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엄청난 재난이 벌어지면 사람들의 뇌가 백지화된다는 '쇼크 독트린' 이론을 코로나19가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

주제준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대응 시민사회대책위 상황실장 겸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이 강조한 말이다. 주 상황실장은 15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지역 진보‧시민‧환경‧여성‧청년‧노동단체 대표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위기 극복과 새로운 전망 모색 경남토론회'는 주 상황실장이 발제하고, 참가자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공유하며 소통했다.
  
5월 15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위기 극복과 새로운 전망 모색 경남토론회”가 열렸다.
 5월 15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위기 극복과 새로운 전망 모색 경남토론회”가 열렸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주제준 상황실장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엄청나다. 하루 5만 3000명씩 확대되고 있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와 페루,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상황이 심각하다. 이런 추세는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미국 상황을 설명한 그는 "심지어 죽은 사람을 실은 컨테이너 트럭을 시동을 켜놓은 채 운전자가 도망을 갔다. 기름이 떨어져 시동이 꺼졌고,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에 촛불을 들었던 우리 교민들을 지난해 미국에 가서 만났다. 20여 명이 사진을 찍었다. 이 중에 5명한테서 연락이 왔다.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갔더니 진통제 하나 주고 말더라는 것"이라며 "그 분들이 저한테 전화를 한 이유가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한약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일본 등에 대해 그는 "우리는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역학조사를 해서 감염경로를 파악하는데, 일본을 비롯한 상당수 나라들은 역학조사 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나라들은 감염이 실제로 얼마나 됐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확진자가 나오면 휴대전화와 하이패스, 신용카드만 있으면 다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고 했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는 잠잠했다가 추워지는 가을이나 겨울에 더 확산될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주 상황실장은 "국제구호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가난한 나라를 방치할 땐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 인구의 1/7인 10억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고 했다.

그는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가 나왔다. 코로나19는 잠복기가 2주간이라 하고 무증상 감염이라 더 위험하다"며 "치사율이 낮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람한테 계속 전파를 시킬 수 있기에 위험한 것"이라고 했다.

'보건위기'가 '경제위기'라는 것. 주 상황실장은 "세계경제는 코로나19 때문에 2주 동안 3경 2000조원이 날아갔다고 한다"며 "일반적으로 18개월 넘는 경기 후퇴, 10% 넘는 국내총생산 하락, 25% 넘는 실업률 등이 발생하면 대공황이라 하는데, 일부 항목은 그 기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대공황보다 더 큰 대공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관광과 항공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수출이 되지 않으니까 제조업 위기다"고 했다.

'쇼크 독트린 이론'을 소개한 그는 "우리가 경험한 전쟁이나 IMF를 떠올려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재난으로 인해 누가 이득을 보느냐는 것이다. '재난 자본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기득권이 재난 앞에 더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량위기가 닥친다는 것. 주 상황실장은 "올해 농업 작황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하니 걱정이다. 작황이 좋다고 하더라도 수확할 사람이 없거나 유통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식량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수단의 경우 밀가루 가격이 62%나 급등했다. 농산물 수출금지를 하는 나라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에서는 관광이나 항공산업이 사양이고, 돌봄과 배달, 의료, 농업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며 "식량이나 에너지도 마찬가지로, 지역에서 자급자족하는 것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주 상황실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더 이상 핸드폰을 팔아서 농산물을 사는 논리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고 했다.

우리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해, 그는 "이번에 240조원을 투입하는데 국민들한테 나눠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은 10조원 정도다. 나머지는 기간산업 지원이라든지 부실기업에 지원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기간산업에 지원을 하면서 '고용유지 조건'을 내걸었지만 국회 처리 과정에서 빠졌다"고 했다.

'원격의료'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때부터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하자는 말이 나온다"며 "코로나19는 비대면 치료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동네 의원에서 치료를 하고 약처방을 받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질병도 원격의료가 될 경우 큰 병원들이 다 가져가고, 동네의원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주제준 상황실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누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느냐가 중요하다. 재벌, 기득권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5월 15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위기 극복과 새로운 전망 모색 경남토론회”가 열렸다.
 5월 15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위기 극복과 새로운 전망 모색 경남토론회”가 열렸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개학을 하지 않으니까 교육 격차가 더 심해"

참석자들도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이진택 민주노총 양산지부장은 "최근 지역 업체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그런데 대부분 업체에서 임금삭감을 했다. 월급 200만원 안팎을 받는 노동자들한테 40만~50만원 삭감은 정말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회사에 준다고 하는데, 실제 노동자들한테 효과가 있게 전달되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또 그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지난 4월부터 금~일요일은 휴무를 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받는 업체들도 많다. 이전에 잘 나가던 업체들도 한결같이 어려워한다"며 "지자체나 노동부가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 불안하다"고 했다.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최근 경남도에서 노사정 간담회가 있었다. 정부에서 돈을 푼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에까지 혜택이 가는지 의문이고, 금융 대출도 쉽지 않다고 한다"며 "재벌이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을 계열사와 하청업체부터 풀어서 함께 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현숙 경남여성연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돌봄, 교육, 보육 문제가 크다. 지금은 돌봄대란 수준이다. 학교가 개학을 하지 않으니까 교육 격차가 더 심해질 것 같다"며 "여성단체에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제안해 놓고 있다"고 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총장은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주 상황실장은 "정부 논의 상황을 보니, '스마트팜'이라 해서 기업농‧대농 중심의 육성을 거론하고 있는데 걱정이다"고 했다.

박종권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경제비상사태다. 전쟁 상황이다. 전쟁이 나면 무기가 필요하다. 부자들한테서 돈을 거둬 무기를 사듯이 이번에 세금을 더 거둬야 하고, 부자 헌납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도 따지고 보면 기후변화 영향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중앙집중식', '세계적'이 아니라 '지역‧독자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석유나 석탄을 수입해서 에너지를 생산할 게 아니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고 했다.

박 운영위원은 "일회용품 줄이기가 잘되어 가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무산됐다"며 "노동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후위기를 잘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태그:#코로나19, #경제위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