄지는 법적 적용과 해석과 판단은 여전히 차별적이고 불평등하다. 일반적으로 그런 부당하고 불공정한 차별 행위는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입학 시험(SAT·AP 등) 결과, 학교낙오율, 범죄발생률 등 다양한 사회적 평가수치와 지수가 발표되면서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은 열등하며 차별받아 마땅하다는 정보가 미국민들에게 광범위하게 전달된다. 여기에는 언론, 지식인, 정치인들이 동원된다.

그들이 내놓는 각종 수치·지수 정보 결과에 따라 소수인종에 대한 편견이 지속적으로 퍼지고, 인종적 차등·차별이 미국민의 머리속에 각인된다. 그것은 다시 상대적으로 사회적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두려워하고 거리감을 느끼도록 잠재적 심리상태를 강요한다.

이런 잠재적 심리상태는 때만 되면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발작과 같다. 그래서 평소에는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도 갑자기 충돌을 일으킨다. 최근 뉴욕 맨해튼 공원에서 개의 목줄을 매라는 흑인 남성을 향해 백인 여성이 "저 사람이 나를 위협해요"라고 신고하는 것과 같은 반응도 나타난다.

'사회구조적으로 약탈된 부'를 침입하다
 
 베버리힐스 로데오거리의 대형 명품상정들은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판으로 유리창과 입구를 막는 공사를 했다.
 지난 5월 30일, LA 베버리힐스 로데오거리의 대형 명품상정들은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판으로 유리창과 입구를 막는 공사를 했다.
ⓒ 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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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가담자들은 실제로 사회적 불만에 차 있다. 그러한 불만은 정상적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속에 잠재돼 있다. 그것은 종종 점화를 기다리는 폭탄과 같다.

이번 플로이드 사태와 같이 시위대가 경찰과 과격하게 대치할 경우, 이들이 오랜 시간 간직하던 분노는 현실화한다. 이들은 이런 시위가 한때에 불과하고, 조만간 공권력에 의해 상황이 평정될 것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유리창을 부수고 '사회구조적으로 약탈된 부'로 상징되는 부유한 상점을 침입하면, 이들은 이성을 접어두고 한순간에 '성취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것 아닐까. 그러므로 결국 약탈이란 언제나 특정 장소에서 특정 기회에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약간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지난 2010년 8월 영국 노스 런던에서 마크 두간이라는 사람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을 때 <가디언>은 1000여 건에 이르는 약탈과 소요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약탈 행위자들은 전형적으로 ①젊은 ②남성 ③실업자다. 그들 중 절반은 19~24세이며, 18세 이하도 17%에 이른다.

약탈 소요 가담자 중 91%가 남성이며, 겨우 8.6%만 취업자이거나 학생이다. <가디언>은 이 조사를 통해 아동빈곤율과 청년실업률이 높은 지역이 약탈과 소요의 주 지원지라고 짚었다.

약탈과 소요, 하지만 보수 정치인의 반응은...
 
 시위대가 파괴한 경찰차가 여러대 보인다.
 지난 5월 30일, LA. 시위대가 파괴한 경찰차가 여러 대 보인다.
ⓒ 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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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일반적으로 법을 잘 지키는 이들이 왜 갑자기 약탈과 소요를 일으키는 것일까. 

이 현상에는 기폭제가 필요하다. 미국 사회에서 플로이드 살인 사건과 같은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났다. 그중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는 사건은 경찰이 변명하거나 미봉적 대책을 발표함으로써 더욱 큰 사태로 비화하게 된다.

평소에 준법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이런 사태를 통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던 불만을 폭력적으로 터뜨리게 된다. 이번 플로이드 사태에서도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변명과 자기 편들기,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 시위대에 대한 위협 등은 사람들을 더욱 흥분시키는 역할을 했다.

누군가 촉발한 시위의 폭력과 약탈은 조직으로 단련되지 않은 채 흥분한 개인들에게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퍼진다. 경찰의 일반적 조사에 따르면 약탈 행위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미처 의식할 새도 없이 약탈 행위에 휩쓸렸다고 해명한다.

거기에는 심리학적으로 그룹 상호작용이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인 '집단성'(herding)이 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이 '집단성'이 작동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감정 전염은 불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전염 효과의 구체적 전달과정은 불확실하며, 그것이 인간 본능에 따른 것인지 문화적으로 학습된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감정 조절을 뛰어넘는 '전염'이 다수에게 일시에 퍼지면 광범위한 '사회적 전염'으로 변질한다는 점이다. 이러 분석은 종종 대중적 히스테리(광분)나 축구장 관중 난동(폭력)과 같은 훌리건 주의(hoolignainsm) 그리고 약탈이나 소요를 이해하는 데 유효하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약탈과 소요 참여자들은 보통 과거 범죄경력이 없지만 자기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약탈하겠다는 결정을 순식간에 따라'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약탈과 소요에 대한 보수 정치인들의 반응은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다. 범법자들에 대한 공공 혜택을 줄이고, 공공주택에서 그들을 내쫓고, 취업과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또다시 사회적 격리와 소외를 초래하며, 다음 촉매제가 될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잠재적 위험으로 남게 된다.

미국 사회는 이러한 사건과 사태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왔다. 현재 플로이드 사태는 보수 정치가 판치는 워싱턴에서, 그동안 반복해온 패턴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사람들이 또다시 저지르는 불행한 과정의 중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는 흑인들이 전염병 감염과 사망 그리고 방역 및 치료에서 불공평하게 취급받고 있음을 증명해줬다. 그런 상황에서 플로이드 사태는 잠재된 불만을 터뜨리는 또 다른 사회적 전염병이 되도록 기폭제 역할을 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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