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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총격에 숨진 흑인청년 추모하는 미국 남성 지난 5월 8일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조깅하다 숨진 흑인 청년 아흐마우드 엘버리를 추모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다. 한 시민이 "저는 조깅 중입니다, 쏘지 마세요"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 백인 총격에 숨진 흑인청년 추모하는 미국 남성 지난 5월 8일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조깅하다 숨진 흑인 청년 아흐마우드 엘버리를 추모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다. 한 시민이 "저는 조깅 중입니다, 쏘지 마세요"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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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M=마이클 오 기자] 조깅을 하던 흑인 청년이 백인 부자(父子)의 총에 맞아 숨졌다. 하지만 경찰은 총을 쏜 범인을 사건 발생 2개월이 훨씬 넘도록 체포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 사회를 병들게 하던 인종 차별과 백인 우월주의 문제가 곪아 터졌다는 비판과 정의 실현을 향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깅하다 총 맞아 숨진 아흐마우드 엘버리

25세의 흑인 청년 아흐마우드 엘버리는 지난 2월 23일 조지아주 브런즈웍 근교에서 평소처럼 조깅을 하고 있었다. 백인 부자 그래고리 맥마이클과 트래비스 맥마이클은 자신 앞을 지나가는 흑인 청년을 보자마자 집으로 뛰어 들어가 총으로 무장한 뒤 픽업 트럭에 올라탔다. 마치 사냥을 하듯 아흐마우드를 뒤쫓아간 이들은, 결국 영문도 모른 채 제지당한 흑인 청년을 사살하게 된다.

사건 이후 경찰 조사를 받은 맥마이클 부자는 아흐마우드가 자신의 마을에서 일어났던 여러 건의 절도 사건 용의자와 닮아서 뒤쫓아 갔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 신문 <브런스윅 뉴스>에 따르면, 그 당시 이 지역의 절도 사건은 단 한 건밖에 없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관대하고 느긋한 사법 당국
 
 흑인 청년 아흐마우드 엘버리 (사진 = 제임스 르브론 페이스북)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두 부자를 구명하자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또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CAG 페이스북)
ⓒ 뉴스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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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타임라인에 따르면, 경찰은 도둑으로 오인했다는 변명 앞에 이들을 체포 없이 귀가 조처한다. 당시 사건 보고서는 전적으로 그래고리 맥마이클의 증언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한다. 그는 트래비스가 알베리와 총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최초로 한 발을 쏘았으며, 조금 있다가 다시 한 발을 쏘았다고 했다.

사건은 이후 해당 검사실에 배정되었지만, 검사들은 세 번이나 사건 조사를 거부하거나 지연했다. 이유는 사건과 이해 충돌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경찰로 은퇴한 그래고리 맥마이클을 수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두 번째로 사건을 배정받은 검사는 조사를 거부하면서 이들 부자 편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들이 시민 체포권과 정당 방위권을 행사했을 뿐이므로 체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진상을 밝혀야 할 수사 당국이 오히려 조사 회피와 피의자 옹호를 일삼는 동안, 유가족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수사 지연과 함께 때마침 찾아온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사건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식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달 지나 온라인에 퍼지자 가해자 '체포' 

사건 발생 두 달 반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검사실 책상 위를 맴돌고 있던 상황은 5월 5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사건 당시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졌던 것이다. 영상은 픽업 트럭이 조깅을 하는 아흐마우드 앞을 가로막자 이를 피해 돌아가는 장면과, 조금 후 고성의 실랑이와 세 발의 총소리가 들리는 장면을 담고 있다.

4월 13일 이래 세 번째로 사건 배정을 받아 조사하고 있던 검사는 영상이 퍼지자, 돌연 사건을 대배심원 판결을 통해 기소 여부를 가릴 것을 요청한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 수사국은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건 발생 두 달 반 동안 세 명의 검사가 투입되어도 체포할 수 없었던 맥마이클 부자는 사건 영상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체포됐다. 혐의는 살인과 특수 폭행이다. 공교롭게도 맥마이클 부자가 체포된 다음 날은 이들의 총탄에 숨진 아흐마우드 엘버리의 26번째 생일이었다.

