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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의당 당원이 아니라서 정의당 혁신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 처지는 아니다.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당원이었는데, 여러 번에 걸쳐서 분당하는 과정에서 당적을 따라 옮기지는 않았다.

한때 나도 생태와 환경을 주로 얘기하는 신좌파로 분류되던 적이 있기도 했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어 자연스럽게 구좌파로 분류되는 것 같다. 어쨌든 2003년부터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과정을 함께 했으니까, 기쁜 순간이나 슬픈 순간을 어느 정도는 같이 한 것 같다.
 
 2005년 5월 17일 민주노동당이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당시 민주노동당이 내건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의제는 이후 민주당 등 다른 정당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5년 5월 17일 민주노동당이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당시 민주노동당이 내건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의제는 이후 민주당 등 다른 정당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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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같이 고민했던 '동지' 한 명이 며칠 전에 혼자서 술 마시고 울다가 문자를 보냈다. 좌파들이 같이 모일 데가 없다, 언젠가 다시 한 번 모이면 좋겠다, 그런 얘기였다. 남자들도 50이 넘어가면 여성 호르몬 분비가 늘어서 그런지, 수다도 많아지고, 눈물도 많아진다.

진중권이 정의당을 떠나고, 그 후로도 많은 일이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정의당 얘기하고 심상정 얘기하면 득달같이 욕설이 줄줄 달린다. 양상은 다양하지만, 하여간 다 욕이다. 정의당이 이렇게까지 욕 먹을 정도로 뭘 잘못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인 민주노동당의 공약이었던 무상급식과 의료 공공성 그리고 '탈핵'까지, 현 정권의 정책이 됐다. 수많은 공약이 민주노동당에서 시작돼 민주당이 받고, 그리고 이제는 한국의 주류라고 하는 그들의 손에 의해서 현실이 됐다. 시민단체에서는 '반핵'이라는 용어를 쓸 때,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탈핵'이라는 용어를 썼다. 시민단체는 반핵이라고 해도 되지만, 공당에서는 조금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정책을 써야 한다는 이유로 탈핵이라고 했다. 이후로는 시민단체에서도 대부분 탈핵이라고 용어를 바꿨다.

민주당, 왼쪽으로 왼쪽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해 피해자 분과 부산시민, 국민 여러분께 당대표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은 지난 4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당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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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가들은 민주당이 통합당과 함께 부르주아 정당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야당 시절, 민주당은 정치적으로는 중도 쪽, 정책적으로는 왼쪽, 그렇게 이동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의 민주당 공약의 기조가 민주노동당 시절의 기조와 그렇게 많이 다르지는 않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좀 있다.

유승민이 원내대표하던 시절, '중부담 중복지'를 내세우며 훨씬 더 왼쪽으로 왔었다. 민주당도 자기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더 왼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후보 시절 경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중부담 중복지'로 더 왼쪽으로 밀고 오니까, 민주당도 더 왼쪽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가 된 게 아니라, 민주당이 정책적으로는 정의당 영역까지 확 밀고 내려온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이 2016년 총선 때 공식적인 민주당 공약이 되고, 그 기조로 대선 공약이 되면서 정의당이 혼자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물론 현실에 참여해서 청와대에 가거나 정부에 간 많은 민주당 인사들은 그 시절 일은 다 까먹은 듯이 더 오른 쪽으로 이동해갔다. 그러나 민주당의 당직자와 연구자들을 비롯한 그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당의 기조가 바뀐 적이 없기 때문에 야당 시절에 수립한 기본 방향을 여전히 고수한다. 집권세력과 여당 사이에 정책 기조의 미묘한 차이가 거기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의당, 자리가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 참석해 노동자 사망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재정을 촉구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은 지난 5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 참석해 노동자 사망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재정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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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근본적으로 정의당이 지금 가지고 있는 곤란한 처지의 출발점이다. '정의'는 대체적으로 중도 보수 쪽 영역이다. 현실 정치 속에서 정의당은 민주노동당 시절보다 약간 다 오른쪽으로 이동을 했는데, 민주당이 약간 왼쪽으로 오다 보니까, 중도 좌파 노선의 좁은 공간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어깨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몇 년간 지속된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 공간이 안 나온다.

