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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2번 입구 야채호떡집. 예전에는 일본인과 중국인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10여명의 내국인들이 서 있다.
 남대문시장 2번 입구 야채호떡집. 예전에는 일본인과 중국인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10여명의 내국인들이 서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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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1만 개가 넘는 점포에 하루 30만 명이 방문하고, 1만여 명의 외국인들로 북적댔던 남대문시장은 한산했다.

남대문시장길 게이트2 입구에 들어서니 야채호떡집 앞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중국인과 일본인을 비롯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섰던 곳이다. 외국인들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텅빈 외국인 안내센터
 텅빈 외국인 안내센터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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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안내센터 앞에도 텅 비어 있었다. 효자손왕만두 집까지 가는 동안에도 외국인들은 한 사람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시장길 사거리에 위치한 효자손왕만두 집은 만두를 사서 먹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렸는데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했다.

"재난기금이 지원되고 코로나도 잠잠해져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는데 이태원 쇼크로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어요."
 
손님이 없는 효자손왕만두집
 손님이 없는 효자손왕만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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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4본시장' 간판이 걸려있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본동상가는 수산물, 건어물, 농산물, 식자재, 정육점, 음식점, 분식, 반찬 등 60여 개의 점포가 밀집되어 있다. 왕만두, 숯불갈비, 커피, 떡, 김밥, 중국집, 호떡, 생선, 설렁탕, 어묵 등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이 지역은 생필품을 파는 지역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다소 북적거렸다.
 
5월 27일 남대문시장 본동상가 거리
 5월 27일 남대문시장 본동상가 거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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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가 되어 점심을 먹기 위해 갈치조림골목에 들어섰다.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려야 했던 갈치골목도 한산했다. 식당마다 '국가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합니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코로나방역 실시내용과 재난기금사용 가능하다는 표시판
 코로나방역 실시내용과 재난기금사용 가능하다는 표시판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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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조림 식당으로 들어가니 '위 시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소독을 실시하였습니다'란 안내문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식당 안에는 십여 명의 손님이 식사하고 있었다. 9000원짜리 갈치조림을 시키며, 종업원에게 손님이 좀 늘었느냐고 물었다.
  
"정부재난기금 지급으로 손님들이 조금 늘어난 듯하다가 이태원클럽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다시 주춤해졌어요."
   
한산한 남대문 갈치조림골목
 한산한 남대문 갈치조림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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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클럽 집단감염 이후 발생한 쿠팡물류센터 집단감염의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그 영향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조금만 방심하면 그 영향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간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갈치조림으로 점심을 먹고 본동상가 상인회사무실을 방문하여 본동상가 상인회 김병용(서울식품 대표, 60) 회장을 만났다. 지난 4월 1일 본동상가 상인회장으로 취임한 김병용 회장은 본동상가에서 33년째 식자재 도소매업을 경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14세에 전라북도 김제에서 맨주먹으로 상경하여 남대문시장 한곳에서 46년간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본동상가 상인회 수장까지 오른 남대문시장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그의 책상 옆에는 '숭례문(崇禮門)'이라고 쓴 액자와 김영택 화백이 그린 '숭례문(2007년 작)' 펜화가 걸려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 회장이 남대문시장을 얼마만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600년을 전통을 자랑하는 남대문시장 본동상가 역사를 설명하는 김병용 본동상가 상인회장
 600년을 전통을 자랑하는 남대문시장 본동상가 역사를 설명하는 김병용 본동상가 상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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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1900년도 숭례문 현황을 정밀하게 그린 펜화를 가리키며 남대문시장에 대한 역사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조선 초기 1414년에 최초로 개장을 한 본동시장은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남대문시장의 원조가 되는 상징적인 시장이다. 그와 차 한 잔을 나누며 남대문시장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가장 절실 하냐고 물었다.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태원클럽 사건처럼 코로나바이러스 집단감염 사태가 없어야 해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변경되어 모처럼 방문객이 조금씩 늘어나 시장이 활기를 띠어가기 시작했는데, 생활속 거리두기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고 시장경기도 다시 움츠러들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코로나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집단감염 사태는 2차 3차 감염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게 되고, 시장경제는 얼어붙게 된다는 말이다. 특히 남대문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점포가 많은 데 해외관광객이 전혀 없게 되니 타격이 매우 크다고 한다.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점포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비행기가 자유롭게 뜨고 내려 해외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추세로 보아서는 상당기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휴업이나 업종 전환을 모색하는 점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타격이 큰 점포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신용대출을 늘려 간편하고 빠르게 지원을 해 줄 것이 절실히 요망됩니다."

5월 4일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25일 현재 2056만 가구에 12조9640억 원이 지급되어 전체 지급 대상 2171만 가구 중 94.7%(액수 91%)가 지급되었다(행정안전부 자료). 짧은 기간에 13조 원이 되는 돈이 풀려나갔지만, 전통시장 경기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시장 자체적으로 재난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아직도 전통시장에서 재난기금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재난기금을 전통시장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면 정부의 원래 취지대로 전통시장과 골목시장 경제가 활성화되어 풀뿌리 민생경제도 점차 회복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전통시장과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재난기금은 대형마트인 하나로마트와 애플(아이폰), 이케아(스웨덴 가구업체), 샤넬(프랑스 패션 명품) 등 글로벌 명품브랜드 매장으로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지만 전통시장의 경기는 상대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다.

태그:#남대문시장 본동상가, #국가재난기금, #전통시장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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