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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환자가 다녀가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환자가 다녀가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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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별할 때인가 싶었는데 다시금 슬그머니 기어 나왔다. 이태원에서 하룻밤 거하게 즐긴 '춤천지(춤+신천지)'가 꺼져가는 바이러스를 회생시켰다. 온 국민의 원망과 비판과 질책이 쏟아졌다. 사실 지금도 진행형이다. 36번 확진자 때보다는 덜 하겠으나 2020년의 새로운 시작, 이미 따스한 봄날의 추억을 강탈당한 우리는 한껏 예민해져 있기도 하다. "이 시국에 꼭 클럽에 가야겠냐", "클럽은 다 문을 닫아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몇 가지 불편한 질문이 자꾸만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내가 다니는 체육관의 그룹 수업은 얼마 전부터 다시 열렸다. 혼자 운동하는 걸 싫어하는 나는 그룹 수업의 재개를 손꼽아 기다렸었다. 다른 이들도 그랬나 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 달 만의 필라테스 수업, 크지 않은 GX(Group Exercise) 실에 좁은 간격으로 깔아놓은 요가 매트가 순식간에 모두 점령되었다. 나처럼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있었으나, 워낙 운동 중 호흡이 불편해지다 보니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더 많았다. 

이렇게 매일 오후 7시나 8시에 체육관에 도착해서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데, 집과 체육관을 오가며 정말이지 요즘 매번 목격하는 풍경이 있다. 거리의 술집에 빽빽이 자리 잡은 사람들이다. 포근해진 날씨 덕에 바깥에 추가로 설치한 테이블에도 사람이 가득하다. 곱창집과 사케집은 특히 매일 호황이다. 고소한 곱창 냄새에 홀려 집에 포장이라도 해갈까 싶어 안에 들어가 메뉴를 엿보고 포장할 수 있냐고까지 물어봤다. 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 '만일 내가 코로나 확진자라면 어떻게 될까?'

이태원 클럽에서 춤췄던 확진자에게 그랬듯 많은 사람이 "이 시국에 운동을 왜 하러 가냐", "이 시국에 곱창을 왜 먹으러 가냐", "곱창집이랑 체육관 다 문 닫아야 한다"라고 말할까? 주변 지인과 많은 이야기를 해봤다. 대부분이 음식점, 카페, 주점은 괜찮지만 클럽은 안 된다고 한다. 왜 그렇게 이 시국에 춤을 춰야만 하냐고. 

조금만 더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나는 클럽에 안 간 지 10년도 더 된 것 같아 요즘의 분위기를 모르지만, 모 가수가 클럽에서 춤추다 찍힌 사진을 보니 요즘 시국엔 클럽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듯하다. 단언컨대 그들은 술집이나 카페에서만큼 떠들며 침을 튀겨가며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의료 전문가는 아니나, 주로 비말을 통해 감염되는 코로나19는 내가 목격한 곱창집에서처럼 마스크도 없이 빽빽하게 앉아, 장시간 이야기하는 사람 사이에서 훨씬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먹으면서 마스크 쓰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정말 본인이 코로나19에 대해 걱정한다면, 음식을 입 안에 넣을 때만 마스크를 잠깐 열었다가, 이야기는 마스크 착용 후에 해야 할 것이다. 그 정도의 성의를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러 방문하는 카페는 또 어떠한가, 내가 사는 동네의 카페에도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너무 시끄러워서 그냥 나온 적도 있다.  

결국 클럽에 가는 젊은이에 대한 혐오 발동이라고 본다. 동성애자 혐오는 너무나도 만연하니 더는 논하기도 싫다. 소싯적에 클럽을 꽤 좋아하던 지인 한 명은 결혼하고 아기 엄마가 된 지금, 클러빙이 1도 그립지 않고, 코로나19를 떠나서 이제 클럽 가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끌끌 찬다. 많은 젊은이가 그러하듯 당시 이 친구도 연인을 만날 기대로 클럽에 갔었고, 이미 짝꿍 만나 결혼한 지금은 그런 설렘이 없으니 클럽에 관심이 없어진 건 일견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클럽 가는 사람을 덮어두고 한심하게 여기다니 이야말로 가진 자의 오만 아니겠는가! 젊은 꼰대의 탄생 같기도 하다. (아니면 어차피 클럽에 가봐야 입장이 불가능한 상태라 질투 나서 심술부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젊은 시절에는 장시간 몸을 흔들며 노는 게 힘들지 않으며, 밥보다 클럽이 더 당길 수 있다. 붐비는 맛집에는 안 가도 클럽에는 가는 젊은이가 있을 거란 말이다. "왜 그렇게까지 클럽에서 놀아야만 하냐"고 나무라는 누군가에게 "왜 그렇게까지 맛집에서 밥을 먹어야만 하냐"고 따져 물을 수 있다. 서로 다른 가치 판단이다.  

백 번 양보해 밥은 주식이니 그렇다고 치자, 술집이나 카페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은 없다. 운 나쁘게 그 확진자의 '오늘은 춤을 춰야겠다'는 결정이 모든 클럽에 악재를 안겼다. 그 사람이 이태원 가는 길에 살짝 허리라도 삐끗했다면 클럽에 안 가고 '치맥'이나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모든 치킨집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이 퍼졌을까? 오랜만에 열어본 확진자 동선에는 술집을 비롯해 체육관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커피숍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대부분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다.  

한술 더 떠, 외국인 혐오증은 어떤가? 백인인 내 남편은 클럽 근처에도 안 가는 사람이고 우리는 이태원과는 꽤 먼 곳에 거주한다. 남편과 걷고 있던 최근 어느 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어떤 이는, 내 남편을 보더니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급히 마스크를 착용했다. 스치고 나서 뒤돌아보니 그 사람은 이내 마스크를 벗은 상태였다.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라며 인종차별을 거두라고 주장하던 그 사람들 맞는가. 이태원에 아무리 외국인이 많다 해도 거주자 대부분이 한국인이며, 클럽 방문객도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게다가 한국인 확진자가 퍼뜨린 건데, 화살은 외국인에게 쏠린다.   

사실 나는 운이 좋았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요즘 매일 운동하러 체육관에 나가고 있고, 최근 사람이 수두룩하게 빽빽한 맛집에서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그 동네 최고 인기 많은 카페에 앉아 한참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래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내가 계속 운동하러 나간다면, 여기엔  앞으로도 나는 운이 좋을 거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결국 내가 확진자가 될 가능성도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잠시나마 한산했던 대중교통은 다시 붐비고 있다. 코로나19로 3월에 잠시 파트타임 직장을 잃었었던 나는 이내 다른 파트타임 구직에 성공했고, 공교롭게도 전 직장의 복귀 요청에 따라 요즘 팔자에도 없던 투잡을 뛰고 있다. 이미 모든 게 정상화되고 있는 시점이니 어디에서 누가 감염되었다 한들 그리 이상하지 않다. 물론 '춤천지'가 이상 증세 발현에도 클럽 가기를 고수했다면 비난받을만하지만, 확진자 한 명이 알고 보니 클럽에 갔다는 사실만으로 "무개념 젊은 애들 때문에 코로나가 안 없어진다"며 욕하는 이들은 잠시나마 본인의 동선은 100% 안전했는지 돌이켜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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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만들기와 글 쓰기를 좋아하는 여행 가이드. 포토그래퍼 남편과 함께 온 세계를 다니며 사진 찍고, 음악 만들고, 글 써서 먹고 사는 게 평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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