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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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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께.

2012년 11월 27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선 직전에 열린 서울 집중유세에서 처음 유세차에 타고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는 늘 백기완이나 권영길에게 투표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의료보험 백만원 상한제 공약은 100점 만점에 100점 공약입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의 초입, 그때 질렀던 고함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후에 결국 조국 선배와 대선 선대위 역할을 하는 국민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짧은 한 달간의 후보 시절, 최선을 다했지만 그 선거에서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권, 저도 진짜 고생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 공약은 지금도 한국 대선사에서 정책적으로는 최고의 공약이었다고 생각하고, 세상은 조금씩이나마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제가 이래저래 편지도 많이 썼었지만 대선이 끝나고는 처음으로 쓰게 됩니다. 사실 안 쓰고 싶은 편지입니다. 지난 대선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편지를 쓸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살아가는 중입니다. 야당 대표이셨던 2015년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만들어보기로 한 그 순간은 제 인생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목함지뢰로 남북간 긴장감이 팽배하던 순간, 경제 얘기만 하면 오해를 피해갈 수 있다고 주장하던 순간, 사실 이 얘기를 해도 되나 속으로는 무섭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수많은 기억 속에서도 가장 큰 기억은 역시 의료보험 상한제 공약인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을 생각하다가, 지금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상소 올리는 것처럼 편지를 한 번 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늦어서 돌이킬 수 없이 후회하는 것보다는 지금 써야겠죠?

'비대면진료'는 '원격진료'에서 이름만 바꾼 것

코로나 국면 한 가운데에서 원격 의료가 '한국형 뉴딜' 한 가운데로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사람들의 반발 때문에 잠시 뒤로 물러서는 듯하다가 '비대면 진료'로 이름을 바꾸어 다시 핵심 사업으로 대두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MB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를 촛불집회 이후 '4대강 사업'으로 이름을 바꾼 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평소대통령님의 철학과 소신을 제가 잘 알고 있기에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 왜 사람들이 반대하는지, 짧게 요약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의료가 좀 이상하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인데, 사람들의 생각보다 병원의 수익성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고지혈증이나 혈압 혹은 당뇨같은 성인성 만성질환들이 서울이든 지방이든 병원을 먹여살리는 기본 사업입니다. 빅 파이브라고 부르는 서울의 종합병원 몇 개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80%를 넘어서고, 동네 병원에 대한 신뢰도는 5%가 넘기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이번에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은 대구를 비롯해서 지방 거점병원에 사람들이 가는 것은, 거기를 믿거나 신뢰해서가 아니라 서울까지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는 게 힘들어서입니다. 구차하지만 현실이지요. 첫 진료만 한 뒤 비대면으로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지방 병원 환자의 상당수가 서울, 그것도 빅 파이브로 오게 될 겁니다.

1차 의료와 2차 의료의 경계가 불분명한 지금, 비대면 진료의 첫 진료를 자기 동네, 자기 지역에서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의 큰 종합병원에서 첫 진료를 시작할 거라고들 합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돈 문제가 없으니까요. 결국 정부안과는 달리 만성질환자는 서울로 가고, 오히려 응급환자들이 급하니까 어쩔 수 없이 지역으로 가게 되는데, 과연 지역 거점병원과 동네 병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지금도 누적 적자로 어렵다고 합니다.

정부는 코로나 국면에서 전화 진료가 엄청난 효과를 봤다고 하는데, 결국 약국에는 가야 하니까 그 효과는 좀 과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짜 비대면으로 가면 미국처럼 약도 그냥 택배로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가기에는 사회적 갈등이 큽니다.

