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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은 송출국과 목적국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손쉽게 해고되기도 하고, 강제귀국을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권리는 무시당하기 일쑤고, 그들을 보호해야 할 송출국 정부는 무력하기만 하다.

코로나19가 해고와 실직이라는 경제적 고통과 함께 이주노동자 혐오와 편견, 차별을 심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일부 저·중소득 송출국들은 자가격리 시설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자국민 송환마저 거부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이처럼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와 달리 이주노동자들은 주요 송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될 만한 엄청난 외환을 송금하는 국가 기간산업 역군들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해외 이주노동자들이 송금하는 외환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송출국 경제에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연도별 GDP 대비, 외환 송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주노동자 송출국 내수경제가 어떠한지 확연히 드러낸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주요 국가 중에서 네팔, 필리핀,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외환 송금 규모를 세계은행 통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네팔은 2006년에 GDP 대비 외환 송금액이 18%에서 2009년에 23%, 2014년에 29.2%를 차지했다. 2019년에 27%로 2014년에 비해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네팔 경제는 외환 송금이 없이는 국가 경제든, 민간이든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이주노동에 종속돼 있고, 내수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리핀은 13%, 12%, 10%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완만하긴 하지만 내수경제가 일정 부분 성장하고 있고, 점차 그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그렇다 할지라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외환 송금이 떠받치는 상황은 (양질의) 노동력과 두뇌 해외 유출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외환 송금 의존도를 하루 빨리 낮추고자 하는 필리핀 당국의 의지가 필요하다.

스리랑카는 2006년도에 9%에서 2009년도에 8%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고, 방글라데시는 2006년에 9%에서 2009년에 12%로 증가했다가 2014년에는 9.7%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현재까지 필리핀, 스리랑카나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경제가 발전했다고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이주노동자 외환 송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에 있어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부분은 이주노동의 악순환이 주요 이주노동자 송출국에서 이미 고착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위해 '대외 원조' 담당하는 한국국제협력단 예산 삭감
 
2019년 중저소득국 외환송금수익 대비 외국인직접투자액. 공적원조. 부채와 자본 흐름 중저소득국에서 외환송금 비중이 점차 커지는 반면, 외국인직접투자는 변동 폭이 크면서 점차 감소하고 있고 선진국으로부터의 공적원조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가 부채는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19년 중저소득국 외환송금수익 대비 외국인직접투자액. 공적원조. 부채와 자본 흐름 중저소득국에서 외환송금 비중이 점차 커지는 반면, 외국인직접투자는 변동 폭이 크면서 점차 감소하고 있고 선진국으로부터의 공적원조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가 부채는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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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60~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국내로 송금한 금액이 당시 대한민국 각 연도 국민총생산(GNP)의 ±0.1%인 것을 두고 "1달러의 외화도 귀중했던 당시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 파독 근로자의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는 상당하다" 평가한 바 있다. 국민총생산의 0.1%를 두고도 이러한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네팔, 필리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에서 국내총생산에서 해외 이주노동자 송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2020년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통관자료에 따르면 한국 10대 수출상품은 반도체 18.3%, 자동차 6.9%, 석유제품 6.1%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4.0% 자동자부품 3.9%, 합성수지 3.2%, 철강판 3.2%,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3% 컴퓨터 2.5% 무선통신기기 2.4% 순이다. 이주노동자 주요 송출국들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대한민국이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과 선박해양구조물 등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더 많은 비중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외환 송금액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는데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4월 23일 보도 자료를 통해 2020년 저중소득 국가(LMIC)로의 외환 송금액이 2019년 5,570억 달러에서 약 20% 감소한 4,450억 달러로 예상했다. 이러한 현상은 네팔은 물론이고, 필리핀,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처럼 이주노동자들이 보내는 외환 송금액이 국가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인 나라에는 치명적이다. 특별히 이주노동자 송금에 기대고 있는 가계 구성원들은 생계유지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빚더미에 앉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송출국 시민단체들은 송출 비용 없애기와 이주노동자 고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일부 환수하는 고용부담금 부과를 주장한다. 그를 통해 이주노동자 권익 개선을 위한 사회적 기금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이주노동자 송출 길이 막힌 주요 송출국에서는 자가격리 주소지 제공 등을 요구하는 목적국의 까다로운 입국 절차 등으로 인해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이를 핑계로 한 송출 브로커들의 농간이 불거지면서 송출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주노동자 주요 송출국들은 대한민국 국제협력/대외원조 대상 국가들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대외무상 원조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기구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올해 예산은 9400억 원이었다. 그런데 코이카에 따르면 정부는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6.5%에 해당하는 612억 원을 삭감했다. 국내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있는 정부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이런 삭감을 한 것은 주요 송출국에게는 원성을 살 일이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이후 K-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고 자찬하고 있지만,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발전한 나라 위상에 걸맞게 정책을 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자국 우선주의를 펴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7억 달러(약 8500억 원)를 극빈국, 개도국 지원에 추가 편성했다. 독일 같은 경우는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를 긴급 편성했다.

