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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등 비대면 강의를 통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개강한 3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등 비대면 강의를 통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개강한 3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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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학교를 못 가게 된 지 반 년이 되었다. 벚꽃으로 외롭지 않았을 봄을 보내야 했던 우리들의 1년 치 청춘은 모니터와 핸드폰 앞에서 지나가고 있다. 

언젠가 끝나지 않을까 기다렸던 답답함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언택트(비대면이라는 뜻의 신조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다.

학교 가고 싶다

초·중·고를 포함한 모든 대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SNS를 통해 연결되어 있고, 굳이 강의실에서만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출석을 해도 중간에 도망치기 일쑤였던 대학생들은 침대에서 5분 전에 일어나 컴퓨터로 출석하는 것을 축복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큰 오산이었다. 수강 도중 서버가 터져 출석을 못하거나, 실시간 시험 중 인터넷이 끊겨 실격을 당했다는 믿지못할 에피소드가 전해졌다. 타자 속도가 온라인 시험의 당락을 결정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단톡방(모바일 단체대화방)을 이용한 부정행위로 기껏 치른 시험이 무효되기도 했다. 

이공계 학과인 필자의 경우에는 교수님이 제시한 과제의 양이 많아 과거 선배들이 학습했던 양의 약 두 배 정도를 소화해내는 중이다. 게다가 질문을 하면 영원히 박제될 수 있는 온라인의 특성상 다들 질문을 하기 꺼려하는 분위기다. 

시험 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학생들의 바뀐 생활 모습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정말 가혹한 시간이다. 시험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익은 물론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기사 시험, 각종 자격증 등 모든 시험이 취소 또는 연기되었다. 외국어 시험들이 취소됨으로써 해외 대학 진학의 꿈도 길을 잃었다. 시험 전날의 수면시간조차 당락을 결정하는 각종 전문자격시험이 연기되었을 때에는 주위에 연락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

원격 채용 시험 키트가 배송되고 있지 않다는 글, 인턴 모집이 취소되었다는 글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시로 올라온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불어닥친 채용시장은 상상보다 훨씬 더 처절하고 불안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채용 일정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우리의 청춘은 모니터와 핸드폰 앞에서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그 하루를 위해 무수한 시간을 벼려왔던 우리들의 청춘이 미끄러진다. 

기존의 인력들조차 원활하게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길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일 수 있지만, SNS에 올라온 새로운 사원증에 축하의 댓글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욕심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젠 실패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걸까?

그때는 몰랐다

도서관과 강의실이 나를 기다려 주던 시간들은 사치였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게 됨으로써 그 공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학교는 졸업장만 주는 상점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만들어주는 배움의 장이었다.

성공의 불평등을 논하던 시간들도 사치였다. 실패할 기회조차 공평하게 사라질 수 있는 이 상황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우리의 지금을 다시 성찰하게 해준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성공에 들뜨기도, 실패에 주눅들기도 했던 우리는 오늘 펼 책과 내일 과제가 적힌 다이어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결과를 미리 생각하지 말고 눈앞의 책을 봐야 한다는 합격자 수기를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팔로워 수가 우리의 유대감을 대체할 수 없음을 알았다. 만나던 사람들조차 못 보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만나지 않을 사람들을 더욱 명확하게 했다. 모든 사람들과 언제든 연결되어 있다 생각한 우리의 생각을 바꾼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꿋꿋하게 잘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의 젊음처럼 이 시간들도 역사가 될 것이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릴 것이다. 다시 그 문을 넘고 넘어 숨을 고르는 시간이 왔을 때, 미래의 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후배야, 오늘만 지내다 보니 미래가 와있더라.' 

태그:#대학생, #대학교, #코로나, #코로나사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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