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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이은 쓰레기 대란......'

산 넘어 산이라는 말처럼, 쓰레기 처리 문제는 점점 우리의 가장 큰 화두로 다가오고 있다.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정부와 많은 국민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도 분리수거에 철저한 편이다. 미국에서 3년간 살다가 돌아온 우리 큰아이는 "미국은 분리수거 안 해서 편했는데..."라고 읊조리곤 한다. 

주방의 일 중에서 내게 가장 힘들고 번거로운 일은 분리수거다. 아파트에 살 때는 더 그랬다.  대부분 아파트 다용도실 베란다가 세탁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분리수거대를 종류별로 넉넉하게 설치할 공간이 별로 없다. 대충 분류해서는 수거통을 들고 나가서 아파트 건물 아래에 있는 분리수거장에서 작업을 별도로 해야 한다. 

육체적으로 피곤한 건 당연하지만, 정신적으로도 그 작업은 고도의 머리씀을 요한다.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플라스틱+도자기, 플라스틱+비닐, 종이+비닐 등, 여러 재료로 이루어진 재활용품이 부지기수다. 내 힘으로 그들의 단단한 결합을 풀어헤칠 방도가 없다. 양쪽의 수거함 앞에서 망설이다가 눈 딱 감고 한 쪽을 선택해서 넣어버리곤 한다. 분리수거 규칙을 모르지 않을진대 그렇게 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뒤통수가 따갑다.   
 
분리수거대 공간활용과 활용도를 극대화한 디자인의 분리수거대,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종이와 플라스틱은 큰 통으로 준비하여 멀리서도 던져서 투입할 수 있도록 상부에 구멍을 뜷어 놓았다.
▲ 분리수거대 공간활용과 활용도를 극대화한 디자인의 분리수거대,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종이와 플라스틱은 큰 통으로 준비하여 멀리서도 던져서 투입할 수 있도록 상부에 구멍을 뜷어 놓았다.
ⓒ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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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택에 이사 오고는 거의 6가지로 분리할 수 있는 수거대를 공들여 만들었다. 부엌에서 가장 가까운 다용도실에 분리수거대를 거창하게 설치했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내가 제일 자랑하는 공간이다. 

빈우유곽, 음료수병, 비닐팩 등, 분리수거 재활용품은 수시로 하루 종일 나온다. 찌꺼기를 물로 세척해서 거꾸로 세워놓았다가 건조해서 넣어야 하다 보니 일품이 보통 많이 드는 게 아니다. 어떤 날은 내가 재활용품을 버리러 가는 회수를 세어보면 열 번이 넘을 때도 있다. 

물 뺀 맥주캔을 넣고 돌아서서 보면 버려야 할 생수병이 또 있다. 길지 않은 동선인데도 종종걸음이 되곤 한다. 부엌 개수대가 집집마다 별로 넓지 않아서 세척한 재활용품을 줄줄이 세워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물을 뺀 후, 바로바로 분리수거대로 옮겨야 하는 실정이다.

일이란 게 제대로 하자면 끝이 없지만 분리수거야말로 '꼼꼼 끝판왕'이라고나 할까? 샴푸통, 기름병, 양념통 등, 세척을 해보면 뭉글뭉글 끝없이 나오는 세제 거품과 양념 찌꺼기......  사실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대충 해서 버리고 싶은 유혹을 자주 느끼곤 한다. 

그런 유혹에 시달릴 때마다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학생들을 인솔해서 재활용 쓰레기 처리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집하장에는 우리가 버린 페트병 같은 것을 기계로 납작하게 만든 거대한 뭉치가 쌓여 있기도 했다.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거기 근무하시는 분들이 수작업으로 분류했다. 

시설에 대한 설명과 분리수거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작업장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들어갔을 때였다. 학생 인솔 시설 방문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솔선수범하여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러나 끝음절은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코를 찌르는 냄새와 작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표정에 눌려서이다. 나도 모르게 입과 코를 막았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는 재활용품들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서 분류하는 그 분들의 표정은 말로 형언키 어려웠다. 우리 역시 얼른 그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냄새로 인해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냥 버린 재활용품에 남은 내용물들이 썩어서 악취가 나는 것이었다. 그곳에 다녀온 후 몇 년은 그분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더욱 꼼꼼하게 용기 내부를 씻어서 분리수거를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나도 너무 피곤할 때는 '어이구, 나도 살아야지' 하면서 완벽하게 못할 때도 더러 있다. 그래도 그분들을 잊은 적은 없다. 나보다 더 완벽하게 분리수거를 하고 또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지인들을 많이 보았다. 가사노동에 지쳐 골골하면서도 환경 보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그렇게들 하신다. 
 
