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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 등이 지난 5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손 잡은 이해찬-우희종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 등이 지난 5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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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례위성정당 어떻게 막을 것인가? ①]에서 이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한민국의 2020년은 알바니아의 2005년이 아니라 레소토의 2007년과 비슷하다. 그런데 레소토의 LCD당과 ABC당이 국가독립당, 레소토노동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설립"했다는 주장은 알바니아처럼 틀린 얘기다. 두 당 역시 기존에 활동하던 정당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비례전용정당을 설립한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역사상 최초인 듯하다. 레소토의 선거제도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레소토(인구 214만)는 1966년에 영국에서 독립했고 이후 영국과 비슷한 다수대표제 선거제도를 사용하였다. 그러다 1998년 선거에서 1년 전 창당한 신생 레소토민주주의회의(LCD)가 60.7% 득표율로 80석 중 79석을 차지하여 '비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노출되었다.

선거 후 야당 지지자들의 폭동이 발발, 75명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레소토는 기존의 소선거구 다수대표제 80석에 40석의 비례대표를 연동형 방식으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가해서 최초로 치러진 2002년 선거에서는 위성정당 사태가 없었다. 이 점에서 레소토가 한국보다 낫다고 해야 할 것이다.
 
레소토 2002년 하원 선거 결과
▲ [표6] 레소토 2002년 하원 선거 결과
ⓒ 김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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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볼 수 있듯이 LCD는 정당투표에서 54.6%를 얻었지만 이미 지역구 의석이 총의석 140석의 54.6%를 초과했기 때문에 비례대표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하였다. 거꾸로 BNP는 지역구 의석이 하나도 없었지만 정당투표 22.4%의 지지율을 고스란히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에 반영하여 21석을 획득하였다. 한국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할 때 의도했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은 것이었다. 초과의석이 없기 때문에 100% 비례성을 확보할 수는 없지만 지역구 의석과 연동을 시켜 최대한 비례성을 확보해 보자. 물론 '준연동형+병립형'의 비례대표제로 결론이 나면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2002년 레소토 선거는 독일과 달리 '초과의석을 낳지 않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형적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다가 LCD의 안정 과반수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LCD는 보궐선거에서 2석을 추가하여 당시 79석의 안정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정부의 장관을 지낸 Tom Thabane이 2006년 17명의 다른 의원과 함께 전바소토회의(All Basotho Convention)를 창당하자, LCD가 확보한 의석은 졸지에 61석이 되어 과반을 위협받게 되었다. 그러자 집권 LCD의 수상이 의회를 해산하여 문제의 2007년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2007년 레소토 선거는 2020년 대한민국 선거의 스승 격이었다. LCD는 민족독립당(NIP)과 연합하고, ABC는 레소토노동당(LWP)과 연합하여 거대정당인 LCD와 ABC는 지역구 선거에만 나가고 비례대표 명부를 제출하지 않으며, 소수정당인 NIP와 LWP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고 비례대표선거에만 나가는 협약을 맺게 된다. 선거 결과는 다음과 같다.
 
레소토 2007년 하원 선거 결과
▲ [표7] 레소토 2007년 하원 선거 결과
ⓒ 김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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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LCD는 5년 전에 비해 지역구 15석이 줄었지만,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은 파트너 NIP가 51.8%의 압도적 정당투표를 받아서 비례 16석이 증가했기 때문에 5년 전보다 총의석이 오히려 늘어났다. 레소토노동당(LWP)은 5년 전에 1.4%로 비례 1석을 얻은 소수정당이었지만, 이번에는 ABC의 적극적 지지를 받아 24.3% 득표로 비례 10석을 챙겼다.

하지만 NIP와 LWP의 선전(?)은 바소토민족당(BNP)의 피해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거대 정당과 손을 잡지 않은 BNP는 21석에서 3석으로 비례대표 의석이 급락하였다. 한국의 실정에 비추어 본다면 이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지역구 전용 정당과 비례용 전용 정당을 따로 구성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우회전략'은 레소토에서 창시되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레소토는 위성정당을 "설립"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알바니아처럼 기존에 있던 정당들을 활용한 것인데, 한국식으로 비유해 보자면 미래통합당은 우리공화당을, 더불어민주당은 노동당을 파트너로 삼아 그 곳에 자기 당 지지자들의 정당투표를 결집시킨 것이다.

따라서 선거를 한두 달 앞두고 자기 당 의원들을 꿔줘서 비례위성정당을 설립한 다음, 소기의 성과를 거둔 후 몇 개월 만에 그 당을 폭파시키는 수법은 대한민국이 창시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지난 5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합당 선포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합당 선포한 주호영-원유철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지난 5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합당 선포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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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에서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찬휘씨는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위성정당, #위장정당,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레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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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대표. 선거제도개혁연대 대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교육홍보위원장. YouTube 김찬휘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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