정의, 벼랑 끝의 외침인가? 수치를 잊은 광기인가? 

이 비극적인 사건이 없었더라면, 이날도 힘차게 뛰고 있을 아흐마우드를 기억하고 그의 죽음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IRunWithMaud(런 위드 아흐마우드, 나는 아흐마우드와 함께 달립니다)라는 이름이 붙여진 캠페인은 아흐마우드가 숨진 2월 23일을 기억하기 위해 2.23마일을 뛰는 행사로 진행되었다.

아흐마우드가 숨진 브런스윅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동참했다. 지역별로 자발적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등에 '#IRunWithMaud'라는 문구를 붙이고 뛰는 사람도 있었고, 바쁜 일정 가운데에서도 혼자 러닝 머신을 2.23마일 달리는 영상을 올리는 참여자도 있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각계각층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아흐마우드를 향한 추모와 함께 무너진 정의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은 "2020년을 살아가는 바로 우리 눈앞에서 '린칭'이 일어났다"며 참혹한 인종 차별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 끔찍한 악행이 한 생명을 앗아갔다… 하지만 이 일은 우리 과거 역사가 오늘날까지 수많은 방법으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NBA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집 밖을 나서는 순간마다, 매번/매일, 말 그대로 사냥당하고 있어. 조깅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다고!… 정말 마음이 아파, 아흐마우드! 천국에서라도 편히 쉬기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NBA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정말 마음아프다" 는 메시지를 올렸다. (사진 = 르브론 제임스 트위터 갈무리)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두 부자를 구명하자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또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CAG 페이스북)
ⓒ 뉴스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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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기독교 잡지 <소저너스> 대표 짐 왈리스도 성명서를 통해 인종 문제에 대한 부조리를 비판하고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촉구했다.

"흑인이 총격 사건의 피해자가 되면, 왜 언제나 이런 사건이 주목을 받기 위해서 사건 영상이 필요한가?… 왜 백인들이 이끄는 사법 당국은… 그들이 이런 사건에 대해 손 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일을 하지도 못하고, 또 하지 않으려 하는가?

… 이 살인자를 체포하기 위해서 나라 전체가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이제부터 더는 진실이 숨겨지지 않고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 이 비극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흑인을 비인간화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행태가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공격이며, 따라서 반드시 이런 일을 종식해야 한다는 경종으로 울린다."


한편, 맥마이클 부자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반응은 아흐마우드 엘버리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으며, 맥마이클 부자는 단순히 자신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했을 뿐이라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아흐마우드가 사건 발생 전 주택공사 현장을 둘러보는 영상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두 부자를 구명하자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또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CAG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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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흐마우드가 사건 발생 바로 전, 주택 공사 현장을 둘러보는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의 영상에는 아흐마우드가 조깅을 하던 중, 공사 중인 빈 주택에 들어가 둘러보는 장면과, 이후에 현장을 빠져나와 뛰어가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영상에는 아흐마우드가 어떠한 물건에 손대거나 취하는 장면은 없었으며, 공사 주택의 주인도 확인 결과 아무런 분실물이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영상의 댓글에는 아흐마우드는 단순히 조깅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으며, 도둑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맥마이클 부자는 단순히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 절도의 용의자를 잡으려 했을 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다른 네티즌들은 백인들이 오히려 흑인들에게 역차별당하고 있으며, 범죄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다가는 인종 차별주의자로 몰리는 현실에 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독교인이 중심이 되어 맥마이클 부자 구명 운동을 위한 온라인 모임도 생겼다. '구글에 맞서는 크리스천(Christians Against Google, CAG)'라는 페이스북 그룹은 "그래고리와 트래비스 맥마이클을 위한 정의를"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으며, 그룹 소개란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 두 사람은 단지 이웃을 보호하려 했을 뿐입니다. 이 지역은 지속적인 절도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이 자(아흐마우드 엘버리)는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일치했고, 단순한 명령에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도움이 절실한 맥마이클 가족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멘"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두 부자를 구명하자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또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CAG 페이스북)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두 부자를 구명하자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또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CAG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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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마우드의 죽음, 우리 모두의 죽음... 한인 사회에 던진 충격 

