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 관련 사진. ⓒ 퍼스트런, KBS미디어

 
웅장한 크기의 사찰, 깊은 산속 한적한 공간 등 한국 불교를 생각하면 떠올리기 쉬운 이미지다. 교세로만 치면 기독교와 함께 그 영향력이 크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종종 좋지 않은 이슈로 엮이기도 한다. 

불교의 정신이란 무엇일까. 수행을 통해 진리를 깨닫고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게 목표라면 사실 교세나 종파 싸움, 정치적 논란 등은 결코 무의미할 것이다. 영화 <아홉 스님>은 그런 현실을 직시한 채 극단적인 수행을 선택한 승려들을 무심히 쫓고 있다. 

영화 자체에 어떤 기교는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신축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부지 근처에 천막을 친 채 90일간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지내야 하는 승려 중 한 사람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한겨울이 지나갈 동안 하루 한 끼, 옷 한 벌, 그리고 14시간 이상의 수행을 매일 해야 하는 조건이다. 단 한 번이라도 이탈 시 승적에서 제적당한다는 각서를 썼다. 

흔히 수행이라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조용히 암자에 들어가 가부좌를 트는 상상을 하기 십상이지만 <아홉 스님> 속 승려들은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신도시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종교와 생활은 분리될 수 없으며 그 생활 안에서 도를 실천해야 개인, 나아가 세상의 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24시간 관찰 카메라와 핸즈헬드 카메라 한 대만으로 구성된 화면 속에서 승려들의 고통이 넌지시 느껴진다. 추위와 배고픔, 각종 잡념과 외로움 등을 겪으며 이들은 점차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본연의 자세를 찾게 된다. 아주 단순한 진리지만 그 누구도 결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수행을 위해 지켜야 할 7가지 규칙이 있다. 앞서 언급한 식사나 수행 시간 외에도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아야 하며, 양치를 제외하곤 전혀 씻지 않는다는 조건 등이다. 일상을 철저히 제한하는 금욕적 조건에 승려들 스스로 몸을 던진 셈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 관련 사진. ⓒ 퍼스트런, KBS미디어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 관련 사진. ⓒ 퍼스트런, KBS미디어

 
그들의 깨달음과 그들이 느꼈던 감각을 모두 공감하거나 체험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들이 수행하는 과정, 그 민낯을 보면서 우리 삶을 충분히 돌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2020년, 온갖 뉴스와 기술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도 이렇게 극단의 금욕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이 영화에 담겨 있다. 

정말 소중하고 행복해야 할 순간에 그렇지 못하다면 이 승려들의 수행을 한 번쯤 간접체험 하는 건 어떨까.  

한 줄 평: 이타적 고행으로 얻을 수 있는 간접체험이 꽤 묵직하다
평점: ★★★☆(3.5/5) 

 
영화 <아홉 스님> 관련 정보

감독: 윤성준
출연: 자승, 무연, 진각, 호산, 성곡, 재현, 심우, 도림, 인산
기획: KBS미디어
제작: ㈜퍼스트런
공동제작: 우주레이블
제작지원: 봉은사
배급: ㈜퍼스트런, ㈜키다리이엔티
러닝타임: 72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0년 5월 27일
 




 
아홉 스님 조계종 불교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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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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