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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림로 확장사 현장에서 2020 지구의 날을 맞아 전국 최초로 '제주환경선언'을 발표하였다.
▲ "제주환경선언문" 발표 비라림로 확장사 현장에서 2020 지구의 날을 맞아 전국 최초로 "제주환경선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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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로 인하여 수백 그루의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사업에 대하여 많은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제주 비자림로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된 바가 있는 곳으로, 왕복 2차선 도로 주변으로 수십 년생 삼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져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다.

이런 이곳을 교통량이 증가하여 자동차들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확장 공사를 했고, 나무들이 베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제주시 대천교차로로부터 금백조로까지 2.9km 구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눠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잘려나간 곳에 어린 나무들을 심으며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맞서고 있는 제주 도민 및 외지에서 온 사람들
▲ 나무 심기 행사 실시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잘려나간 곳에 어린 나무들을 심으며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맞서고 있는 제주 도민 및 외지에서 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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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2018년 8월 삼나무 900여 그루를 잘라 냈지만 시민, 환경단체들이 환경파괴 문제를 제기하면서 닷새 만에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7개월 만인 3월 23일 공사를 재개했고, 이후 69일 만에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공사를 중지시켰다.

공사가 멈춘 지 1년여 만에 환경영향 평가 등을 다시 보완하여 공사를 재개하면서 다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서 환경청 등 중앙 정부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제주지사의 결정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업들이 많은데, 비자림로 확장공사의 경우도 그렇다. 그렇다 보니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밀어붙이는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일로'와 '루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조카들을 데리고 나무 심기에 참가한 이성준 씨
▲ 나무 심기를 하는 어린이들 "마일로"와 "루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조카들을 데리고 나무 심기에 참가한 이성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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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비자림로 시민행동인 '낭 싱그레 가게'(나무 심으러 가자)는 지난 25일 100명 가까운 제주 도민들과 비자림로 확장 공사에 반대하는 외지인들을 모아 '제주환경선언문'을 발표하고, 삼나무 등이 잘려나간 자리에 어린 나무들을 심는 행사를 벌였다.

김해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운동을 하다가 제주의 자연이 좋아 딸과 함께 제주살이를 시작한 양은희 씨는 지난해에는 남편 직장까지 제주로 옮겨 가족들이 본격적인 제주살이를 시작하고 있다. 둘째 딸과 함께 이번 행사에 참가한 양은희 씨는 말한다.

"제주를 처음 찾았을 때, 제주의 나무들이 자유롭게 자라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제주에 살고 싶어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아픈 이곳 제주에서 나무 심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여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둘러 않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으며 나무의 소중함 등을 일께우고 있다.
▲ 책을 읽어주며 자연 보호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여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둘러 않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으며 나무의 소중함 등을 일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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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낭 싱그레 가게' 행사는 제주 지역 문화예술인들 모임인 프로젝트 '나무 심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모임인 '낭 심는 사롬덜'이 공동 주관한 것이다. 앞으로도 나무 심는 행사는 계속해 나간다고 하고, '나무 심는 사람들'은 6월에 비자림로 확장공사 반대활동을 했던 사진들을 모아 사진전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전국 '제주환경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제주를 팔고, 개발하는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제주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아름다운 제주를 지키고 보존을 위한 노력을 최선을 다하겠다. 산업의 발달과 인구의 팽창, 그리고 난개발로 인해 제주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마실 물은 오염이 되었으며, 녹지는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이제 제주 자연은 평형을 상실하였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자 난개발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제주환경선언'을 하고 이곳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실한 실천을 다짐한다."

제주환경선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주를 사랑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일은 국가나 공공 단체를 비롯한 모든 도민의 의무이자 책임임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제주의 경관과 문화적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연 자원은 인류를 위하여 보호되어야 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인 제주를 가정, 학교, 사회의 각 분야에서 환경교육을 통하여 체질화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모든 행위에 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제주 자연 보전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제주의 땅, 땅, 바다, 공기, 자연을 오염시키는 모든 행위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따르도록 하며, 파괴된 제주 자연은 즉시 복원되도록 한다 ▲제주 도민 각자가 생활 주변부터 가꾸고, 제주를 푸르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한다
 
서울에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일부러 내려온 김민곤 퇴직교사는 '조금 빨리가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며 '느림의 미학'을 생각하자고 하였다.
▲ 비자림로 나무 심기 현장을 찾은 김민곤 퇴직교사 서울에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일부러 내려온 김민곤 퇴직교사는 "조금 빨리가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며 "느림의 미학"을 생각하자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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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찬성하는 주민들이 행사를 방해한 적도 있지만 이날은 별다른 큰 마찰 없이 진행이 되었다.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선흘리에 사는 이산희, 이채희 어린이는 엄마와 함께 참여했고, 이성준씨는 두 조카를 데리고 행사에 참가하는 등 여러 명의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전교조에서 서울지부장 등을 역임했던 김민곤 퇴직교사는 서울에서 내려와 이날 행사장을 찾아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제주 제2공항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50여 년을 가꿔온 나무를 베어 길을 넓히는 정책은 잘못되었다. 저렇게 나무를 키우기가 쉽지 않은데, 5분 정도 빨리 가려고 나무를 잘라 길을 넓히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라고 지적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할 때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고길현 작가는 잘려나간 나무크루터기를 탄을 이용한여 프로타주 기법으로 만든 100여 점의 작품들을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 자신의 작품을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준 고길현 작가 고길현 작가는 잘려나간 나무크루터기를 탄을 이용한여 프로타주 기법으로 만든 100여 점의 작품들을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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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사로 나무 심기 참가자들은 한진호 작가가 쓴 극본을 공연하여 참가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 한진호 희곡 작가의 작품 "낭 싱그레 가게" 공연 마지막 행사로 나무 심기 참가자들은 한진호 작가가 쓴 극본을 공연하여 참가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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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선언문' 발표와 나무 심기 행사가 끝난 다음 이곳에서 비자림로 확장공사 반대를 해 오고 있는 고길현 작가는 잘려나간 삼나무 밑동을 프로타주(frottage)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 100여 점을 준비하여 나무 심기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극작가인 한진호씨가 쓴 작품인 '낭 싱그레 가게' 공연을 끝으로 이날 행사는 모두 마쳤다.
 

태그:#비라림로 파괴, #제주환경선언, #나무심기 행사, #고길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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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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