필라델피아 노스센터럴 지역에서 흑인 빈민과 함께 살아가는 이태후 목사는 이번 사건을 더욱 더 남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는 이 사건을 접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건 정말 어처구니없고도 슬픈 일입니다… 인종 차별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타자'를 향한 폭력은 너무나도 쉽게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우리 동네 아이들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현실입니다"라며 성토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 묻는 기자에게 이태후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낮에 조깅하는 흑인 남성을 총을 들고 트럭을 타고 따라가서 사살했는데, 74일 동안 살인자들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다가 비디오가 공개되자 여론에 떠밀려 두 범인을 구속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많은 걸 얘기할 수 있죠.

이번 사건을 개별적인 일로 보면 설명이 안 됩니다. 미국의 인종차별, 백인 우월주의, 그리고 미국 복음주의/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정복자 의식(triumphalism)에 갇혀있는지를 봐야 하겠습니다.

지난주 미시건 주 의사당에 무장한 채 시위를 벌인 백인들의 사진도 같은 맥락입니다. 만일 흑인들이 무장하고 의사당으로 몰려갔다면 경찰이 당장 총으로 진압했을 겁니다. 모든 흑인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거의 무의식적인 확신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백인은 그런 생각에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과거(1882-1968) 흑인을 대상으로 하는 린칭의 연상 선상에 있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확인된 사건만 4000여 건이 넘지만 단 한 명의 백인도 처벌받지 않은 부조리한 역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비디오가 돌기 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더욱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또 그는 이번 사건이 한인교인들의 신앙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미주 한인 교회에서는 아직도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주요한 내러티브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다 보면 끊임없이 신분 상승과 성장에만 집중하게 되고, 신앙 또한 그런 방식으로만 해석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인종 문제나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인 교회에서 정체성 얘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민자/소수자인데 그 얘기는 안 하고 주님의 축복으로 성공하는 얘기만 하니, 당연히 우리의 이해관계를 백인의 세계관에 편입 시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또 시카고 기쁨의 교회 손태환 목사도 #RunWithMaud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아흐마우드 알버리, 그저 뛰고 있을 뿐이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가던 중이 아니었고, 누구를 위협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달리지 않았다. 트럭을 타고 쫓아와 '사냥'하듯 총을 쏠 이유 따위 어디에도 없었다.

달리기는 평등한 행위다. 땅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땅은 자신 위를 달리는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다. 어른이든 아이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누구에게나 그 넓은 품을 내어준다.

한 청년이 달리다가 살해당했다. 도둑임이 틀림없다는 확신도, 총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도 거짓이다. 저 살인마 백인 부자에게 그 땅은 흑인이 달려서는 안 되는 땅이었다. 어디 감히 흑인이 조깅하는가. 그것도 백인들의 땅에서. 리베카 솔릿의 아랫글은 걷기에 대한 것이지만, 뛰기라고 다르지 않으리라.

'걷기란 바깥, 곧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공적 공간에도 위기가 닥쳤다. 기존의 공적 공간이 방치되거나 잠식당하는 경우가 있다..... 공포감이 공적 공간에 그늘을 드리우기도 한다.'(레베카 솔릿, [걷기의 인문학])

오늘은 아흐마우드 알버리의 생일이다. 잠시 후 나는 달리려고 한다. 그를 기억하고 이 악한 범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RunWithMaud 캠페인에 동참한다. 이 땅은 백인들만의 것이 아님을 선언하는 뜀박질이다. 흑인들만의 이야기라고 외면한다면 언젠가 나와 내 자녀가 이 땅에서 걷거나 뛸 수 없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함께 뛰자.

그리스도인들이여, 땅 밟기는 이런 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 손태환 목사 페이스북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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