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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선물로 반가운 답장을 받았다. 경기도에서 중·고등학교 사회교사로 오래 동안 근무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2009년 2학년 정치수업을 듣던 학생이었다. 발단은 재작년 주간경향에 기고한 '내 인생의 노래'라는 짧은 글 때문이다. 포털 검색하다가 내 기사를 읽고 그 질문들에 대해 보낸 답장이다.
 
 스승의 날 선물을 담고 온 카톡 화면
 스승의 날 선물을 담고 온 카톡 화면
ⓒ 김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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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교육청에 민주시민교육 자문관(외부전문가)으로 활동하였다. 주간경향에 근무하는 기자에게 종종 학교 시민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사에서 학교 시민교육을 강조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 기자는 '자문관'이라는 명칭이 꽤 높은 직위라고 생각하였는지, 아니면 매주 돌아오는 '내 인생의 노래'에 쓸 기고자를 섭외할 경황이 없었던지 내게 글을 달라고 부탁했다. 오는 정이 있다면 가는 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아쉬울 때 부탁하고 내게 오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내 인생의 노래'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삶을 이어오면서 즐겨 불렀던 노래를 자기 삶을 소개하면서 같이 소개하는 일종의 칼럼이었다. 여기에 30여 년 동안의 사회과 교사로서 학교 내의 갈등, 사회과 교과서의 한계, 내 수업의 한계 등을 실토하면서 그때마다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불렀던 이태원의 노래 <솔개>의 가사를 함께 실었다. (기사 참조  [내 인생의 노래]이태원의 <솔개>)

칼럼에 내가 수업하는 학생들이 이런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고 적었다. ▲ 이 사회의 구조와 이 시대의 본질적인 특성은 무엇일까? ▲ 누가 사회를 통제해야 하며,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 이 사회의 시민이 된다는 의미는 무엇이며,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민으로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너무 과한 욕심이었다. 어찌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할 수 있었을까? 2009년 내게 정치수업을 들었던 그는 10년이 훌쩍 지난 이번 스승의 날 카톡으로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선물로 보내왔다.
 
 스승의 날 카톡에 첨부화일로 실려온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장
 스승의 날 카톡에 첨부화일로 실려온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장
ⓒ 김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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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카톡으로 보내 온 위 답장 내용이다. 가슴이 벅찼다. 기사로 소개한다.

교사 시절 내 학생들이 이런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 이 사회의 구조와 이 시대의 본질적인 특성은 무엇일까?


내가 보는 한국사회는 입시에만 집중하던 청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성인이 되어 세상에 내던져진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 생각한다. 마치, 어렸을 때부터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석방이라면서 국가에서 그 학생의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그러곤 갑자기 자신을 통제하던 사람들이 없어져 사회에서 '새내기 증후군'을 겪는다. 그래서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공허함을 느끼며 무엇인가에 탐닉하는 시간이 길다고 생각한다.

2. 누가 사회를 통제해야 하며,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나는 공익제보자가 사회를 통제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 공익제보를 한다는 것은 제보자에게 양심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한 사회의 결속력이 타인에 대한 신뢰로부터 출발한다고 가정할 때, 양심을 증명한 사람들이 통제하는 사회는 부정부패와는 당연히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한다.

부정부패가 없어진 다음엔 나라를 지탱하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공허하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이 사회의 시민이 된다는 의미는 무엇이며,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민으로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모든 사람은 세상을 가꿀 권한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잊은 채, 아니 어쩌면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에게 소외받고 몇 년씩 집 밖에서 나오질 않고, 또 어떤 사람은 흉악범이 된다.

사회문제는 사람이 일으키니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에선 나이가 어릴수록 잘못한 것이 있어도 쉽게 용서를 해주지만, 이미 다 커버린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래서 나는 병에 걸린 환자를 의사가 수술하고 약을 처방함으로써 치료하듯이, 나 또한 타인의 마음을 해부하여 수술도 하고 약도 처방해 주고 싶다.


그날 밤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귀한 선물 고맙습니다. 내가 스승 자격이 있는지는 따지지 않고 귀한 선물(그 시절 받았더라면 더 좋았을) 잘 받을게요."

다음 날 아침 답장이 왔다. "제가 인지하는 선생님은 언제나 달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저 선생님의 손가락만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자가 계속 제자로만 남는다면 스승에 대한 고약한 보답이니, 저는 사람들을 이끌고 강가에 비친 달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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