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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영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사회학자로서의 성찰을 담은 칼럼을 연재합니다.[편집자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코로나19 관련 등교개학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학교 관계자가 책상이 1개씩 거리를 두고 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코로나19 관련 등교개학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학교 관계자가 책상이 1개씩 거리를 두고 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020.4.29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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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유지. 물리적으로는 멀리, 정신적으로는 가깝게. 코로나19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덕목이다.

그런데 그동안 사람들은 계속 말해왔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어쩔 수 없다고. 그런데 이제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는 가깝게 있으란다. "사회적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의 거리는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라는 광고 카피까지 등장했다. 비상상황에서는 일상적 상황에서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져야 한다. 비상이니까.

코로나19는 전통적인 사회적 관계의 문법도 뒤집어 놓는다: 가까운 사람, 아끼는 사람을 더 멀리해야 한다. 의무적인 일 관련해서 만나는 사람이나,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야 어쩔 수 없지만, 가족이나 친구는 만나지 않을 수 있으면 만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방법이므로.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 보호하기 위해 만나서는 안되는 역설, 우리는 유명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이미 그 예를 봤다. "전 그 사람이 하는 일보다 그 사람과 떨어져 있는 게 더 무섭습니다"라던 극 중 윤명주 중위는 전염병인 M3 바이러스 확진을 받고, 접촉자인 애인 서대영 상사와 격리 입원하게 되고, 애틋한 무선기 데이트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이 일부러 귀가를 하지 않고 병원에 머무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이 다름 아닌 자신으로 인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가. 실제로 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가까운 사람 만나기가 가장 꺼려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신파 대중가요 가사가 이런 상황에 딱 들어맞는 아이러니라니.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요양원 입구에서 축하노래를 부르는 어린 손자녀들의 모습은 코로나19 시대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낯선 일상 풍경의 '증명사진' 같다.

아직 그 끝이 요원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거의 모든 기준의 재정립을 요구할지 모르겠다. 새로운 정상, 새로운 도덕, 새로운 일상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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