창봉투 스타일의 포장재 비닐*종이로 이루어져 분리수거시 불편한 포장재
▲ 창봉투 스타일의 포장재 비닐*종이로 이루어져 분리수거시 불편한 포장재
ⓒ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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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제품업체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이런 수고로움이 한결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앞에 말한 것처럼 플라스틱+도자기, 플라스틱+비닐, 종이+비닐 등으로 포장지가 여러 가지 재질로 합체되어 나오지 않도록 해주기, 종이 겉면에 불필요한 비닐 코팅을 하지 않기, 창봉투 스타일의 포장지를 만들지 않기, 등등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과대포장이 너무 많다. 상품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포장은 더욱 화려해진다. 요즘 급증하는 온라인 택배 시스템은 끝도 없는 포장재를 양산하고 있다. 

집안에서도 주부에게만 재활용의 수고로움을 맡기지 말고 모든 식구가 함께 협조해주면 민주사회에 이은 민주가정이 될 것이다. 우리집에서도 분리한 재활용품이 다 찼을 때는 남편이 알아서 멀리 떨어져있는 곳까지 가서 버리고 온다. 

오랜 세월 샴푸나 세제 밑바닥의 남은 찌꺼기 등을 치우다보니 처리법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계발했다.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면 펌프 방식의 샴푸나 린스를 거의 다 썼을 때는 뚜껑을 열어 통안에 물을 반쯤 부어놓으면 바닥의 남은 내용물뿐만 아니라 펌프 고무호스 속에 든 내용물까지도 아래로 빠져 내려와서 깔끔한 고무호스를 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흔들어서 두세 번 더 우려 쓸 수 있다.
 
다 쓴 기름병 달걀판 위에 다 쓴 기름병을 기울여 놓아서 기름 찌꺼기를 뺌.
▲ 다 쓴 기름병 달걀판 위에 다 쓴 기름병을 기울여 놓아서 기름 찌꺼기를 뺌.
ⓒ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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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나 참기름 병의 남은 기름 찌꺼기 처리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종이로 된 달걀포장재를 이용한다. 포장재의 옴폭한 홈에 병을 거꾸로 세워 놓으면 분리수거에 미안하지 않을 만큼 병이 깨끗해진다. 

치약 등의 튜브 제품은 다 써갈 때쯤 가위로 튜브를 싹둑 오린다. 중간 부분을 오리지 않고 주둥이 쪽에 약간 가깝게 오린다. 입구 쪽에 잔여물이 더 많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다 썼다 싶은데도 오려보면 내용물이 그득할 때가 많다. 오린 채로 놓아두면 내용물이 금방 굳어 버리니, 입구 쪽 튜브를 안으로 넣어서 2개를 서로 붙여 놓으면 귀여운 난장이 튜브병이 된다. 
 
다 쓴 튜브통 튜브통의 남은 내용물을 쓰기 위해서 가위로 자른 모양
▲ 다 쓴 튜브통 튜브통의 남은 내용물을 쓰기 위해서 가위로 자른 모양
ⓒ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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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이 많이 드는 분리수거 작업이지만 가족들이 함께 하면 서로에 대한 배려의 기쁨과 환경 파수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정부에서 포장재법 등 관계 법령을 만들거나 재활용품 관련 회사를 지원해주고, 업체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포장방법을 고민해 준다면 엄청난 쓰레기의 산을 재활용의 자원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 천안과 서울에서 페트병만 따로 수거하여 재활용하려는 계획도 한 가지 예다.

우리나라가 필리핀에 쓰레기를 불법 수출했다가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공공연한 폐기물 불법 수출을 막으려면 재활용업체에 처리 비용을 보조하거나 엉터리 분리배출 단속을 강화해 재활용품 선별 비용을 크게 떨어뜨려야 한다"고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말한다.(한국경제신문 2019. 2. 8. 기사 중 일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와 소확행의 실천에 힘을 모아야할 때다. 쓰레기의 99%를 재활용하여 쓰레기 매립장이 텅텅 빈다는 스웨덴을 벤치마킹해보자.

덧붙이는 글 | 가정과 사회와 정부의 노력에 의해 쓰레기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공유하고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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