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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를 '시대'로 부르며 역사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대의 분기점이라 불리던 사건들은 대개 커다랗게 시작되었다가 금세 멀어지고 잊히며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는 앞선 시대와 안녕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지 못하면 공멸하고 말 거라는 공통의 전망 속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사고 되고 실천돼야 한다는 뜻이 전 지구적으로 모이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지난 후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시기가 아니라 당대에 의지를 갖고 만들어 가는 분기점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겠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장과 학계, 시민 사회와 정부, 의료와 경제 등 세상을 이루는 여러 주체와 분야와 요소가 각자의 고민을 담아 서로에게 전하고 있으니, 귀를 열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듣고 입을 열어 한데 모인 이야기를 키워 가야겠다.

수치를 넘어 가치를 보라!
 
 파올로 조르다노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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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조르다노는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이자 작가다. 그는 2월 29일,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8만 5천 명을 넘어서는 시점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이 도착할 즈음에는 상황이 크게 바뀔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시점의 고찰이 결코 그날만의 고찰은 아닐 거라는 믿음으로, 나날이 변화하는 현장의 상황과 그로부터 쌓여가는 지혜의 방향을 찾으려 애쓴다.

"우리는 감염자와 완치자, 사망자의 수를 세고, 입원자의 수와 학교 결석일수를 센다. 주식 시장에서 날아간 수십억과 마스크 판매 수, 진단 사이의 결과가 나오는 시간을 센다"면서, 그 각각의 날에서 숫자를 떼어놓으면 무엇이 남을지, 수치가 아닌 가치를 부여할 슬기를 찾자고 말한다.

오늘의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수치에만 집착하며 가치를 생각하지 못한 날들을 돌아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제안이겠다.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알아서, 그리고 함께 성찰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괴물 같은 자본주의가 덜 무시무시하게 되는지, 경제 체제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환경과의 협정을 어떻게 다시 맺어야 하는지 모른다. 나는 나의 행동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생각하는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시간만큼 집에 머물자. 환자들을 돌보자. 고인들을 애도하고 가슴에 묻자. 하지만 지금부터 미래를 떠올리며 도모하자. 그래서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또다시 우리를 기습하는 일이 없게 하자." - 책 속에서 
 
의료와 건강은 공동체의 기반!
 
 홍윤철 <팬데믹 : 바이러스의 습격,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홍윤철 <팬데믹 : 바이러스의 습격,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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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철은 예방의학 교수로 공공의료 전문가다. 그는 오늘날 전염병의 창궐이 도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팬데믹에서 살아남는 방법 역시 '건강도시'를 일구는 데 있다고 말한다.

'건강도시'란 구성원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도시를 뜻하기도 하지만, 도시가 시민의 건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사회 구성 요소가 의료 시스템 위에서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가 핵심이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고 활동이 제한받는 모습을 떠올린다면, 도시 기능의 유지가 어디에 기반하는지 새롭게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과거처럼 보다 많은 기회를 전하며 더 많은 사람과 자원을 모아 성장과 확장을 약속하는 도시가 아니라, 공동의 면역 체계와 각자의 건강을 바탕으로 건강에서 소외되거나 불평등한 상황을 줄여가는 게 도시 존립의 근거이자 도시 운영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설득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겠다.
 
"대부분의 '지속가능한 공동체' 논의는 건강한 사회를 목표로 하지만, '건강'을 중심에 두고 논의하고 있지 않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는 사실상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실천적인 의미에서는 공동체 내의 구성원을 위해서 건강을 돌보는 시스템을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어 핵심적인 사안이다.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인데 그중에서도 사회적 안녕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기초를 이룬다. 사회적 상호작용과 소속감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이익을 공유하며 교류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매우 필요하다."
- 책 속에서 
 
인류는 하나, 생명도 하나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 추수밭(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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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상황을 보면 2050년에 인류가 지구에서 더는 살아갈 수 없다는 이 책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이 책이 4월 22일, 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아 나왔다니 반가운 마음과 답답한 마음이 겹칠 수밖에 없겠다. 

저자는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연재해라는 말이 마치 인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듯한 인상을 전하는데, 실상은 인류가 스스로 그리고 지구의 모든 생명을 끝내는 대량 학살의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폭염, 빈곤, 산불, 질병 등 기후재난의 열두 가지 상황을 차례로 전하는데, 이 열두 가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확대재생산 된다는 점이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연쇄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바로 서로를 구분하지 않는 생각이다. 지구와 자연을 인류와 구분된 대상으로 전제하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것이 하나라는 생각만이 모두를 구할 수 있고, 그것이 아니라면 누구도 이곳에 존재할 수 없다는 마지막 제언이 정말 마지막처럼 다가온다. 
 
"보이저 1호가 우리에게 보내 준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은 결코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은 지구의 왜소함과 우리가 좋든 싫든 집단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한 가지 실험의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기후변화' 자체가 우리에게 가장 활기를 북돋아 주는 심상이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의 잔혹함조차 사실 인류가 지닌 힘을 돋보이게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온 세계로 하여금 한 사람으로서 행동하도록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기후변화의 변화무쌍한 모습 속에 깔려 있는 또 다른 의미가 드러난다. 당신은 당신이 보고 싶은 모습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살고 싶은 행성은 선택할 수 없다. 우리 중 누구도 지구 외에는 우리 '집'이라고 부를 수 없다." - 책 속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태근 님은 온라인서점 알라딘 MD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은이), 김재경 (옮긴이), 추수밭(청림출판)(2020)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은행나무(2020)


팬데믹 - 바이러스의 습격,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홍윤철 (지은이), 포르체(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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