2016년 총선 때에는 민주당 정책공약단 부단장으로, 실무선에서 전체 정책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일을 했었다. 나 정도면 민주당 내에서 가장 급진적일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연구원이나 당직자들은 나보다 더 혁신적이고 과감한 공약들을 하고 싶어해서, 오히려 내가 현실을 거론하면서 '톤 다운'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 정의당이 정책적으로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미 집권한 민주당이 좀 더 중도 쪽으로 더 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어렵다. 김종인의 정책은 중도 우를 기본으로, 때로는 과감하게 중도 좌까지 다 포괄한다. 지금은 태극기와 함께 완전히 오른쪽으로 가 있는 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와 함께 자꾸 왼쪽으로 치고 올 것이다. 민주당도 뭔가 구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밀려서 더 왼쪽으로 오게 될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정의당에서도 좀 더 왼쪽인 사람들이 기본소득 논의를 계속 했다. 그런데 지난 총선,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황교안이 기본소득 논의를 받았다. 김종인 비대위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전격적으로 할지, 완화된 형태로 할지는 모르지만 기본소득 요소를 받을 것은 100%다.

통합당이 기본소득을 하자고 하면, 민주당은 더 왼쪽으로 와서 "당연히 하자", 그렇게 된다. 그러면 정의당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기본소득을 "쎄게 그리고 당장", 그 얘기 외에는 할 게 없다. 국민들에게 정책으로 존재감을 보이기 너무 힘들어진다.

왼쪽으로 반 클릭 
 
 정의당 장혜영 비례후보 당선인이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총선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 사진은 지난 4월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총선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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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올 대선과 그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 지금 정의당은 소프트한 혁신 정도가 아니라 '재창당'에 준하는 입장 정리가 필요한 순간이다. 간판 교체, 세대 교체, 이건 이미지 개선이기는 하지만, 정당의 이념과 노선은 그런 이미지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정책에서 나온다. 그리고 정책은 '땅 싸움'과 같다.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해서 최대한 길게 단독 드리블을 할 수 있는 것, 그게 정책의 힘이다.

'정의당'이 오른쪽으로 한 클릭 옮기는 행위였다면, 지금은 왼쪽으로 반 클릭 혹은 한 클릭 옮기는 자리 정돈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편한 말로 하자.

진보가 있고, 좌파가 있다. 이상한 상황이지만, 레드 콤플렉스 때문에 한국에 공개적인 좌파는 정치 풍토에서 거의 없었다. 진보당 조봉암의 처형 이후, 누가 감히 한국에서 좌파라는 말을 내걸 수 있겠는가? 진보는 이제 민주당의 정체성이 됐다. 진보, 보수, 이렇게 생각하는 대중의 이미지에 정의당의 자리는 없다.

정의당이 왼쪽으로 한 클릭 하는 것은 '좌파'를 내거는 것이다. 반 클릭 하는 것은 그보다는 부드럽게 '사민주의'를 내거는 것이다. 유럽식 사민주의는 이미 집권당인지 오래되는 곳이고, 녹색을 비롯한 많은 사회개혁 의제를 담아내고 있다.

나는 정의당이 이번 기회에 혁신 정도가 아니라 '재창당'에 임하는 각오를 갖기 바라고, 자기 자리에서 대표성 인물 교체 정도가 아니라 노선 자체를 정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름이야 뭐든, '사민주의'를 표방하는 정도의 노선 수정을 하는 게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생각한다.

후보는 민주당을 찍고 당은 정의당을 찍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의 오래된 전략이 이제는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렵다. 민주당이 진보 쪽 정책으로 깊이 와 있고, 야당 시절 동안 그게 체질화되어서 쉽게 오른쪽으로 가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정치인으로서의 김진표의 아픔이 그렇다. 그가 아무리 다수파라도, 대부분의 민주당 당원들은 "민주당=진보",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교동 시절의 그 민주당과 이해찬이 당대표인 지금의 민주당은 노선상 완전히 다른 당이다. 그 변화를 "아니야, 걔들이 속이는 거야", 이렇게 봐서는 자기가 서 있을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억울한 느낌이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조희연, 김상곤 등 한때 진보를 대표하던 이론가들이 이미 민주당 계열의 정치인이 됐다. 그리고 정의당은 스타를 배출하지 못한 지 오래 됐다. 개인이 낡았거나 나이를 먹었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정의당의 공간을 이미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서 그렇다. 노선으로나 인적으로나 그런 지도 이미 꽤 됐다.

정의당,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 약진하기 위해서는 이제 반 클릭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좌파 생태주의, 급진 문화주의, 지역 공동체 담론, 21세기 사민주의의 대표 상품들이다. 지금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선한 정책도 없다. 미안한 말이지만,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정의당의 자리는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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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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