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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사에 들어서면 다른 사찰들과 다르게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사찰 곳곳에 있는 다양한 색의 꽃이다. 모란, 작약, 오죽헌 등 크고 화려한 꽃들부터 이름은 모르나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자그마한 꽃들까지 얼핏 보면 사찰 전체가 꽃밭으로도 보였다.

꽃과 함께 군데군데 있는 연못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연못 주위로 피어난 꽃들은 얼핏 보면 사찰이라기보다 정원에 가까워 보일 정도였다.

흔히 한국의 사찰들은 '여백의 미'와 '무소유'를 강조하는 편이여서 꽃보다는 나무를 심거나 최대한 내부를 비워둔다. 수덕사 주지였던 만공스님은 "꽃은 사념에 빠지게 한다"며, 모두 없애버리기를 명할 정도였다.

사찰 내부에 가득한 꽃들, 그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경주 기림사 부주지 영송스님은 이에 대해 말을 이어나갔다.​
 
 경주 기림사에 피어난 꽃들
 경주 기림사에 피어난 꽃들
ⓒ CPN문화재TV 임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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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에 꽃이 엄청 많습니다. 이에 담긴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 건가요.
​"사적기에 나와 있는 기록들을 토대로 사찰 조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사적기에 보면 광유스님이 와서 사찰을 창건했는데, 그 당시에 임정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임정이라는 것은 수풀 림(林)과 우물 정(井)자를 합친 것입니다. 이를 큰 번각이라고 말하는데, 뜰에는 오색화를 심고 밖으로는 오종수를 팠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꽃과 대나무가 서로 그림자를 져 가지고 우물에 꽃이 떨어진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적기 기록에 '정중에 일타오색'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정중앙에 5가지 색의 꽃이 폈다는 의미입니다. 옛날 어른들이 이곳을 극락으로 가꾸어야 한다고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극락이라는 곳은 꽃 피고 물이 철철 흘러넘치고 우리 인간이 생각하는 무릉도원을 이 자리에 만들고 싶어 하셨던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6.25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일타오색의 꽃은 모란과 작약이었습니다. 제가 5년 전 처음 기림사에 왔을 때 모란과 작약을 다 캐서 가버리고 아무것도 없이 황량하던 곳이었습니다. 이에 사적기와 예전 어른들의 증언을 토대로 나무를 하나씩 하나씩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저기 피어있는 모란과 작약들은 하나하나 다 경주의 집집마다 다니면서 얻어서 가져와서 키운 꽃들입니다.

사찰은 '비어있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림사의 정체성은 '일타오색'의 꽃과 오종수라는 점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사찰에 꽃을 많이 심게 되었습니다."
 시도유형문화재 제205호 '기림사 삼층석탑'(좌)과 장군수를 먹고 자라났다는 소나무(우)
 시도유형문화재 제205호 "기림사 삼층석탑"(좌)과 장군수를 먹고 자라났다는 소나무(우)
ⓒ CPN문화재TV 임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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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오종수는 무엇인가요?
​"오종수는 다섯 종류의 물을 뜻합니다. 사적기의 기록에 따르면, 기림사의 다섯 곳에 다섯 종류의 물이 나오는데, 맛이 다섯 가지고 이름도 다섯 가지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오종수와 함께 앞에서 설명한 일타오색이 기림사의 기이한 일이라는, 일종의 독특한 컨셉을 정해놓았던 거지요. 우리 기림사는 '오종수가 흐르고 오색화가 피는 곳이다'라는.

사실 지금 우물을 복원해야하는데 시원찮게 복원하고 싶지 않아서 손을 안 대고 있는 입장입니다. 다섯 군데 물의 자리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고 밑에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 두 군데는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이고 있고, 나머지는 파면 물이 나오도록 수맥을 다 확인한 상태입니다.

특히 응진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에 있는 장군수는 교차로 수맥이 흐르고 있는 자리입니다. 현재 삼층석탑 대각선 옆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요. 사람들이 몇 백 년 된 나무가 아니냐고 하시는데 사실 이제 80~100년 정도 밖에 안 되었습니다. 즉, 소나무가 장군수를 마시고 크게 잘 자라난 것이 아닐까하는 그런 전설이 담겨져 있습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에 장군수를 발견한 일제가 기를 막아두기 위해 원래 가운데에 있던 탑을 일부러 옮겨서 수맥을 막아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오종수 복원 사업이 진행된다면 탑도 제자리를 찾아갈 예정입니다.

오종수와 함께 오색화를 기림사의 컨셉으로 삼아야한다라고 사적기에 분명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것을 전각을 짓는 불사 외에도 또 다른 불사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영송스님은 사적기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고 다섯 종류의 물이 흐르는 사찰로 기림사를 복원시키기를 원하고 있었다. 사찰이 스님들의 수행공간이기도 하지만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는 장소로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면모의 기림사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석가탄신일을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기림사를 방문했다. 사람들은 꽃이 많아서 정신없다고 말하는 입장과 사찰이 특색 있어 보인다고 좋아하는 입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림사를 바라봤다.

꽃이 피어있는 사찰을 보며 영송스님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털어두었다. 바로 기림사에 있는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3화 : '벗겨진 단청, 무너진 불단. 이대로는 안 됩니다'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CPN문화재TV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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