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보존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역사는 없다."

마기 호퍼 뉴욕 역사협회 박물관장의 말이다. 미국 · 독일 · 오스트리아 등의 대표적인 박물관들이 새로운 수집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록물들이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기록을 미래 세대에 남겨 교훈을 얻도록 하겠다는 게 그들의 취지이다.

오스트리아 빈 박물관이 수집한 사진과 물품들은 시민들이 보내준 것들도 있다. 코로나19바이러스 모양으로 만든 인형, 1m 간격을 두고 앉도록 제작된 벤치, 격리중인 엄마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뽀뽀하는 아이의 모습, 가정에서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드는 모습 등이 담겨 있는 사진 등이다.

독일 박물관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수집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한다.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꿨으며, 디지털 기기의 보편화로 과거 전염병에 비해 일상 생활을 기록하기 쉬워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상은 4월 25일 신문 기사 미래 세대를 위한 '코로나 메모리'…기록물 수집에 나선 세계 박물관들https://news.joins.com/article/23762893 기사를 요약해 본 내용이다. 이 기사를 보며 나의 코로나 메모리, 코로나19가 바꾼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확진자도 아니고 자가 격리자도 아니었다. 단지 소규모 학원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의 불편을 겪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의 코로나19를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졌다. 이미 내 휴대전화 속의 갤러리에는 학원 방역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과 원내를 소독하는 사진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할 수 없었던 것들', '코로나19 때문에'라는 불만이 아닌, '코로나 메모리'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전1, 음식 만들기

먼저, 코로나19가 나에게 준 것은 '시간'이다. 처음엔 그 시간 속에 '내 시간'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하루 온종일을 공유하게 된 아이들과 나는 점차 시간의 질서를 잡아갔다. '코로나19 때문에 나갈 수가 없어'라는 불만을 '이 기회에 영화와 책을 실컷 보자'로 바꿨다.

그래서 보게 된 영화가 '리틀 포레스트'였다. 고향으로 돌아와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는 주인공 혜원을 보며 '요리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어. 한번 해볼까?'라는 무모한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시댁에서 가져온 머위 잎이 한 봉지 가득 있었다. 해마다 가져오는 머위 잎은 데쳐서 구운 삼겹살과 먹으면 환상의 궁합이었다. 나는 일을 한다는 핑계로 친정엄마가 머위 잎 손질부터 데치기까지 해주셨다.

"머위장아찌를 만들어 보자!"

봄나물요리라고 불리는 머위장아찌의 레시피를 검색했다. 간장, 설탕, 물을 분량대로 끓이고 식초를 더하면 된다고 했다. '간단한데? 이정도쯤이야' 깨끗이 씻은 머위 잎에 끓인 간장을 한 김 식히고 식초를 더해서 부었다. 정확히 3일 뒤, 간장을 덜어서 다시 한 번 끓여서 부어주었다. 그래야 장기 보관을 해도 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생애 처음으로 담아본 머위장아찌, 엄나무,가시오가피순 장아찌 먹어본 사람 모두 호평을 해준 내 첫 장아찌
▲ 생애 처음으로 담아본 머위장아찌, 엄나무,가시오가피순 장아찌 먹어본 사람 모두 호평을 해준 내 첫 장아찌
ⓒ 신은경

관련사진보기

 
일주일 뒤, 시댁에서 엄나무순과 가시오가피 순을 가져왔다. 머위장아찌 담기에 성공한 나는 또 다시 장아찌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레시피를 응용해서 설탕 대신 매실액을 넣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댁에서 식구들이 모여 마당에서 바비큐를 했다. 내 장아찌들은 호평을 받았다. 주방에서 설거지만 할 수 있는 요리 문외한 며느리인 나는 시어머니에게 '나만의 장아찌 레시피'를 전수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

도전2, 필사 하기

두 번째는 필사다. "필사를 해보자." 나는 책을 읽다가 밑줄 긋기를 좋아한다. 좋은 구절을 적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책 한 권을 오롯이 적어본 적은 없다. '시간 부족'이 핑계였다. 이번 봄에는 시간이 많으니까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너무 길면 끝까지 못하고 중도포기 할 거야', '단편보다는 장편을 쓰고 싶은데.' 그래서 결정한 책이 <어린 왕자>이다. 3월 10일에 시작한 필사는 4월 18일에 마쳤다. 나는 성취감에 젖어 두 번째 필사, <데미안>을 시작했고 지금도 하는 중이다.
 
책 한권을 오롯이 필사한 첫번째 완성본 코로나가 준 시간이 이루어 준 첫 필사 완성본
▲ 책 한권을 오롯이 필사한 첫번째 완성본 코로나가 준 시간이 이루어 준 첫 필사 완성본
ⓒ 신은경

관련사진보기

 
도전3, 따로 또 같이 하는 독서와 글쓰기 모임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활동도 있다. 나는 2017년 여름부터 책모임, 2018년 겨울부터 글쓰기모임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공도서관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각종 모임들은 휴지기에 들어갔다. 마냥 도서관이 열리기를 기다릴 수 없는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모임을 이어간다.
 
단체채팅방에서 책모임하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들어준 새로운 책모임 방법
▲ 단체채팅방에서 책모임하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들어준 새로운 책모임 방법
ⓒ 신은경

관련사진보기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책을 읽고, 정해진 시간에 도서관이 아닌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마찬가지로 정해진 날짜에 각자가 쓴 글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제출'하고 서로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에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활동이다.
 
단체채팅방에서 하는 글쓰기 모임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발생한 새로운 글쓰기 모임의 한 방법
▲ 단체채팅방에서 하는 글쓰기 모임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발생한 새로운 글쓰기 모임의 한 방법
ⓒ 신은경

관련사진보기

 
위 기사에 따르면, 뉴욕역사협회에서는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눈에 비친 '코로나 세상'도 주요 수집대상이라고 한다.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쓴 일기장이나 일일 시간표, 그림이 그 대상이다. 뉴욕의 아이들도 한국의 나도 나이와 국적은 다르지만 '코로나 세상'이 처음인 건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에 관한 안타깝고 슬픈 기록이 많이 있다. 그것을 극복할 성공적인 사례들과 훈훈한 미담도 많이 있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코로나 메모리를 기록해두는 것도 앞으로 맞닥트릴 세상에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