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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세계의 리더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한국을 극찬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 저력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분석하는 글은 많지 않다.

도대체 한국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무릇 개인도 그렇지만 사회나 국가도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공동체가 보이는 행동의 이면에는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저변의 의식과 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은 전형적인 집단주의 성향의 사회이다. 개인주의에 비해서 집단주의의 장점은 집단의 화목과 공동 목표 추구를 위해서 개인의 개성과 이익 추구를 지양하여 강한 단결력과 추진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특히 전체 국민을 한 가족으로 생각하는 가족주의적 집단주의 성향으로 더욱 강한 연대와 추진력을 보여 왔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였듯이 이 독특한 가족주의적 집단주의가 20세기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한국 문화의 또 다른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눈치다. 눈치는 전체 집단의 화목과 단합을 위해서 그 분위기를 읽는 능력을 뜻하는데 영어로 직역이 불가능하기에 그대로 'noonchi'라고 쓴다. 눈치는 어떻게 보면 집단주의 성향의 당연한 결과이다.

한국 사람들은 독자적 자아(independent-self)보다 관계적 자아(relational-self)를 훨씬 중시여기는 환경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체 집단 속에서 남들 특히 어른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어떤 생각을 하는가를 읽는 능력 즉 눈치가 발달하게 된다.

과거에 한국이 못살고 사대주의의 폐해로 민족적 및 국가적 자존감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눈치를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만 인식했었다. 지나친 눈치로 개성이 발휘가 안 되고 개인을 존중하지 못하는 비민주적인 풍토를 만들기에 한국 문화를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문화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 경험은 이 눈치 문화를 다시 평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유니 홍(Euny Hong) 이라는 재미한인 언론인이 2019년에 <눈치의 힘>(The Power of Noonchi)이라는 흥미 있는 책을 발표하였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재미한인들의 성공 원인을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체득한 눈치 능력이 미국 학교나 사회에 나가서 습득한 개인주의 문화와 이상적으로 결합한 데서 찾았다.

즉 눈치란 사실 전체의 분위기를 읽고 자신의 개성이나 개인주의적 행동을 자제할 줄 아는 배려와 성숙함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인데 재미한인들의 경우에는 저변에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학교나 직장에서는 언제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지도 경험하고 훈련하기 때문에 독자적 자아(independent-self)와 관계적 자아(relational-self)의 균형을 잘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 때 한국인과 미국인의 행태를 비교해 보면 눈치의 힘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의 저변 의식에 나라 전체에 위기가 닥쳐 전체의 안위를 위해서 개인적 희생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특유의 가족주의적 집단주의가 깔려 있었기에 대구로 달려 간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온 것이었다. 또한 개성을 내세우며 마스크도 안 쓰고 그냥 친구들과 술자리에 가고 싶어도 '눈치가 보이기에' 자신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반면 미국인들의 경우에는 위기가 실제적으로 다가왔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개인주의적 발상으로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총기류를 구입하고 총알을 비축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마스크를 터부(taboo)시 하는 특유의 문화 탓도 있지만 개인의 무한 자유를 고집하는 반사회적 행태를 꺾을 수 없는 문화이기에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노출되고 말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지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문화인데 이번 위기에서 한국만큼 성공적이지 못하였을까? 여기서 우리는 두 문화권이 근본적으로는 집단주의적 성향으로 비슷하지만 한국은 눈치문화(Noonchi culture)가 발달한 반면 일본문화의 집단주의 저변에는 수치문화 (Shame culture)가 발달한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 특유의 수치문화 때문에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를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강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사무라이 시대 때 하리끼리 전통이 그 극단적인 예이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부족이나 잘못으로 전체 집단에 폐를 끼치는 행위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에 이 수치문화는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했음에 틀림없다. 일단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숨기는 식으로 일을 한 잘못도 크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증상이 생긴 일본 사람들도 그것을 솔직히 고백하고 나서서 검사와 치료를 받으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을 수치로 생각하고 숨기려고만 했고 이런 수치심에 기반한 숨기 일변도의 대응이 급속히 그리고 은밀하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데에 악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일본사람들이 이런 수치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알아서 민폐 끼치지 말고 대비하고 알아서 대처하라'는 식의 분위기가 용인되었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는 국민 참여 캠페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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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로나 위기 극복의 경험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일깨워 주었다.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와 눈치문화는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올곧은 민주주의와 결합할 때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한국 문화의 강점을 승화 발전시키는 필수 전제 요건이다. 즉 정치권력과 체계가 민주화가 되어야만 이 모든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에서 반민주적인 정권과 권위와 거짓과 무능한 리더 밑에서의 집단주의와 눈치문화가 얼마나 비참한 사회를 만드는지를 분명히 목도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곁에 충신은 없고 권력자의 눈치만 살피고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쫒는 사람들만 들끓다가 결국은 희대의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파탄내고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들이 생겼던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위기 속에서 집단주의와 눈치문화가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 이유는 대통령과 정부가 올곧은 민주적 리더십(leadership)으로 민관이 일체적 힘을 발휘하게 이끌고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안정적인 팔로우십(followership)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권이 민주적이고 건강하기 때문에 대통령 이하 정치를 움직이는 지휘자들이 질본 등 전문가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전체 국민의 집단주의적 연대와 협력과 건강한 눈치보기를 이끌어 온 것이다.

한국의 미래는 결국 민주주의의 지속적 발전을 바탕으로 얼마나 특유의 가족주의적 집단주의와 눈치 문화의 강점을 승화된 차원으로 살려나가는 데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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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교수로서 언어학(세부 전공: 화용론) 전공자이다. 언어와 문화의 밀접성 관련 주제들 (은유의 의미와 화용)을 연구하며 영어 교과서와 학습서 출간 및 투고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 및 문화 현상을 언어문화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글을 Facebook에 자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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