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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남 창원의 45학급 B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보건교사의 글이 경남 보건교사의 소통방인 '학교보건혁신TF 밴드'에 올라왔다. 점심시간 직전 긴급돌봄으로 학교 나온 학생 5명이 동시에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연락이 안되어 일시적 관찰실 3곳으로 나누어 대기 시켰는데, 배고픈 아이를 굶길 수도 없어 일시적 관찰실에서 점심식사를 먹게 하는 등 매우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였다.

교육부는 얼마 전 전국 모든 학교에서 학생 등교를 대비하여 코로나19대응 모의훈련을 하고 완벽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막상 학교에서 발생하는 상황은 모의훈련에서 가정한 상황과는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라는 것은 37.5도 이상의 발열, 기침, 인후통, 두통, 권태감, 설사, 오심 등을 말한다. 코로나19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한 상태에서도 전파가 일어나기에 약간의 증상이 있어도 경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나열된 증상들은 평소에 보건실을 방문하는 학생들이 호소하는 거의 모든 증상들(외상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한)이다.

언급한 경남 창원의 B초등학교의 경우 학급수 45학급에 학생수가 1100여 명의 거대학교이다. 예년의 경우, 해당 규모의 학교에서 보건실을 이용하는 학생 수는 하루 60~100명 정도이며, 이중 30%이상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에 해당하는 증상을 호소하면서 보건실을 방문한다. 하루 20명에서 40명 정도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자 인 셈이다.

그런데 등교를 대비하여 완벽한 방역을 준비한다면서 지난 5월7일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배포한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 [제2판]'에서는 등교 전 가정에서 또는, 등교 후 학교에서 의심증상을 보이는 학생과 교직원은 모두 선별진료소를 방문하여 진료받고,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의 제1행동수칙은 '아프면 3~4일 가정에서 쉰다'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학생들의 안전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아프면 코로나19 검사'로 수칙을 변경한 것이다. 이 경우, 발생 가능한 혼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기침하고 머리 아파서 가정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던 학생은 코로나19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학교에서 갑자기 설사를 한 학생도 보건교사는 선별진료소 방문하여 코로나19검사를 받도록 안내하여야 한다.

더구나, 15일에는 119구급대의 지원을 받아 해당 의심 증상 학생들을 선별진료소로 후송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의심증상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학교 현장에서 그 지침을 적용할 경우 어떤 혼란이 발생할 지는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고, 교육부가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박수치고 있는 꼴이다.

또, 15일 경남교육청에서 일선 학교로 하달된 공문에는 '학교 보건교사 부재 대응 체계'를 주문하는 내용이 있었다. 보건교사가 보건수업을 하느라 보건실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학교장이 마련하라는 것이다.

경남의 '학교보건혁신TF 밴드'에서는 5월 8~10일 학생 등교 후 보건교사에 의한 수업 계획과 보건교사 수업시 방역대응모형은 있는지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205개 응답 학교 중 173개 학교에서 보건수업이 예정되어 있고, 주당 11시간의 수업이 있는 경우를 포함하여 평균 주당 5시간의 보건수업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생수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1인의 보건교사가 배치되어 있는 학교 현실에 비추어, 학교내 유일한 의료인력인 보건교사가 수업 중일 경우, 이를 대신하여 의심증상자를 살필 수 있는 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보건교사들은 코로나19 대응기간 중에는 보건교사에 의한 직접 보건교육을 지양하고, 보건교사가 담임교사에게 각종 보건교육자료를 제공하여 보건교육을 할 수 있는 간접교육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SNS나 각종 온라인 교육 자료를 활용하여 보건교육을 강화하되, 보건교사는 보건실을 지키며, 의심증상자 관리를 비롯한 학교내 유일한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보건교사들의 주장과 요구는 학교 현장에서 받아 들여지지 않았고, 거의 대부분 학교에서 의심증상자 관리와 보건수업을 보건교사가 동시에 수행하도록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학교보건혁신TF에서 경상남도 교육청에 대책을 요구하였는데 경남교육청은 '보건교사가 수업 등으로 보건실 부재시를 대비하여 학교장의 업무분장에 따라 학생건강관리 및 응급상황에 따른 대응 체계 마련'이라는 답을 5월15일 공문으로 일선학교에 내려보냈다. 학교장이 내놓을 수 있는 업무분장이라 함은 '보건교사가 수업하는 동안 담임교사가 보건실을 지켜라'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제시하는 방역대책이라는 것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완벽한 대책이 될 수 없음에도, 소통 없이 내려지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코로나19 지침으로 인해 현장에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직원의 몫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의 최일선에는 학교내 유일한 의료인이면서 감염병관리 담당자인 보건교사가 있고, 현장의 상황을 반영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경남 학교보건혁신TF의 보건교사들은 이 혼란의 상황을 겪으며,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의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선 현장 보건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남교육청과의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보건교사가 학교보건의 역할주체로 바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태그:#코로나 19, #교육부 지침, #보건교사, #선별진료소, #보건수업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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