5월 19일 기준, 코로나19 세계 현황 지도를 작성하고 있는 존스 홉킨스대학에 따르면 확진자가 전 세계 480만 명이 넘고, 사망자는 32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 중 아시아 지역에서는 60만이 넘는 확진지와 2만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아시아 지역 치사율이 유럽과 북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실질적인 검진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과 자가 격리 등의 조치가 조기에 취해진 부분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자가 격리가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중저소득 국가들에서 자가 격리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생계 지원이 부족하고, 이주노동을 준비 중이거나 귀환 이주노동자 가족들은 부채에 허덕이며 이중삼중의 고통이 더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차별 없는 재난지원금은 배려 아닌 당연한 권리 보장

재난지원금을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민에게 차별 없이 지급하라고 할 때 반드시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이주노동자도 차별하지 말아야지'하는 정도의 공감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장기 체류 외국인을 포함하여 재난 지원금을 지급한 일본이나 세금번호를 받고 수익활동을 하는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즉시 지원금을 지급한 독일처럼 재난지원금 지급에 있어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

더 나아가 체류 자격이 불안한 이들에게 임시로 시민권 지위를 부여한 포르투갈이나 코로나19 이후 정치인들이나 학계, 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로 이주노동자 권익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싱가포르와 같은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시혜 혹은 배려가 아닌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납세자, 주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배제하는 것 자체가 온당치 않은데, 배려해야 한다는 말은 이주노동자들을 대상화하고자 하는 우리사회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배려 받아야만' 가능한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을 우리사회가 타자화한 결과다. 이런 인식이 고착화되면 편견이 되고, 편견은 혐오를 당연시한다. 차별 없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은 권리의 주체를 배려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존재로 인식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차별 없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1인 시위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대책위는 각 시민단체들이 모든 이주민에게 차별 없이 지급할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 차별 없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1인 시위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대책위는 각 시민단체들이 모든 이주민에게 차별 없이 지급할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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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으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과 달리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송출국 국민들은 의료보건 인프라도 부족하고, 공장 폐쇄로 그나마 있던 제조업 기반마저 무너지며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해외로부터 귀환 이주노동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자가 격리 시설 마련이 여의치 않아 목적국에서 실직한 가운데 송환 대기 중인 이주노동자들의 고통 또한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외로부터의 외화 송금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이주노동자 외환 송금에 기대고 있던 가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외환송금, 관광, 공적개발원조(ODA) 등은 주요 송출국에서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다. 외환송금과 관광이 막히고, 공적개발원조마저 줄어든 주요 송출국들은 대한민국이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할 대상 국가들이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논의에서 국적과 체류 자격에 따라 이주노동자를 배제하는 현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개발원조위원회(DAC)에 모두에 가입하여 개도국 원조에 관여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격에도 맞지 않다. 

여러 명목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각국 사례에서 보듯, 이주노동자들은 세금을 내며,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이웃이자 주민이다. 그나마 몇몇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실시하고 있는 부분은 환영할만하다.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는 이 시기에 그러한 시도들이 기초단체에서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 여당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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