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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흔, 자작나무에 갖고 있는 온갖 상처들

그림을 보자마자 느껴지는 첫인상, 보는 동안 떠오르는 기억과 추억들, 보고 나서 남는 긴 여운들까지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색과 형태, 그리고 질감을 통해서 몸과 마음으로 듣게 된다. 무의식의 내용들을 의식으로 끌어 올리는 작업을 주로 하는 미술심리상담가면서 그림에세이 작가가 보는 김주윤 화가의 '자작나무 숲과 인연' 작품들, 30점에 투영된 자작나무 숲 이야기를 보랏빛으로 들려주고자 한다. 같은 작품도 어떤 사람이 보는가에 따라 저마다 다르다. 빨강과 파랑 서로 상반되는 색이 섞여 만들어진 이중적 관점을 상징하는 보랏빛 이야기를 여기 풀어놓는다.

자작나무를 떠올리면 하얀 눈이 소복 덮인 숲 속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눈 덮인 숲속과 자작나무는 북쪽 나라의 풍경과 그 뉘앙스가 따라오고 북쪽 나라와 숲을 연결 지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 숲'이 함께 온다. 이 소설은 처음 우리나라에선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달았다. 소설 속 주인공 와타나베는 유일한 고교 친구를 자살로 잃었고, 그 친구의 연인이었던 나오코를 사랑했지만 그녀 또한 대학입학 후 정신병이 생겨 요양시설로 들어간다. 주인공과 같은 대학에 다니는 미도리는 와타나베를 사랑하지만 나오코를 못 잊는 바람에 혼란을 겪고  미도리역시 상실감을 맛본다.

또 한명의 등장인물인 레이코는 나오코와 같은 요양 시설에 있으면서 와타나베에게 나오코의 소식을 전하는 인물이지만 후에 와타나베와 몇차례 사랑을 나누곤 다시 헤어지게 된다. 가까워지고 싶지만 깨어진 관계, 전혀 아닐 것 같은 사이지만 깊어지는 관계, 한사람은 다른 곳을 보고 그의 등을 항한 한쪽방향으로만 향하는 관계, 고도의 성장기 일본의 고독한 도시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아픔과 사랑의 순간들을 강한 색채로 그린 그림처럼 담아낸 하루키의 역작이다. 

이 소설에 그려진 관계는 순간적으로 깨어져버릴 것 같기도 하면서 조금만 다가가면 얻을 수 있는 관계의 기묘한 상황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인물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들, 그 상처를 덮어주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또 다른 인연, 그러나 가슴엔 여전히 남아있는 상처들, 어쩌면 자작나무 그림에 뚜렷하게 그려진 상흔들이 하루키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이 아닐까?

소설가는 글로 이야기 하지만 화가는 그림으로 말한다. 김주윤 작가의 자작나무 그림에서 보이는 큰 상흔들은 우리가 겪은 상처,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오는 그것과 닮아있다. 하지만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른쪽 나무 기둥과 배경 사이의 선들이 강렬하게 표현되어 마치 빛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나무기둥에는 아주 작은 가지들이 돋아나고 있다. 좋은 인연을 맞이하고 더 좋은 관계를 위한 준비인양, 상처를 통해 관계의 지혜를 얻은 모습을 의미하는 것 같다. 
 
작품1 ▲ 김주윤 Close Relationship Ⅱ (45×80cm) Oil on canvas
▲ 작품1 ▲ 김주윤 Close Relationship Ⅱ (45×80cm) Oil on canvas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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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머물기를 약속하는 말

민족의 영산 백두산 곳곳에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이 아름드리 하얀 자작나무들이다. 갖가지 나무들 사이에서 고고한 자태를 간직하며 순수함과 정열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나무가 바로 자작나무다. 결혼에 화촉을 밝힌다는 말은 촛불이 없던 시절, 초 대신 자작나무껍질에 불을 붙여 섰다. 그래서 자작나무를 한자로 쓸 때 '화 華'로 쓴다.

단단하고 치밀한 자작나무의 조직 때문에 목재로 쓸 때 조각재로도 많이 쓰인다. 그래서 국보인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이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 그 오랜 세월동안 온갖 풍파 속에서도 뒤틀리지 않고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또 북유럽에서는 사우나를 할 때 자작나무 가지와 잎을 한 다발로 묶어서 온몸을 두드리는데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그래서 자작나무를 표현하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고고한, 순수한, 정열적인, 단단한, 유용한, 친근한 이런 단어들이 나온다. 영물스럽기도 하고 단단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근한 나무가 바로 자작나무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자작나무 같아야 하지 않을까? 내 존재의 본질은 순수하고 성스러운 정열로 이루어져 있다. 순수한 그대로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다 보면 처음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에게 오해와 상처를 주기도하고 나 역시 받기도 한다. 누가 잘못해서라기 보단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흐르면 우리는 그때의 상처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것이 오히려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그렇긴 해도 상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무의 상흔처럼 우리 마음에 고스란히 자국을 남긴다. 그래서 상처가 많은 사람은 오래된 나무 같은 느낌을 준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일어나는 동안 우리는 때로는 단단함을 보여주어야 하기도 하고 때론 친근한 모습으로 대해야한다. 추억과 기억들 속에 남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생긴 우리 마음속에 새겨진 상흔들은 보담아야한다. 내 마음을 다독이면서 상처가 숙성이 될때 관계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 머무른다는 것은 그사람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떠나고 나서도 여전히 마음속에 머물러 있다. 

