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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인숙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권인숙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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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한 번 올라간 사진·영상은 삭제가 정말 어렵다. 확산 속도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정도의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이를 국가적 과제로 다루되, 여러 부처에 나눠진 역할과 예산을 하나로 모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제가 어제(18일) 확인하기론 예산도 제대로 반영이 안 돼 있고, 그 역할 또한 여성가족부·경찰청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더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한국사회의 지옥문을 열었다"면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당선자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높아진 목소리에선 일종의 절박함마저 읽혔다.

그는 "n번방 정도의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려면 선도적·통합적·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예산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계속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젊은 여성들은 이 문제를 지난 5년간 얘기해왔는데도 사회는 그 심각성을 몰랐다"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출신이자 지난 총선 때 더불어시민당 비례로 당선된 그를 19일 <오마이뉴스>가 국회 소통관에서 만났다. 권 당선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윤미향 당선자와 관련해선 "지금은 어떻게 말해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권 당선자는 1986년 부천경찰서 경찰의 '성고문'을 폭로한 당사자다. 1987년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사건이다. 그는 이후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가 여성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3년 명지대 교수로 부임했다. 2005년엔 '여성학적 시각에서 본 평화·군사주의·남성성'이란 부제가 달린 책 <대한민국은 군대다>를 펴냈다. "한국사회 모든 사람과 어떻게든 연결된 군대와 징병제"에 대해 "젠더적 관점에서 한국의 군사·국가주의를 분석"한 책이었다(서문).

그간 정치권의 영입 제안을 거절해왔던 그가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뭘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제 삶의 존재가치와 모든 노력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때 이후 할 수 있는 건 뭐든 하겠단 생각이었다."

대선을 두 달 앞둔 2017년 3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여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권인숙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권인숙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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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당선자는 차기 의정활동의 주요키워드 중 하나로 '성평등'을 꼽았다. 1호 법안 또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를 처벌할 '온라인 그루밍(유인) 처벌법'이다. "외국에선 성인이 (성범죄를 위해) 아동을 유인·접근하는 것부터 적극 차단한다"라고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는 또 한 번 높아져 있었다. "한국에서도 함정수사를 가능하게 해 유인·접근부터 처벌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함정수사는 위법성 논란 탓에 한국에선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 

권 당선자는 지난 12일, 당내 여성의원 모임인 '행복여정'(행복한 여성 의원들의 정치활동을 위하여) 기자회견을 통해 당내에 "헌정사 첫 여성 국회부의장 배출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차기 국회부의장에 출마 의사를 밝힌 민주당 4선 김상희(경기 부천시병) 의원을 향한 공개지지였다. 그는 동참 이유를 묻자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첫 여성 부의장 필요성'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19일 현재 김상희 의원은 5선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부의장 불출마로 사실상 여성 첫 국회부의장이 유력하다.)

"아니, 73년 동안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잖아요. 저는 정말, 너무 부끄러워요. 전에도 이미경 의원이 4선·5선 때 출마했는데 당시 남성 의원들의 집단적 거부·배제로 떨어지셨다고 들었어요. 만약 그때 부의장이 나왔다면 지금쯤 많은 게 바뀌었겠죠. 이번엔 가능성 있다고 많이들 보시는 것 같아요. (김상희 의원이) 워낙 훌륭하시니, 잘 될 거라고 봅니다."

다음은 권 당선자와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디지털 인권 개념조차 잘 모르는 국회, 심각성 깨달아야"

- 그간 영입 제안을 거절해왔다고 알고 있다. 뒤늦게 정치권에 입문한 계기는?
"국회 입성이 인생의 과제인 듯 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오게 된 계기는 박근혜의 대통령 취임·집권 시기의 불행 때문이었다. 20대 때 저를 다 바치며 살았는데, '박근혜 당선'으로 다 훼손당한 느낌, 존재가 거부당한 느낌이었다. 그 뒤 세월호 참사를 겪고 당시 정부 대응을 보며 내 생활에 경계를 치며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몰상식한 상황인데, 계속 한국에서 살 수 있을까 싶어 이민까지 생각했다."

- 위성정당 논란에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3번)로 합류한 이유가 궁금하다.
"더불어시민당은 애초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에 대항하려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창당) 초반에 소수정당 참여 문제로 모양새가 좋지 못해 답답하고 마음 아팠다. 다만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겠단 생각이 박근혜 당선 뒤 일관된 제 삶의 자세·태도였기 때문에 합류하게 됐다. 그간 여성운동을 해 오신 분들, 여성계 인사가 국회에 적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거기서 느끼는 책임감이 컸다."

