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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최가영: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벤차스' 전경 공간형, 2020. 5. 7.~ 5. 26.
▲ 전시 "최가영: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벤차스" 전경 공간형, 2020. 5. 7.~ 5. 26.
ⓒ 최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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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점점 커져간다. 답답한 마스크가 지구를 덮었다.

작금의 시대에 젊은 작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우리는 예술로부터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응답을 서울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전시공간들에서 열린 전시들을 통해 살펴본다.

최가영 개인전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벤차스(Венчац)'

전시공간 '공간형'에서 전시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벤차스'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현실과 가까운 아름다움'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온 최가영 작가는 유럽 남동부 세르비아의 자연 풍경-벤차스 산 주변을 친구가 찍어 보내준 사진과 인터넷 자료를 참고해서 새로운 풍경의 이미지를 그린 최근 작업들을 선보인다.

최 작가는 직접 가보지 않은 벤차스 산을 그릴 때 대상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으로 알았지만, 풍경의 절벽 부분에서 채석장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일종의 반전, 배신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작품 '세르비아의 산-마리야 초르크(Marija Curk)로부터'가 벤차스 산을 찍은 사진 이미지에서 그곳에 있는 채석장 부분을 생략해서 그렸다면, 작품 '산, 채석장-마리야 초르크로부터'와 '벤차스의 하얀 대리석-부카신 스텐세빅(Vukasin Stancevic)으로부터' 등에서는 채석장의 이미지를 전면으로 내새우는데, 이는 모두 앞선 발견에 대한 작가의 반응이다. 

세 단어들이 나열된 전시제목은 대상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그 이면으로 향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최 작가는 작업을 통해 처음에 알았던 자연의 이미지를 새롭게 생각하고 나아가 기존 회화의 방법과 그 의미를 고민해보는 자리를 제안한다. 
 
주형준作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다’(2020) 쉬프트, 2020. 5. 7. ~ 5. 26.
▲ 주형준作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다’(2020) 쉬프트, 2020. 5. 7. ~ 5. 26.
ⓒ 주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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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준 개인전 '완성 연상'

전시공간 '쉬프트'에서 열린 전시 '완성연상'은 꿈속의 이미지를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온 주형준의 예술을 조명한다.

주형준은 작품 '작가 K를 만났다'에서 하나의 완성된 사각 화면의 가운데를 여러 곡선으로 잘라 나눴다. '작가 K를 만났다'를 이루는 12개의 조각들은 조금씩 다른 간격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설치되었지만, 감상자의 머릿속에서 마치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합쳐져 여럿이자 하나인 이미지를 드러냈다.

우리의 시선이 꿈과 현실의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허구와 실제를 연결하는 것처럼, 전시장의 비어있는 벽은 그림과 수평을 맞추며 때로 예술의 일부처럼 암시적인 공간으로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림 속 대상이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것임을 깨닫게 한다. 

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림의 여백과 전시장의 벽 위 비어진 공간에 (관람자들이) 상상의 이미지를 더해가는 새로운 확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형준과 최가영 두 작가가 '쉬프트'와 '공간형' 각 전시장의 한편에서 공간을 '느낌 있게' 연출한 부분들이 관람자의 눈길을 끈다. 주형준은 평면작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다'를 벽 구석에 수직으로 설치해서 기존 수평의 축이 입체적인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게 설치했다. 최가영은 공간형의 전시장 바닥 위에 자갈들을 깔아, 그 위를 걷는 관람자가 마치 그림 속 산길을 걷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연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술이 던지는 질문들

주형준의 최근 작업은 때로 예술인으로서의 생존과 관련한 자신의 불안감을 주제로 하는데, 이는 비단 그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예술인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직군 중 하나로 언급되었다. 앞서 그들은 예술로써 공공사회에 공헌한 결과에 비해 사회적ㆍ경제적 보장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접어들어 더욱 악화된 상황에 놓여있다.

주형준이 이번 전시에서 꿈속의 이미지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는 개인적인 증언을 넘어서 오늘날 꿈을 품은 '미생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솔직한 단면이다. 
 
전시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벤차스' 전경 공간형 전시장 바닥에 깔린 하얀 자갈들
▲ 전시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벤차스" 전경 공간형 전시장 바닥에 깔린 하얀 자갈들
ⓒ 최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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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가, 도시와 도시 사이의 이동이 통제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최가영의 이번 전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술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한다. 최 작가는 작업에서 지구 반대편의 자연을 직접 마주하지 않은(또는 못한) 채 외국인 친구가 보내준 사진 자료와 인터넷 자료만을 참고해서 그림을 그린다. 이는 오늘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는 지금의 '언텍트(untact) 사회'와, 우리가 바라지 않는 또 다른 미래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사람이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의 조건들이 극도로 한정된다면, 그때의 예술은 어떤 형태로, 또 어떤 '틀'에서 이루어질까? "결국 나의 그림은 어디에도 없는 곳에 대한 사생(실물이나 경치를 그대로 그리는 일)이 되었다"는 최 작가의 작업노트처럼, 두 전시는 작가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앞으로 외부와 계속 단절될 수 있는 개개인들에게 예술이 어떤 의미가 될지에 대한 상상을 불러온다. 두 전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과거와 달라진 일상의 풍경 속에서 역사의 기록이나 소통의 대안으로서의 예술의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주형준作 '작가 K를 만났다'(2020) 전시 '완성연상' 전경, 쉬프트, 2020. 5. 7. ~ 5. 26.
▲ 주형준作 "작가 K를 만났다"(2020) 전시 "완성연상" 전경, 쉬프트, 2020. 5. 7. ~ 5. 26.
ⓒ 주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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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일대 곳곳의 숨겨진 미술전시

전시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벤차스' 및 '완성연상'은 '공간형 2020 상반기 전기공모' 기획의 일환으로 열렸다. 

'공간형' 및 '쉬프트' 방문 시 전시장과 인접한 전시공간 '가삼로지을', '빈칸', '상업화랑', '옥보단', '중간지점', 'N/A' 등의 전시 일정도 참고한다면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다양한 전시공간들의 각기 다른 개성들과 마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전시 입장은 모두 무료이다.

(공간형ㆍ쉬프트 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 105, 이화빌딩 3층. 지하철 을지로3번가 1번 출구 도보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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