종합하면, 지금 정부안을 강행하면 1차로는 동네 병원과 지역 거점병원들이 망하고, 2차로는 병원 근처의 약국들이 버티기 어렵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갖추어놓은 지역 의료 인프라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창조적 파괴'의 '파괴'는 확실한데, '창조'는 뭐가 될지 아직은 좀 불투명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출발도 못했지만 연초에 '마을 주치의' 사업이 시작할 뻔했습니다. 진보 쪽에서 오랫동안 추진했던 의료 공공성과 분산화 작업의 일환입니다. 그런 게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만 먼저 가면 박근혜 정권이 하려고 했다가 결국 정권이 붕괴한 '서비스 선진화'와 유사한 결과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결국 서울 중심의 중앙화로 가게 됩니다. 분권화 흐름에 반하여 의료가 거꾸로 가게 됩니다.

최악의 상황
  
 원격의료 추진 중단과 공공의료 강화 촉구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원격의료 추진 중단과 공공의료 강화 촉구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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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굳이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의료보험 상한제'를 외치던 2012년의 문재인과 '한국형 뉴딜'에 '비대면 진료'를 포함시킨 그 문재인이 같은 문재인인가, 그런 내적 갈등 때문만은 아닙니다. 좀 더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위기 의식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잘 한 것도 있고, 못 한 것도 있지만, 엄청난 사건이라고 할 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비대면 진료는 촛불집회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게 될 정권 차원의 위기일 수 있습니다. 파장이 클 것 같습니다.

경제의 다른 분야가 그렇듯이 의료계에도 진보와 보수가 원하는 방향이 좀 다릅니다. 그런데 원격의료와 비대면 진료에 대한 반대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이해에 따라 반대하지만, '결사 반대'라는 입장은 같습니다. 박근혜 정권 때 이런 양상을 우리가 본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코로나 대응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호복 입은 채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마이크를 잡는 건 최악의 상황입니다. 휴일도 반납하고 응급실에 매달려 있는 의료진들의 상념이 너무 큽니다. 자신들의 병원이 문 닫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을 그냥 보고 있기는 어려울 겁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직원들이 '직장 갑질'로 촛불을 들었던 바로 그 자리, 그 자리가 2012년 문재인 후보의 첫 서울 집중유세가 열렸던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정부는 '3차 추경'을 명분으로 경제를 살리자고 그냥 강행할 겁니다. 지방 의료진과 동네 의사들은 결국 총파업을 선언하게 되겠지요. 지금의 야당은 그냥 "너희들끼리 잘 해라", 구경만 하겠죠.

인간적으로, 이 상황까지 가면 너무 슬퍼집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춥다! '문'열어!> 콘서트 형식의 유세를 마친 후 부인 김정숙씨, 이 자리에 함께 한 수많은 지지자들과 함께 로고송을 합창하고 있다.
 2012년 12월 3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춥다! "문"열어!> 콘서트 형식의 유세를 마친 후 부인 김정숙씨, 이 자리에 함께 한 수많은 지지자들과 함께 로고송을 합창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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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 할 길

지금 '한국형 뉴딜'의 핵심사업으로 정부가 강행하는 '비대면 진료'가 확정되면 정권 차원의 위기도 위기지만, 2012년 대선 후보 문재인의 공공성 이미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지역 주치의 개념 등 우리의 의료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갖추어야 할 제도적 장치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더 필요합니다.

2012년 대선에서 지고 많은 사람이 낙담하고 있을 때 인사동에서 저녁 식사했던 순간이 문득 기억납니다. 그때는 아직 당대표도 아니셨고, 다음 대선에 나가실지도 결정되지 않은 순간이었습니다. 대선에서 지고 그 춥고 괴롭고 외롭던 시절, "그래도 좋은 세상 만들어봅시다", 그렇게 얘기하시면서 억지로라도 웃음을 보이셨던 게 지금도 생생합니다. 잠시라도 우리가 '의료 공공성'에 대해서 고민하던 그 순간을 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0년 5월 18일 우석훈 올림.

ps. 5.18 행사에서 너무 지쳐 보이는 모습,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대통령 일정이 너무 비인간적입니다. 좀 조정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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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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