-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당시 문 후보가 약속했던 성별 임금격차 해소, 디지털성폭력 처벌 등은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나.
"제 입장에선 늘 안타깝죠(웃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현재 고용노동부에 여성고용, 임금격차 등과 관련한 여성의제를 다루는 하나의 과(부서)가 있는 정도다. 아직도 이게 주요 이슈가 아니란 방증이다. '과'가 아니라 성평등 사회를 위한 '실'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만 그런 건 있다. 2017년 문 후보와 만났을 때 '여성 장관 50% 기용'을 말하셔서 제가 오히려 '그게 되겠습니까?' 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외교부(강경화)·교육부(유은혜)·국토부(김현미)·중소벤처기업부(박영선) 등 여성 리더들이 주요 부처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잘하고 있지만, 더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
 
 권인숙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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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학을 오래 연구했다. 국민적 공분을 산 'n번방 사건'은 어떻게 봤나.
"n번방 사건은 한국사회의 지옥문을 열었다. 이는 디지털 세계 성폭력이며, 여성 대상 성착취물을 팔아 이익을 보는 기술적 범죄이자 조직적 범죄기도 하다. 젊은 남성의 성 문화·놀이 문화 또한 결합돼 있다. 이 정도면 정부가 이를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고, 성평등 관점에 근거한 정책들로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

영상물·성착취물로 인해 피해자는 계속 고통과 인격모독을 겪고 불안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법안을 다뤄야 할 국회는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고, 디지털 인권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서 있지 않았다. 이제라도 여기에 제대로 대응할 구조를 만들고, 21대 국회에서 디지털성폭력 특별법 등 매우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성평등 관점에서 모병제 찬성... 미래세대 교육에 희망이 있다"

- 1호 법안으로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을 말했다. 구체적 내용을 설명해달라.
"n번방 사건에서도 가해자들은 급전 등을 미끼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유인했다. 아동·청소년 때까지만이라도, 가해 성인의 접근 시도 자체를 문제 삼고 이 단계에서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 제가 제안한 '유인 금지법'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이미 해외 63개국에서 시행하는데 유독 한국만 무방비 상태다. 인터넷 금전 거래 시 금융사기 관련 경고(팝업)창이 뜨는 것처럼,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경고창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은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지만, 외국에선 많이 하는 함정(잠입)수사도 가능해져야 한다. 미리 함정을 만든 뒤 가해자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돈이나 잘 곳, 외로움 등을 미끼로 접근할 경우 무조건 처벌하는 식이다. 이건 사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 정의, 기본 책무다."

- 성추행 사건으로 민주당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했다. 어떻게 보나.
"그런 문제가 반복되는 게 가장 문제다. 한국은 지난 2018년 미투 운동(me too·'나도 고발한다')이 강렬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상황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사건을 지켜보면서, 사명감도 많이 느꼈지만 동시에 실망감도 컸다."

- 민주당은 '젠더폭력근절대책TF'를 구성했다. 2년 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건 때도 비슷한 대응이었다. 매번 TF만 구성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앞선 사례(안희정 전  지사 건) 등으로 인해 TF가 구성된 뒤, 그 영향으로 지난 총선에서 성폭력 전과가 있는 후보들이 많이 걸러진 것으로 안다. 마찬가지로 이번이 지나면 조금 더 발전된 환경이 될 거라고 믿는다."
 
 권인숙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권인숙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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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병제 찬성론자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모병제 공약을 검토했지만,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성평등 관점에서 모병제를 찬성한다. 징병제는 미래세대와 맞지도 않고 당사자인 20대 남성들의 삶을 파괴한다. 한국사회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형식으로 가는 게 맞는가'를 논하되, 다만 그 논의가 군대관계자들이 아니라 관련된 시민·구성원 중심으로 시작돼야 한다. 다음 대선 때에도 활발한 논의가 필요할 주제다."

- 어떤 상임위를 희망하나.
"교육위원회다. 매우 중요한 영역임에도 해당 상임위에 여성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분들은 없었던 것 같다. 현 상황에서 유치원~초등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인권·성평등 교육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이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미래세대에 대한 인권·성평등 교육이 어쩌면 마지막 출구가 아닐까. 저는 희망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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