'어쩌면 인연이 온다는 것은 계속 머무른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작품2 ▲ 김주윤 Stay 1 (24.3×41cm) Oil on canvas
▲ 작품2 ▲ 김주윤 Stay 1 (24.3×41cm) Oil on canvas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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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으로, 더 깊은 관계 속으로 들어가다

사람사이에서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생각, 마음, 행동에 사랑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것 보다 사랑의 마음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손해인지 이익인지 따짐 없이 상대를 위하는 것, 해준 것에 대해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 사랑의 마음을 주고받는 기본적인 태도이다.  이런 태도에서 나오는 모든 행동은 사랑에 포함 된다. 사랑의 행동들이 쌓여 갈 때 관계는 더 깊어진다. 

또 다른 하나는 관계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어야한다. 서로 좋을 땐 아름다움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살다보면 늘 좋을 순 없다. 서로가 힘든 상황에 놓이고 불안하거나 불편한 상태가 되면 좋게 보이던 것도 별것 아니게 된다. 이유보단 감정을 앞세워 서로 책망하거나 싸우게 된다. 이럴 땐 어떻게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까? 

음식에서  지혜를 빌려보자. 우리는 대체로 편안하고 익숙한 맛을 즐긴다. 반대로 홍어나 취두부처럼 처음 맞이하는 낯선 자극적인 맛은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 미식가들은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허용하는 마음을 낸다. 그 맛의 고유한 것들을 찾아내고자 하는 태도를 갖춘다. 이런 마음의 시작이 다양한 음식을 즐길수 있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더 넓고 깊은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우리의 관계에서도 그 사람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사람이 나와 다르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마음과 그 사람의 독특한 세계에 대한 탐구심을 가질 때  진정으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작품3 ▲ 김주윤 ‘□’ 들어가다 (50cm×120cm×3) Oil on canvas
▲ 작품3 ▲ 김주윤 ‘□’ 들어가다 (50cm×120cm×3) Oil on canvas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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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과 인연

미술심리 이론에 따르면 나무는 자기개념을 나타낸다. 더 깊고 무의식적인 핵심 감정을 드러난다. 김주윤 작가는 15년 동안 나무를 그리고 있다. '그리움'을 주제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자작나무와 인연因緣'이라는 주제를 들었다. '그리움'이 주는 단어의 느낌은 어느 정도 대상의 한계가 있지만 '인연因緣'은 그에 비해 범위가 훨씬 넓어 졌다. 넓고 깊어진 김주윤작가의 자작나무 숲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무슨 이야기든 들을 준비를 한다면, 설령 그것이 시리고 아프고 혹독하더라도 받아들일 마음을 낸다면 작가의 열정과 깊은 무의식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작품4 ▲ 김주윤 숲I (25.5x18cm) Oil on canvas
▲ 작품4 ▲ 김주윤 숲I (25.5x18cm) Oil on canvas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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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5 ▲ 김주윤 숲VI (25.5x18cm) Oil on canvas
▲ 작품5 ▲ 김주윤 숲VI (25.5x18cm) Oil on canvas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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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미술평론지 <미술과비평>이 창간15주년이다.  다른 아트페어와는 작가중심이라는 모토로 진행되는 아트페어다. 국내 외에서 인정받는 A&C ART FAIR(ACAF)는 우수한 작가들을 선정하고, 작가중심으로서 대중들에게 접근성 있는 페스티벌이다. 한가람미술관 전관에서 진행 되는 이번전시에는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원로 작가들과 우리미술계를 이끄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유명작가와 미래의 역량 있는 작가의 작품이 총 망라되어 다채롭게 펼쳐진다.

A&C ART FAIR(ACAF)는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과 흐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다양한 면모를 고찰해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5월 21일부터 5월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미술인과 일반인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상호 교류의 장 속으로 들어가자. 
 
입장권 ACAF2020 입장권
▲ 입장권 ACAF2020 입장권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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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작가입니다. 저의 작업의 주제는 '위로와 성장'입니다. 때로는 심리상담으로,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글로 이웃과 소통하며 서로 위로와 용기를 주고 받기를 원합니다. 모두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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