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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가르치는 재주밖에 없던 나는 결혼 후 직장과 결별하고 전업주부로 2년을 살았다. 만혼으로 얻은 아이의 교육만을 생각하며 홈스쿨링을 실천했다.

그러던 중 1997년 IMF 외환위기의 파도에 밀려 남편이 명예퇴직을 권고받았다. 공교롭게도 시부모님의 병환 또한 시작됐다. 남편은 만 3년을 시댁으로 출퇴근했고, 시아버님이 하시던 과일 농사도 병행하며 가정 경제를 책임졌다.

나도 다시 경제 활동에 나서기 위한 방법을 찾아봤다. 당시 4살, 2살 아이들을 두고 나갈 직장은 없었다. 함께할 수 있는 일터를 생각하다가 지인의 권유로 '학원'이라는 새 영역에 도전했다. 그렇게 영어 전공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원을 개원한 지 16년 차다.

처음에는 4살짜리 아들과 유아 영어에 관심 있는 지인들의 자녀 3명을 데리고 '어린이 영어'를 시작했다. 동화책을 읽어주고, 책의 주인공들을 그리고 오려 역할놀이를 하는 활동이 주된 교육이었다.

주말마다 '영어 동화책 읽어주는 선생님'이라는 프로그램도 무료로 4년간 이어갔다. 그 사이 아들은 초등학생이 되었다. 운영 중인 학원이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초등학생들이 학원을 찾아왔다. 내 자식을 가르치는 그 마음 그대로 5년 정도 운영하니, 학원생 수가 늘어 원어민과 다른 선생님들도 고용하게 됐다. 그렇게 학원은 많은 분들의 사랑과 도움으로 지역에서 인지도를 얻으며 자리 잡아 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2017년 7월)과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2018년 5월)로 군산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고용위기지역이 됐다. 대량 실직에 놓인 지역민이 곧 학원생의 부모이기도 했으니, '일자리 절벽'의 여파가 학원에 미치는 악영향을 그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학원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하나는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인구론적 위기, 또 하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의 1순위 선택지 중 하나가 학원 개원이라는 점이었다. 군산만 해도 현재 등록 학원 수가 700여 개에 이르며, 미등록 개인 공부방과 과외방을 합하면 중소도시에 상주하는 학원 수로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그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재난이 찾아온 것이다.

'공공'의 존재를 실감하다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임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2.24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임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2.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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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병한 지 100일을 넘어섰다. 한때 일일 신규 확진자가 909명까지 나올 만큼 감염 사례가 급증했지만, 최근에는 하루 10명 안팎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지역 경제에는 여전히 '상흔'이 남아 있다. 학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나는 그동안 경기 불황의 파고를 수차례 겪어온 데 이어, 또 한 번 사회적 거리두기와 학교 개학 연기에 따른 충격을 그대로 입어야 했다. 한동안 학원을 열지 못했고, 학원생이 급감했으며, 소득이 끊겼다.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준비해야 했던 나는 처음으로 소상공인 대출을 신청 후 2천만 원을 받아 이리저리 변통했다. 3월 중반부터 조심스럽게 학원 수업을 재개했지만 개학할 때까지 복귀하지 않겠다는 학부모님들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전북 군산은 확진자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지 않았고, 학교가 문을 닫아도 아이들의 교육만큼은 지속해야 한다는 분위기 덕분에 학원 운영을 그나마 유지할 수는 있었다(관련기사 :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 이걸 내가 하게 되다니).

전라북도는 학원 등 행정명령 대상인 소상공인에게 긴급재난지원금 70만 원을 지원했다. 전기료, 상하수도료 등 공공요금도 월 20만 원씩 3개월 간 보조했다. 또한 개인비용으로 진행했던 학원 소독도 교육청에서 협조해줬다. 군산시청에서는 매일 방역 점검 및 안전을 당부했다.

코로나19는 학원을 어떻게 바꿨나

나는 지자체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고생하시는 학원 선생님들에게 육류 세트를 선물로 드렸다. 남은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휴대용 소독제를 사서 일일이 주머니 속에 넣어주며 말했다.

"샘의 마음이야. 손 잘 씻고 언제든지 소독제와 마스크 사용하는 거 기억하기. 다 쓰면 또 말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받으며 처음으로 개인사업자가 '공적사업자' 대우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거웠던 마음에 햇살이 조금씩 드는 요즘이다.
 
코로나19는 학원 수업 방식에도 변화를 추구하도록 했다. 면대면 수업이 최고라고 믿었던 나는 교육당국의 온라인 수업 시도를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됐다. 공교육에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니 나 역시 최소한 그 방법이라도 알아야겠다 싶었다.

이번 4월에는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실험해 봤다. 다른 온라인 교육 방식도 눈여겨 본다. 수업 내용을 동영상으로 녹화해 결석 학생에게 보내주거나 복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경하고 있다.

이번 달 학부모 상담 역시, 일부는 비대면 상담을 진행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제든지 닥쳐올 위기 상황에 대비해 공적 온라인 수업인 EBS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학원 수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1∼3학년의 3차 온라인 개학일인 4월 20일 오전 전북 전주 시내 한 가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이 태블릿 PC로 수업을 듣고 있다.
 초등학교 1∼3학년의 3차 온라인 개학일인 4월 20일 오전 전북 전주 시내 한 가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이 태블릿 PC로 수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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